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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세미나 제1주제발제 정인숙(아름지기 후원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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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4-18 12:27 조회2,1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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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상사 절 불사, 어떻게 하면 좋을까 2


신도와 절
정인숙 (아름지기 후원이사)


‘신도와 절’이라는 주제로 일반 신도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불사들의 문제점, 신도가 바라는 사찰의 모습 등에 대해 그냥 편안하게 이야기 해 줄 수 있겠느냐는 주최 측의 제의를 받고는 우선 내가 신도라고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불사에 대한 안타까움이 많았던 한 사람이었기에 귀중한 기회를 놓아버릴 수 없었습니다.

먼저 불사의 시작을 이와 같이 허심탄회하게 여러 의견을 모으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시는 재연 주지스님을 비롯한 실상사 측의 열린 마음과 용기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1차 세미나 자료를 보니까 불사 전반에 관한 개요, 전통 사찰의 특성, 현재 진행되는 불사의 문제점, 바람직한 불사의 방향, 현대 사찰의 사회와의 관계, 문화유산으로서의 사찰의 가치와 보존의 문제, 실상사의 정체성, 실상사의 특성을 살린 불사 등의 문제가 현장에도 밝은 진정한 전문가들에 의해 다 논의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는 제가 불사에 대해 느꼈던 개별사항들을 끌어안아 상위개념으로 잘 정리하신 것처럼 느껴져 실상사 불사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제가 드릴 말씀이 실상사 불사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 아니고 일반적인 불사 전반에 관한 것이라 전체 논의가 뒷걸음질 하는 느낌을 줄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한 일반 신도가 실제로 느꼈던 점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절과 인연을 갖게 된 지는 30년이 넘었습니다.
절을 자주 찾게 된 동기가 시어머님께서 저의 가족을 위해 밝혀 놓으신 인등값을 매달 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게 절에 다니면서 어쩐지 마음이 불편했고, ‘자기 잘 되게 해달라고 기도 하는 것이면 멀리 절에까지 올 것이 아니라 가까운 다른 종교 기관에서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종교를 찾기 이전에 조용하고 편안한 절의 분위기가 좋고 부모님께서도 권하시는 불교부터 공부해 보기로 작정하고 지금껏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차라리 절대자를 무조건 믿고 복종하는 편이 편하지 불교는 저에게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감을 점점 무겁게 느끼게 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가르침이 많아 힘이 듭니다.

하루하루 살다가 가슴이 답답하면 숨통을 좀 트고 싶어서 절에 갑니다. 머릿속이 엉망으로 얽혀 막막하기만 하고 아무 생각이 안 날 때 그 머릿속을 헹궈내고 싶어 절에 갑니다. 간절히 바라는 일이 있을 때 기도하고 싶어 절에 갑니다. 너무나 마음 아픈 일을 당했을 때 마음을 추스르고 싶어 절에 갑니다. 깨달음도 불국토도 다 자신 안에 있다고 하지만 그 곳에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해서 이 세상 속의 불국토이길 바라는 절을 찾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주위의 자연을 보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왕문을 지나면서 자연과 나, 자연의 하나인 나를 느끼면서,
만세루 밑을 지나 계단을 한 칸 한 칸 오를 때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석탑과 법당.
계단 끝에 서면 저절로 합장하고 머리가 숙여집니다.
절 마당을 지나 법당에 들어가 삼배를 올리고 가만히 앉아 부처님을 올려다봅니다.
부처님 모습이 불상마다 다르긴 하지만 저에게는 조금은 냉정하게 느껴집니다. 차가운 냉정함이 아니라 사실을 직시하게 하는, 일어난 일과 나를 분리시켜 볼 수 있게 하는 냉정함이 저절로 내 자신 속에서 일어나도록 일깨워주시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한참을 가만히 앉았다 일어나면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은 포기해야겠다고,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성심을 다해 해야겠다고 마음을 추스르면서 절집을 나오게 됩니다.

대체적으로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행락객이 넘치는 주말이 아니면 호젓한 절 나들이를 할 수 있었고, 때로는 빈 법당에 들어가서 청정수 올리고 촛불을 밝히고 향을 사를 수 있는 복을 누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제개발정책이 결실을 거두기 시작하여 사람들이 여유를 갖고 여가를 즐기겠다고 나서면서부터는 어느 절엘 가도 북적거리고 불사에서 생기는 소음과 먼지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언젠가부터는 화재의 위험 때문이라면서 이미 켜져 있는 촛불 외에는 새로 초를 밝히지 못하게 했고, 향도 냄새가 너무 강해서 머리를 아프게 한다고 피우지 못하게 했습니다. 제가 소중하게 여기면서 즐길 수 있었던 부분들이 하나하나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고치고 싶어도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어쩔 수없이 지켜지고 있었던 아름다움이 부의 증가를 따르지 못한 의식 수준 때문에 훼손되고 있다고 생각되었던 유감스러운 경험을 느낀 그대로 나열해 보겠습니다.

• 80년대 중반 무렵이었습니다. 저희 가족이 여름휴가로 설악산을 찾았습니다. 근처 사찰입구 부분에 거대한 불상이 새로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아직 주변 정리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어수선 했습니다. 많은 휴가객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절을 하고 있었습니다. 경건한 마음이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각하게 하는 분위기는 찾아볼 수도 없었고 공연히 그 자리의 자연만 훼손한 것 같았습니다. 이런 불사를 왜 하실까? 사세를 과시하기 위함인가? 차라리 다른 좋은 일에 돈을 쓰시지 싶었습니다.
• 언제 조성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속초에서 강릉 쪽으로 해안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바다를 향해 숨죽어 가는 나지막한 구릉들이 이어 있는 곳에 그 흐름을 깨고 거대한 불상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꼭 저 자리에 저런 불상을 세웠어야 할까?
  아마 그 무렵에는 거대한 불상을 조성하는 붐이 일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절에서 동양 최대의 불상을 조성한다는 기사를 접하거나 주변과의 조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거대한 불상이 들어섰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물론 거대 불상 조성의 훌륭한 명분이 있었겠지만 제 눈앞에는 불상 조성을 위해 파헤쳐져 벌건 살을 드러낸 산허리만 보였습니다.
• 북한산에 등산하는 길에 한 사찰에 들렀습니다. 그 유명한 고찰은 사역 전체가 화강석 투성이였습니다. 근사한 일주문 옆에는 화주 가족명단이 적혀 있었고, 많은 돌계단의 난간기둥 하나하나뿐만 아니라 모든 구축물의 부분부분마다 시주한 사람들의 이름이 눈에 띄게 새겨져 있었으며, 공간에 맞지 않게 커다랗고 화려하기 그지없는 석탑이 서 있었습니다. 마애불상유역의 단장은 마애부처님께서 앉은 자리를 옮기고 싶으실 것 같았습니다. 겸손의 미학은 어디로 갔는지? 무주상보시를 말씀하시는 가르침은 불사에는 적용이 안 되는 것인지? 일반 대중들이 ‘나도 저렇게 시주할 돈이 있었으면’ 하고 ‘어쨌든 돈은 벌고 보자’고 마음먹게 하는 것은 아닌지?
• 제가 불교를 공부하는 모임에서는 오대산 적멸보궁에 한 해에 한 번 참배를 갑니다. 상원사에서 출발하여 중대를 지나 적멸보궁에 오르는데 한 2년간인가 중대까지의 길이 공사자재를 나르는 소음과 기름 냄새로 역겹더니 중대의 소박한 절집이 사라지고 급경사를 잘 이용한 거창한 새집이 들어섰습니다. 잘 지은 집인지는 모르겠는데 좁은 터에 꽉 들어찬 모습이 너무나 꼭 끼는 옷을 입어 살이 비집고나올 것만 같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비쳐졌습니다.
• 많은 사람들이 새로 지은 성보박물관 때문에 절을 망쳤다고 개탄하는 선암사를 이번에 일부러 가 보았습니다. 왼쪽으로 그래도 맑은 물이 제법 흐르는(요즘은 물 흐르는 계곡 만나기가 쉽지 않거든요) 계곡을 끼고 신록이 우거진 숲길을 상쾌한 기분으로 걷기 시작했는데 곧 그 상쾌함이 지속되기 어려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찰차량만 통행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웬 사찰 차량이 그리 많은지 먼지가 잦을 만하면 한 대 지나가고 또 가라앉을 만하면 한두 대 지나가고 하여 심기가 편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스님께서 직접 운전하시는 차량들은 먼지가 일지 않을 정도의 느린 속도로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럭저럭 새로 해체 복원된 보물 승선교도 건너보고 강선루도 살펴보면서 일주문 앞에 이르니 정말 선암사의 아름다운 얼굴에 굵직한 흉터가 생겨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일반인들의 통행이 많은 박물관을 사찰 입구 근처에 자리 잡은 것은 이해하겠는데 꼭 여기에다 지을 수밖에 없었나 생각하면서 아픈 가슴을 안고 일주문으로 들어가 사찰 안쪽에서 박물관을 보았습니다. 안에서 보니까 옆의 그 유명한 해우소 지붕과 높이가 비슷하게 박물관 윗부분만 살짝 보이면서 경관에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스님들께서는 주로 사찰 안에서 생활하시기 때문에 현재의 자리가 덜 거슬렸나 싶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얼마나 많은 어떤 유물들이 박물관을 지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나 궁금해서 들어가 보려 했지만 월요일이 아닌데도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경내를 둘러보다 ‘진영당’에 이르러 들어가 보니 어두운 실내라서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걸려있는 진영들은 성의가 부족한 모사품 같았습니다. 박물관 설립 후유증을 여기가 제일 심하게 앓고 있는 듯싶었습니다. 모든 물건은 제자리에 있을 때 제일 빛이 난다고 생각하지만 보존을 위하여 할 수 없이 모셔 갔다면 남은 빈자리의 마무리도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했을 때 근처에 다닐만한 절이 없을까 찾아보았습니다. 반갑게도 걸어서 십여 분 거리에 꽤 오래 된 비구니 사찰이 있었습니다. 사찰 표지판을 따라가 보니 한 아파트단지의 입구 왼편으로 2층 유치원 건물이 있고 그 옆에 주차하는 마당이 있고는 바로 천불전이 있었습니다. 그 앞마당 한 켠이 골목으로 이어지는데 골목어귀의 한 집에 사찰 현판을 단 대문이 있었고, 골목을 따라 막다른 곳에 이르기까지 양쪽으로 무슨 암, 무슨 암 하는 절집들이 각각 독립된 일반 살림집들처럼 죽 이어져 있었습니다. 무슨 절이 이런가 어리둥절했지만 물어볼 사람도 없었습니다. 제일 커서 주불전이라고 짐작되는 전통사찰 건물이 속한 집의 대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가 법당에 참배까지 하고 나왔지만 누구하나 내다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되돌아 내려오는데 골목길 중간쯤에 열린 대문사이로 정말 작은 절집이 들여다보였습니다. 관음전이라는 현판을 달고 있는 전통사찰 건물인데 정겹게 느껴져서 들어가 보았습니다. 그렇게 인연을 맺고 한두 해 다녔는데 어느 날 스님께서 불사를 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이웃집(사찰)들처럼 공간을 넓혀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후 다시 가보니 공사 중이었고 그 후엔 모르겠습니다. 그 관음전은 입구의 극락전 유역 건물들과 제일 위의 무량수전 건물을 빼고는 골목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던 전통사찰 건물이었습니다. 어찌 스님만 원망하겠습니까? 일반 대중들이 편리함 때문에 놋제기를 스테인리스 제기로 바꾸고 그것도 가벼울수록 좋아하고, 오래된 장롱을 철제 캐비넷으로 바꾸었던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문화유산 목록에 오를 정도는 아니었어도 사람을 끌어들일 힘을 가지고 있었던, 마음을 달래줄 능력을 가졌던 정겨운 집을 미련 없이 헐어버리고 얻는 것은 무엇일까요?  무엇을 얻어도 항상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지는 않을까요? 

다들 잘 알고 계신 문제들을 지루하게 나열하는 것을 그만 하겠습니다. 기도하기 위해서 또는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 때문에 이곳저곳에 있는 사찰들을 다녀보았습니다.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아 어느 절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다고 꼭 집어서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어느 절에 가도 건축불사가 없는 곳이 드물었습니다. 저는 지세를 읽을 줄도 모르고 건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없습니다. 단지 조상들이 터놓아서 가슴이 후련했던 곳, 비어놓아서 여유로웠던 곳이 막혀버리면 답답하고, 정성스럽게 자연석을 골라 균형을 잡으며 쌓아 올라갔던 석축 대신에 기계로 깎은 화강석이 턱턱 올라앉았거나 정원석을 쌓고 꽃나무를 심어 놓은 모습을 보면 가슴이 저립니다. 새로 절집을 짓든 보수를 하든 일단 손을 대고 나면 예전의 고즈넉하고 조화로운 모습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십중팔구였습니다. 자연히 동참하고 싶지 않은 명분의 불사, 소홀하게 진행되는 불사를 벌이시는 스님들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종단에서 전체적으로 불사에 대한 보살핌은 없는지 의아했으며, 자주 불사를 벌이는 절에 보시를 하는 게 잘 하는 일인가 회의도 갖게 되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예들은 제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요약해 보면 먼저 불사의 목적이 얼마나 사부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명분의 중요성입니다. 다음은 불사를 행함에 있어서 주위와의 조화와 균형을 꼭 살펴야한다는 것입니다. 잡은 터에 합당한 불사를 해야 합니다. 불전의 장엄이라는 명목 하에 사찰의 진정한 명분을 잊었나 싶을 정도로 화려하게 꾸미는 불사도 삼가야합니다. 요즈음 많이 건립되고 있는 성보박물관 문제도 제자리에서 조성된 목적을 잘 수행하고 있는 유물들을 도저히 그대로 지킬 수 없을 때 소장품 규모에 합당한 크기의 알찬 박물관을 마련하도록 하고, 유물이 있던 곳의 후속 대처도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예는 생활의 편리함이나 공간의 효율성과는 거리가 먼 전통 건축양식의 사찰을 과연 지켜야 하는가 하는 가장 어렵게 생각되는 문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불사의 문제점에 대한 말씀을 드렸고 이제부터는 신도가 바라는 불사, 사찰의 모습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미 잘 자리 잡아 정돈된 사찰에 건축불사는 가능한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끝없이 이어지는 불사를 보면 현재 사찰들 중에 기존의 건물만으로 수요가 다 충족되는 곳은 드문 듯합니다. 어떤 불사를 하든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제 본분에 충실할 때 가장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사찰의 주된 기능은 수행과 신행에 있습니다. 스님들은 사찰에서 수행을 하시고 재가 불자들은 기도하고 설법을 듣기 위해 사찰을 찾습니다. 스님과 재가불자들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당연히 스님을 위한 공간도 신도를 위한 공간도 다 필요하겠지요. 그러나 저는 일반 신도들이나 관람객들과 분리되는 스님들의 수행 정진을 위한 공간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스님이 많이 생겨야 일반 중생들도 많이 구제를 받을 것 같아서입니다. 따라서 주불전이 있는데 많은 신도를 유치하기 위해 다른 부처님이나 보살님을 모시기 위한 법당을 더 짓거나, 대불을 조성하는 것 보다는 스님들의 공부와 수행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 다음이 신도를 위한 공간이고, 관광객을 위한 배려는 또 다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스님들 수행을 위한 선방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스님을 뵌 적이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은 종단 차원의 교육 불사로 해결하여야 한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또한 스님들께서 구도전법에 몰두하실 수 있도록 스님들의 노후를 위한 시설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한 불사라고 생각합니다.
수행과 신행을 위해서는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경건한 분위기가 유지되어야 하므로 어울리지 않게 화려한 치장도 절제되었으면 합니다. 아울러서 일반 관광객을 위한 지나친 친절, 예를 들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속의 흙길이나 마사토로 다져진 길을 아스팔트나 아스콘 등으로 포장하는 일(물론 유지 보수가 수월하기도 하겠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공원과 산책로를 일부러 조성하는 일, 안내판 ‧ 표지판 등을 여기저기 설치하는 일 등이 정말 사찰을 돋보이게 하는지 다시 한번 고려해보셨으면 합니다.       
많은 관람객을 유치하려고 일주문부터 들어가는 과정을 생략하고 가능한 법당 가까운 곳에 주차장을 마련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 같이 신도들에게는 마음을 모아 일주문을 통과하면서부터의 한 과정 한 과정이 기도나 수행에 도움이 됩니다. 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학생들이나 일반 관광객들에게도 이러한 과정을 경험해보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 길을 걷는 동안이 사찰에 대해 또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실상사의 경우는 해탈교 앞의 돌장승을 만날 때부터를 실상사의 영역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지러운 생각을 냇물에 흘려보내면서 해탈교를 건너고 논둑길을 걸어 실상사로 들어가는 것이 참 좋습니다. 한번도 실상사와 그 앞의 논을 분리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그 논들이 실상사의 소유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은 후로는 논이 무슨 모습으로 변할지 몰라 걱정 됩니다. 세상이 변해도 실상사와 앞의 논은 함께 보존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제일 어려운 문제인 생활의 편리함이나 공간의 효율성과는 거리가 먼 전통 건축양식의 사찰을 과연 지켜야 하는가에 대한 저의 의견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어떤 일에도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절대적 기준이라는 것을 설정하기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특히 이 문제는 견해차가 심한 것 같습니다. 이런 의견도 있구나 하고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이미 지어져 있는 문화적이나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구조물은 가능한 보존되었으면 합니다.  문화재로 등록이 되어 있으니까 보존해야 하고 아니니까 허물어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존재 그자체로 무엇인가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군다나 현재에도 그 기능이 살아있다면 더욱 보존 되었으면 하지요. 실상사처럼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이 없다 해도 오랜 세월 시기를 달리한 건물들이 전통 가람배치를 기본으로 하여 모여 앉아 아름다운 평지 사찰의 모습을 갖추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양식이 되고 있다면 꼭 필요한 건축불사를 하더라도 그 모습을 해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유지 보수에 노력과 비용이 많이 들고 공간의 효율적 이용이란 측면에서도 계산이 맞지 않겠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우리의 정신적 유산이 녹아있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풍성하게 해 주는 가치가 있으니까 일반 사회와 힘을 합쳐서 보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함양댐 건설 계획이 있을 때 많은 국민들까지 동참하여 실상사를 지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문화재의 70%이상이 불교 관련 유산인데 이의 보존을 위한 국가의 지원이 넉넉지 않아 불교계의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이것도 우리 불교계의 한 업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불교계가 사회를 위해 보시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런 어려움은 앞으로 국민 전체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문화적 가치에 대한 이해가 많아질수록 나아질 것이라고 희망합니다.
기존에 있는 것은 보존을 원칙으로 한다고 하고, 그러면 앞으로 새로 새워질 절집들도 전통적인 양식으로 해야 하는가는 다른 문제입니다. 사람들이 시대에 맞추어 살아가고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 그것이 전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 세워질 절집은 현대 생활을 수용하면서 주변과 조화를 이루면 됩니다. 자연에 겸손한 우리 조상의 마음가짐을 이어가면서 수행과 신행의 터전이라는 목적에 충실하다면 많은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양식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만인이 좋아하는 인상주의 그림도 처음 세상에 나올 때는 사회에서 심한 냉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진정어린 노력은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평가받게 된 것입니다. 우리 불사도 어려움이 많더라도 시대에 맞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차 세미나에서 김경일 신부님께서 말씀하신 강화도 성공회 성당의 아름다움은 건물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상황적 요구를 수용하려는 마음가짐에서 더욱 빛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도의 건물들이 기존의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는 문제는 정말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조화의 잣대가 너무나 주관적이라 비난과 칭찬 누구 목소리가 더 큰가에 따라 당시의 평판이 결정되겠지만 세월이 흐르면 자연히 다들 깨닫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중요한 시도를 함에 있어 전문적인 식견과 앞을 내다보는 눈을 가지신 분들의 가르침이 큰 힘이 됨은 다시 말씀드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저희의 이러한 바람이 스님들께 얼마나 큰 짐이 될지는 짐작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님들께서 원을 세우시면 안 될 일이 없다고 믿습니다.

우리의 고승대덕들께서는 혜안을 가지고 전국을 누비는 수고를 마다 않으시면서 탁월한 터를 잡으셨고, 위없는 가르침을 남기신 부처님을 모시고 수행하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정성을 다하여 가람을 조성하셨습니다. 이러한 깊은 뜻을 헤아리고 이어받으면서 새로운 시대의 요구를 수용하여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사찰로 실상사가 거듭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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