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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세미나 제2주제발표 사찰의 불사와 조경 : 홍광표(동국대 교수, 사찰조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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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4-18 19:34 조회2,5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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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상사 절 불사, 어떻게 하면 좋을까 2


사찰의 불사와 조경
홍광표 (동국대학교 교수, 사찰조경연구소장)


Ⅰ. 서론

최근 한국의 전통문화와 그것의 정체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문화재에 대한 보호는 물론 전통의 창조적 계승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우리 것의 본질을 찾고 우리 것을 잘 보호 ․ 계승하여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확인하고 그것을 널리 알려 한국인의 문화적 우수성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한국의 전통문화는 여러 방면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유형 ․ 무형의 불교문화야말로 한국의 전통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것으로 이것은 지정문화재의 많은 부분을 불교 관련 문화재가 점유하고 있음을 볼 때 논란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불교문화재는 다양한 분야에서 이룩한 성과이며, 불교교리의 실천 및 신앙의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불교의 상징성이 매개되어 있으니 다른 곳에서는 만들어질 수 없고 사찰에서만 발견되는 특별한 문화인 것이다.
특히 건축 ․ 미술 ․ 조경 등과 같이 공간예술에 연관되어 있는 문화재는 다른 어떤 곳에서 만들어진 것보다 우수하며, 불교문화를 잘 표현하고 있는 대상이다. 따라서 사찰에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공간 예술 작품들은 그것의 질적 수준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다 신중하게 보호되어야 하며, 동시에 널리 알려서 불교문화의 우수성이 선양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찰에서 일어나는 불사(佛事)로 인하여 사찰에서 보유하고 있는 문화재가 훼손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문화재 자체가 훼손되거나 멸실되는 경우도 있고, 문화재 주변의 현상 변경이 잘못되어 문화재에 부정적 영향을 줌으로써 문화재가 가진 본래적 의미가 퇴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것은 문화재에 대한 이해 부족과 무관심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경우인데,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찰을 지키는 스님들과 종무원들은 물론 불자들이 문화재에 대한 가치를 올바르게 인식해야 하고 문화재를 제대로 보존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사찰에서 일어나는 불사는 불가피한 것이 사실이다. 전통사찰의 경우 오랜 시간을 견뎌온 환경이므로 보수 및 정비 등과 같은 요구가 상존하고 있고, 더 나아가 현대불자들의 신앙 행태를 수용하다보니 지금까지 전통사찰에서 있어온 것 이상의 시설이나 공간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전통사찰의 보수나 정비의 경우는 제외한다 하더라도 현대불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 벌어지는 불사는 대부분 원래의 사찰경관을 훼손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불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에 의해서 불사가 필요한지에 대한 여부를 진단하고, 불사가 불가피하다면 그것의 범위와 방법을 연구한 다음 문화재에 대한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복원불사의 경우에는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복원계획이 수립된 연후에 불사가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원형(原形)에 대한 충분한 고찰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복원불사가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중창불사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복원불사의 경우에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조사를 하고 여러 방면의 전문가들에 의해서 제대로 된 복원계획이 세워진 후 철저한 관리감독을 거쳐 불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 벌어지는 불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건축물에 관련된 것이나 불상이나 석탑 ․ 석등과 같은 미술품의 경우 그나마 사전에 조사를 실시하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서 문화재에 대한 원형의 훼손이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불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조경의 경우에는 그러한 노력이 충분하지 않아 불사가 이루어진 후에 사찰경관에 대한 부정적 파급 효과가 일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은 조경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데, 향후 조경 부문에 대한 불사에 있어서도 전문가 집단이 충분히 불사의 내용을 검토하여 사찰의 본래 환경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 사찰조경의 개념을 정리하고 각각의 대상에 대한 특징과 정체성을 살펴 사찰에서 일어나는 조경 불사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는 기초 자료를 제시하는데 목적이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실상사의 복원불사 때 조경 부문의 불사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를 위해 수행되었다.

Ⅱ. 사찰조경의 개념과 대상

1. 사찰조경의 개념

조경이 경관을 만드는 일이므로 사찰조경은 불교적 경관을 만드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사찰조경은 사찰이라는 특별한 장소에 불교의 이상향적(理想鄕的) 세계를 장엄하고 불교적 상징성을 구체적으로 표상할 수 있는 특수한 경관을 만드는 일이다. 따라서 사찰조경을 통해서 나타난 사찰경관은 불교의 교리와 신앙체계가 바탕이 되는 하나의 불교적 상(像)으로 세상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사찰조경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게 되는 사찰의 경관은 여타의 장소에서 일반적인 조경의 결과로 만들어지는 경관과는 차별화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사찰조경이 일반적인 조경과는 성립 배경부터가 다르고 설계원리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찰조경은 종교적 공간에 불교의 우주관 및 세계관을 가시적인 경관으로 표현해야 하는 분명한 목표가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조경과는 구분되는 독특한 접근 방법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찰조경이라는 특별한 행위를 통해서 나타나는 사찰경관은 사찰이 자리를 잡고 있는 터가 이루는 입지경관에서부터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건축공간이 풍수지리적 원리를 통하여 자리를 잡게 되니 사찰 역시 풍수지리적 입지성(立地性)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으나 사찰은 거기에다가 신성성(神聖性)이라는 개념이 보태지고 그것이 구체화되는 과정을 통해서 경관을 이루게 된다. 이것은 땅 자체의 기운이 신성하고 건강해야만 사찰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되는데, 그 결과 사찰의 입지경관은 특별한 경관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사찰이 특별한 입지성을 갖추고 있는 땅에 자리를 잡고나면 신성성이 지배하는 바로 그 터에 불교의 교리와 신앙체계를 달성할 수 있도록 건물을 앉히고 외부공간을 마련하여 일정한 범위의 성역을 만든 다음 그 안에 불교적 상징성을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장엄요소들을 도입하는 과정을 거치면 사찰고유의 경관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와 같이 한국사찰의 경관은 다양한 경관성이 총합적으로 뭉뚱그려져서 만들어진 경관이며, 그 하나하나에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경관 구성 원리가 내재되어 있으니 이러한 원리가 곧 한국사찰경관의 정체성을 이루는 작용인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사찰의 경관성은 불교가 출현한 인도를 비롯한 근본불교지역의 사찰이나, 우리에게 불교를 전해준 중국의 사찰 그리고 우리보다 불교를 늦게 전해 받은 일본의 사찰에서 나타나는 경관과 엄연한 차이가 난다. 그 이유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의 사찰은 곧 한국의 문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2. 사찰조경의 대상

1) 지형의 처리
한국사찰 특히 산지에 조영된 산지사찰(山地寺刹)의 경우에는 원래의 지형을 처리하는 것이 사찰조경의 중요한 과제였다. 지형처리는 주로 석단과 화계 그리고 계단의 형식을 통해서 처리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몇 가지 지형처리를 위한 요소들은 한국사찰의 경관적(景觀的) 정체성을 살피게 만드는 중요한 인자가 되고 있다.
석단(石壇)은 경사지를 평평한 공간으로 다듬는 과정에서 공간과 공간사이에 생기는 수직면을 구조적으로 안정시키고, 미학적으로 장식하기 위해 축조한 구조물이다. 한국의 사찰은 산간 경사지에 주로 입지하였기 때문에 어느 사찰에서나 석단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경관요소였으며, 또한 두드러진 경관구성요소로 취급되었다. 석단은 그 재료나 축조방식에 따라서 다양한 경관성을 가질 수 있으며, 수직적 경관요소로 기능하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인식도가 높게 나타나는 구조물이다.
한국사찰의 석단은 현장의 여건이나 사격에 따라서 그것의 재료와 축조방식이 달라지게 되며, 일반적인 산지사찰에서는 일반적으로 자연석을 사용한 막돌 허튼층쌓기방식으로 축조되나, 목가구식으로 축조된 불국사의 석단, 큰 돌을 이용하여 첩석방식으로 축조한 부석사의 석단, 장대석을 이용하여 축조한 봉선사나 용주사의 석단 등과 같이 예외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경우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화계(花階)는 건물의 터를 고르는 과정에서 형성된 독특한 형식으로 옹벽과 화단을 겸한 기능을 가진 구조물이다. 사찰의 화계는 건물과 마당, 마당과 마당, 마당과 자연, 건물과 자연을 연결하는 매개공간으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궁궐이나 사대부가에 조성된 화계가 주 건물의 후면부에서 나타나는 것과는 대조되는 것이다. 결국 사찰의 경우 화계는 주로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접점을 처리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으로, 이는 산지사찰의 공간이 점승형(漸昇型)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국사찰의 화계 가운데에서는 봉선사 큰 법당 후면에 조성된 화계가 가장 잘 남아있으며, 형식이나 구조적 측면에 있어서도 주목되는 바가 크다. 이 화계는 궁궐의 화계와 같이 장대석을 이용하여 축조되었으며, 의장적 측면에서도 궁궐의 화계와 다르지 않은데, 그것은 봉선사가 왕실의 원찰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장대석이 아닌 막돌을 허튼 층으로 쌓아올려 화계를 조성함으로써 한국 특유의 질박한 경관성을 창출하고 있으며, 그 화계에는 화목과 유실수를 주로 도입하여 심미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계단(階段)은 아래 ․ 위 두 공간을 연결하기 위한 기능을 가진 것으로 사찰의 계단은 주로 돌을 이용하여 축조하였기 때문에 특별히 석계라고 부른다. 계단은 높낮이와 폭이 각기 달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며, 형태와 양식 또한 각양각색이어서 경관요소로서의 가치가 높다. 한국사찰의 계단은 특히 소맷돌이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소맷돌에는 연화문 ․ 당초문 ․ 태극문 등과 같은 한국고유의 문양이 도입되고 있으며, 소맷돌 끝에는 다양한 형태의 동물들을 조각하여 계단이 미적 요소로서의 가치를 지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사찰의 계단 가운데에서도 불국사의 청운교와 백운교는 특별한 형식미를 지닌 계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2) 물의 처리
한국의 사찰은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까닭에 물의 처리는 사찰의 조영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조경의 대상이다. 물의 처리를 통해서 나타나는 수경관(水景觀) 요소는 다리, 연지(蓮池)와 영지(影池), 계담(溪潭), 폭포, 석수조(石水槽), 샘 등이 있다.
산지에 입지한 사찰은 대부분 계류를 끼고 공간이 구성된다. 이때 사찰의 진입문인 일주문(一柱門)은 거의 대부분 사역의 전면으로 가로질러 흐르는 계류너머에 위치하게 되는데, 그것은 산지사찰이 수미산(須彌山) 세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결과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일주문 앞으로 흐르는 계류는 수미산 구조에서 본 향수해(香水海)에 해당되며, 그것은 곧 성(聖)과 속(俗)을 구분하는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의 공간인 사찰의 경역은 의도적으로 계류를 경계로 삼아 정하기도 하며, 그 계류에는 피안교(彼岸橋) 내지 해탈교(解脫橋)라고 하는 다리를 놓아 성의 세계와 속의 세계를 연결하고 있다. 한국사찰의 다리 중에는 승주 선암사(仙巖寺)의 승선교(昇仙橋)와 같이 예술성이 뛰어난 것들이 많다.
사찰에 인공적으로 조성된 연지는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에서 설해지고 있는 극락정토의 못물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즉, 『관무량수경』에서는 극락정토(極樂淨土)를 보게 하는 방법으로서 16관이 설해지고 있는데, 그 중 제 5관이 못물을 생각하는 관이다. 한편, 정토삼부경의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 변상도 가운데에서 고려시대에 그려진 몇 가지 관경변상도를 토대로 연지의 형태를 살펴보면 극락세계의 연지는 대체적으로 방형과 원형이며, 그 속에는 연꽃이 가득 피어있는 형식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전통사찰에는 극락세계의 못물을 상징하는 연지가 많이 나타난다.
영지(影池)는 불교에서 가장 성스럽게 여기는 부처님, 탑, 산의 그림자(佛影, 塔影, 山影)를 비치게 하기 위해서 조성한 수경관 요소이다. 사찰에서 영지가 조성되는 장소는 다양하나 주로 일주문 근처나, 탑의 주위 그리고 산봉우리가 잘 비쳐질 수 있는 곳에 조성되는 것이 상례이다. 한국사찰의 경우에는 많은 사찰에서 영지가 조성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불영사의 불영지(佛影池), 불국사의 구품연지와 미륵사의 영지(塔影池), 청평사 문수원의 영지와 해인사의 영지(山影池) 등이 대표적이다.
계담(溪潭)이란 말 그대로 계류를 막아서 만든 못이다. 한국의 산지사찰은 사역 내부로 계류가 흐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렇게 자연적으로 형성된 계류를 막으면 멋진 못이 만들어진다. 한국사찰의 경우 계담이 형성된 곳이 몇 군데 있으나 그 중에서도 송광사의 진입공간에 형성된 계담은 가장 아름다운 사례로 손꼽힌다. 송광사의 계담은 영지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우화각(羽化閣)이 지어진 다리의 홍예가 계담에 떨어지면 원상을 이루게 된다. 한편, 이 계담에는 육감정(六感亭)이란 현판이 걸려있는 임경당(臨鏡堂) 건물도 계담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데, 여기에서 육감정이란 육근(六根, 眼 ․ 耳 ․ 鼻 ․ 舌 ․ 身 ․ 意)을 고요히 하여 지혜롭게 마음을 비춰보는 정자라는 의미를 지니는 것이고 임경당 역시 거울 같은 물가에 임한 집이라는 뜻이니 송광사의 계담은 가시적인 현상만을 비추는 영지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도 비치도록 만든 영지이다.
석수조(石水曹)는 돌을 파서 만든 것으로 대개 승방의 우물가나 취사장에서 가까운 중정에 놓이게 되며, 주로 식수를 담는데 쓰인다. 여기에서 석조의 형태는 대개가 장방형이나 원형으로 되어 있으며, 설치방법도 하나만 설치되는 경우와 두개 이상의 석수조가 조합되는 경우, 몇 개의 석수조가 대나무나 나무홈통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 한국사찰의 석수조 가운데에서는 선암사 달마전 뒤뜰에 있는 석수조가 유명한데, 이것은 상 ․ 중 ․ 하 세 개의 수조로 구성되어 있어 삼탕이라고 불리며, 돌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놓여진 조형미는 지극히 예술적이다.
산지사찰의 입지는 장풍득수(藏風得水)하기 좋은 곳에 자리를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거의 대부분의 산지사찰에는 장군수니 명안수니 하는 이름을 붙인 다양한 맛을 지닌 샘물이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샘물들은 노천에 그대로 두는 경우도 있지만 수질유지를 위하여 수각을 세워 보호하기도 한다. 쌍계사 금당 옆 마당에 있는 암수 쌍 샘은 노천에 샘을 노출시킨 예이고 용주사의 샘물은 수각을 만들어 세운 예이며, 옥천사의 샘물은 옥천각이라 명명한 건물을 세워 샘물을 보호하고 있는 예이다.

3) 식물재료의 도입
한국사찰은 건축이 중심이 되는 공간구성을 하고 있어서 식물경관(植物景觀)이 중요하게 취급되지는 않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특히 대웅전 등 주불전을 중심으로 하는 중심공간의 경우에는 다른 영역보다도 건축지향적인 공간성을 보이고 있어 식물재료가 도입될 여지가 더욱 더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화계(花階)에는 어김없이 식물재료가 도입되었으며, 진입로 변에도 식물재료가 도입되고 있으니 한국의 사찰이라고 해서 식물경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정토삼부경이나 관경변상도에서도 식물경관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을 보면 한국사찰의 경우에도 식물재료의 도입과 식물경관의 조성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 틀림없다.
한국사찰에 식물경관이 조성되었다는 사실은 다음과 같은 고문헌을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즉, 『고려사(高麗史)』에는 김부식이 창건한 관란사(觀瀾寺)에 관한 기사가 실려 전하는데, 절의 북산이 황폐해 있으므로 민간인들을 동원하여 송(松) ․ 백(柏) ․ 삼(杉) ․ 회(檜) 등의 수목과 기화이초(奇花異草)를 심었다고 한다. 한편,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는 화암사(花巖寺)에 관한 기사에서 “못가에는 창포가 우거져 있고 섬돌 앞에는 노랑목단이 활짝 피어 마당과 담을 누렇게 물들이고 있으며, 작약도 붉게 피어 중국 초나라의 미인 서시를 취하게 하고 있다.”라는 기사가 있다. 이것을 보면 한국의 사찰에서도 아름다운 식물경관이 조성되어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한편, 한국사찰의 경우 경내에서는 많은 식물경관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산지사찰이 입지한 터를 중심으로 하는 자연 산림에는 다양한 식물환경이 형성되어 있었다. 이러한 주변의 식물경관을 차경이라는 수단을 통해 시각적으로나마 경내로 끌어들여 건축지향적인 사찰의 경관을 순화하였던 것은 우리나라 사찰의 독특한 식생경관 연출방법이었다.
사찰의 진입로 변에는 지금도 전나무 ․ 잣나무 ․ 소나무 ․ 삼나무 ․ 측백나무 ․ 비자나무 등과 같은 상록침엽수와 느티나무 ․ 단풍나무 ․ 회화나무 등과 같은 낙엽활엽수가 열식(列植)되어 있다. 이렇게 사찰의 진입로 변에 상록침엽수를 식재한 것은 오래 전부터 있어온 관행으로서 진입로를 중심으로 비스타를 형성하여 방향성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백양사 ․ 내장사 ․ 금산사 등과 같은 남부지방의 사찰에서는 진입로 변에 단풍나무를 식재하여 봄이 되면 새싹이 움트는 식물경관을, 여름이 되면 녹음이 훌륭한 식물경관을, 가을철이 되면 단풍으로 물든 아름다운 식물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사찰의 화계는 건축중심적인 사찰경관에 자연성을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중요한 장치이다. 이곳에는 주로 키 낮은 관목류와 초화류 등이 도입되었는데, 매화 ․ 산수유 ․ 유자 ․ 치자 등과 같은 유실수와 목단 ․ 작약 등과 같은 약초로 쓰일 수 있는 초화류가 도입되었다. 이것을 보면 사찰의 화계에 도입된 식물재료는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사찰에서 필요한 약재류와 과일류를 얻기 위한 기능성도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중심공간에서 벗어난 담장에 연한 구석진 곳에 피나무를 도입한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피나무는 염주의 재료가 되는 열매가 열리는 나무일뿐만 아니라 근본불교지역에서 볼 수 있는 보리수와 잎의 형태가 비슷하여 불교의 상징물로 여기기도 하였다. 지리산 천은사의 피나무, 기림사의 피나무, 양평 사나사의 피나무는 유명하다. 


Ⅲ. 조경 불사의 유형과 문제점

우리나라 각처에는 신라시대부터 혹은 고려 ․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조영된 수많은 사찰들이 면면히 법등(法燈)을 이어가면서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러한 사찰들은 조영 당시의 요구에 의해서 입지와 공간구성이 결정되었으며, 그것의 기능 또한 사찰이 지어질 당시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물론 이러한 기능들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서 변화되도록 요구되었을 것이므로 전통사찰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형식의 적응과 조절이라는 변화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지금까지 전통사찰에 요구되어졌고 그래서 형식변화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었던 기능의 변화와 그것에 따른 형식의 조절요구는 현대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현대로 오면서 사찰은 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기능을 요구받고 있으며,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불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 불사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으니,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현대적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 진행되는 전통사찰에서의 불사가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전통사찰의 원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전통사찰의 경관적 정체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불사는 그 대부분이 건축부문에서 일어나는 것이지만 조경부문의 불사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어서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조경부문의 불사는 사찰의 공간 확장을 위한 사찰주변의 지형 변경, 지형처리를 위한 석단 ․ 옹벽 ․ 화계 등의 구조물 축조, 못이나 계류 등과 같은 물의 도입, 수목의 식재, 길이나 마당의 포장, 점경물의 도입 등 다양하다. 이러한 조경불사 가운데에서 공간확장을 위한 주변지형의 변경과 변경된 지형의 처리를 위한 구조물의 설치는 잘못될 경우 사찰의 원형적 경관을 완전히 파괴하는 결과를 낳게 되며, 물의 도입 역시 사찰의 경관을 변화시키는 요인이 되므로 그 결과는 상당히 심각하게 나타나게 된다. 최근 사찰에서 이루어지는 조경부문의 불사와 그 각각에 대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지형의 변경
전통사찰에 도입된 건축물이나 마당의 배치형식 및 규모는 특정한 시점의 요구에 대응하여 이루어진 것이며, 구조적으로 완결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치밀한 구조에 새로운 것을 덧붙이게 되면 과거와 현대가 서로 상충하는 힘의 불균형 현상을 보이게 되어 결국 과거의 구조적 질서가 훼손될 수밖에 없게 된다.
과거의 경우와 달리 최근의 사찰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법회를 열고 생활불교를 실천하는 등 신앙의 형태가 달라졌으며, 템플스테이와 같은 특별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현대인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이렇게 되다보니 사찰에서는 건축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건축물에 대한 불사요구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부족량을 전통사찰 영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충당할 수 있다면 별다른 문제가 있을 수 없는데, 대부분의 전통사찰의 경우 전통사찰영역 내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되는 것이다.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사역을 확장하여 공간을 확보하여야 되고 사역의 확장은 곧 주변지형의 변경을 동반하게 된다. 이와 같은 지형의 변경은 결국 전통사찰에서 본래 지니고 있던 배치형식을 변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며, 자연환경의 훼손, 사찰의 원형적 경관의 파괴 등 많은 문제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2) 변경된 지형의 처리
지형변경(地形變更)이 일어나게 되면 옹벽이나 석단 등과 같은 구조물의 축조가 동반된다. 지난날 전통사찰에서 지형의 처리를 위해서 도입된 석단이나 석축의 경우에는 재료나 축조방식이 사찰의 경관과 조화를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요소로 인해서 전통사찰의 정체성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되고 경제성을 고려한 최근의 불사에서는 콘크리트 옹벽이 도입된다든지, 화강석 발파석 등 전통사찰의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재료를 통하여 석단이나 화계를 축조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지형의 훼손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파급 효과는 그 자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제를 발생시키게 되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3) 물의 도입
전통사찰에 조영된 수경관 요소들은 그 나름대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물은 경관적으로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한편으로는 미기후를 조절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전통사찰에서는 그 사찰의 입지환경을 고려하여 물을 도입하는 것이 상식이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찰에 동일한 개념의 수경관을 도입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많은 사찰에서 무분별하게 물을 도입하는 사례가 흔한 일이 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수경관 조성이 잘 되어있는 특정사찰을 모방하여 동일한 수경관을 조성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연꽃이 불교의 상징이니 사찰의 입지환경은 고려하지 않은 채 연꽃을 심을 수 있도록 못을 판다든지,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기 위해서 경내로 물길을 내서 국적 불명의 경관을 만든다든지 어떤 경우에는 분수를 설치하여 수경관을 조성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물확과 같은 점경물을 개념 없이 도입하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물확이라는 것은 물을 도입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한두 개 도입하여 수경관을 조성하는 것인데, 이것을 대량으로 늘어놓아 마치 물확 전시장을 만들어 놓는다면 오히려 이것이 전통사찰의 경관성을 헤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4) 식물재료의 도입
한국사찰의 경우 식물재료의 도입은 신중하게 이루어졌다. 그리하여 주불전(主佛殿) 마당과 같은 경우에는 특별히 큰 나무의 도입을 피하고 건축물의 기단 아래에 화오 정도를 만들어 초화류를 도입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공적으로 경내에 많은 나무를 도입하여 전통사찰의 경관적 정체성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볼거리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특정 수목이나 초화류를 대량으로 도입하는 것은 사원경제나 신도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는 바람직할지 모르나 전통사찰의 경관성을 위해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가 있으므로 조심해야 할 일이다.

5) 포장 재료의 선택
전통적으로 한국의 사찰에서는 흙이나 마사토가 주된 포장재료였다. 그리하여 이른 아침 스님들이 정갈하게 쓸어놓은 마당이야말로 전통사찰의 중요한 이미지로 작용하여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능성만을 고집하여 콘크리트로 포장을 한다든지, 쇄석이나 석분을 뿌려놓아 과거의 정갈한 이미지와는 전혀 맞지 않은 경관성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포장환경 역시 전통사찰의 경관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니 포장재료를 선택하는 것 역시 신중하여야 한다.

6) 부적절한 조형물의 도입
전통사찰의 경우 적재적소에 최소한의 조형물만을 도입하여 사찰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헤치지 않도록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찰과 전혀 상관없는 조형물을 도입한다든지, 특별한 조형물을 대량으로 도입하여 마치 유원지와 같은 기분을 느끼도록 하는 경우도 있어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찰에 도입되는 조형물은 불교적 상징성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면 도입 자체를 고려해야하며, 불교적 조형물이라고 하여도 대량으로 도입하여 우세적 경관을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Ⅳ. 실상사 복원 시 조경 불사의 문제점

방장산(方丈山) 실상사는 통일신라시대 말인 흥덕왕(興德王) 3년(828)에 홍척국사(洪陟國師)가 개창한 절로, 구산선문(九山禪門) 가운데 하나인 실상산문(實相山門)의 중심 사찰이다. 홍척국사는 당에서 서당지장선사(西堂智藏禪師)의 남종선을 계승하였고 흥덕대왕이 왕위에 오를 무렵인 826년을 전후하여 신라에 돌아와 편운화상을 만나고 실상산문을 개창하였다. 실상사는 개창 이후 수철화상(秀澈和尙) 때 규모를 확장하였고 다시 300년이 지난 후인 1127년부터 1130년 사이에 보월화상(寶月和尙)이 중즙(重葺)했다는 기록이 있다. 실상사는 보월화상의 중창불사 이후 법등을 계속 이어나갔으나 조선시대인 1450년대에 절이 폐사되었다가 1679년에 백장사의 화재로 인하여 그동안 방치하였던 실상사 옛터에 대한 재건이 제기되었으며, 이후 1690년에 침허조사와 승려 300인이 실상사 중건을 상소하여 대적광전 ․ 장육전 등 건물 6동을 건립하여 다시 한 번 대대적으로 중창역사가 이루어졌다. 이후 순조 21년(1821)에도 의암대사에 의해 불사가 있었으며, 1881년에는 월송선사가 중창하여 대가람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러나 고종 20년(1883)에 양재목 등 유생들이 승려들을 몰아내고 실상사를 차지하고자 방화를 하여 크게 손실을 보았다. 이듬 해 월송선사가 다시 재건하였지만 사세는 전과 같지 않았다.
현재의 실상사는 1884년 월송선사가 재건한 모습으로 추정되며, 전각으로는 보광전(普光殿) ․ 약사전(藥師殿) ․ 명부전(冥府殿)이 남아있고 증각대사응료탑비 주변에 극락전(極樂殿)이 전하고 있으며, 주위의 암자로는 백장암(百丈庵) ․ 서진암(瑞眞庵) ․ 약수암(藥水庵) 등이 있다.
실상사에 대한 발굴조사는 1996년 12월에 시작하여 2005년 10월까지 8차에 걸쳐서 진행되었으며, 현 사찰 내부와 북편 담장 외부, 남편 담장 외부의 일부 지역에 대하여 조사를 하였다. 조사 결과 실상사는 여러 차례 반복하여 중창하였으며, 통일신라시대 ․ 고려시대 ․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가람의 배치가 변화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조사 결과 실상사는 통일신라시대에 현존 보광전 자리에 있었던 금당(金堂)을 중심으로 건물 앞쪽에 석등과 동․서 삼층석탑이 있었고 석탑 앞으로는 만세루라고 하는 누각이 있었으며, 후면부에 강당이 있었던 정형식 사찰이었음을 확인하였으며, 고려시대에 들어와 사찰의 중심축을 기준으로 현존 지당의 맞은편에 대형 목탑(木塔)을 조영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실상사에 대한 조사는 주로 건축물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조경유적에 대해서는 금당지 남서편에서 확인된 연못 터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실상사에 대한 조사는 실상사의 창건시의 원형과 변화 과정 등 제반 면모를 알기 위함이며, 동시에 복원을 염두에 둔 것이기 때문에 건축을 중심으로 조사가 이루어진 것에 대해서는 특별한 문제가 있을 수 없으나 지형처리, 수경관의 도입, 식물재료의 도입 등 주요한 조경적 요소에 대한 조사결과가 없었던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상사의 발굴조사 시 사찰조경의 복원을 위해서 조사가 이루어졌더라면 좋았을 몇 가지 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요사채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보광전의 남서쪽 일대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 왜냐하면 이 지역은 중심공간의 외곽부분으로 경사지로 형성되어 있으므로 지형처리를 통해 석단이나 화계 등과 같은 형식을 도입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굴조사대상에서 제외되어 그러한 지형처리에 대한 유구를 전혀 확인할 수 없었으며, 향후 본격적으로 복원이 이루어질 때 이 부분에 대한 조경복원을 하기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은 극락전 일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둘째, 현재 못으로 조성된 지역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삼국시대로부터 우리나라 사찰에 있어서 못은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어온 경관요소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그것에 대한 조사가 없었던 점은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실상사의 경우 현재 천왕문과 3층 석탑 사이에 조성된 못은 추정목탑지와 중심축을 기준으로 대칭하고 있어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못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러한 의미에 대한 보다 확실한 판단을 할 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과거 실상사에 도입되었던 식물재료를 보다 분명히 파악하기 위해서 화분조사를 하였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한 조사가 없었던 점도 문제가 된다. 식생의 분포는 그 변화의 정도가 매우 심하기 때문에 현재의 식물재료를 가지고 과거에 어떠한 식물재료가 실상사에 도입되었는지를 알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최근에는 문화재복원시 토층에 남아있는 화분을 분석해서 과거에 이곳에 도입되었던 식물재료를 확인하여 복원계획에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몇 가지 점 말고도 조경복원불사를 위해서 요구되는 다양한 자료를 확보하여야 하겠으나 지금으로서는 복원불사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자료가 전무한 실정이므로 현재 상황에서 실상사의 조경복원불사를 논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존 요사채 지역에 대한 발굴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기 발굴조사된 연못 이외에도 현존하는 못에 대한 발굴조사를 통해서 그 유구를 분명히 확인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더불어 화분분석을 통해 지난날 실상사에는 어떤 식물재료들이 도입되어 사찰을 아름답게 가꾸었는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Ⅴ. 결론

사찰조경은 불교적 경관을 만드는 일로 그 대상은 지형의 처리, 물의 처리, 식물재료의 도입 등 사찰경관을 심미적이고 기능적으로 조성하는 일이 주된 과제이다. 지형의 처리에서는 석단(石壇)의 축조, 화계(花階)의 조성, 계단(階段)의 설치 등이 주된 관심사이며, 물의 처리에서는 다리를 만들고, 연지(蓮池)와 영지(影池) 또는 계담(溪潭)을 조성하며, 석수조(石水曹) 등과 같은 석물을 놓고 샘을 파는 일들을 한다. 식물재료의 도입 역시 사찰조경에서 중요한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사찰에서의 식물재료 도입은 매우 신중하게 취급하여 법당의 마당에는 큰 나무를 심지 않고 화오 정도를 조성하여 화목(花木)과 초화류(草花類)를 도입하였다.
최근 전통사찰의 경우 다양한 기능의 도입을 요구받고 있으며, 그러한 기능을 수용하기 위한 불사가 이곳저곳에서 많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전통사찰이 지난 날 특정한 시점에 지어진 특별한 환경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새로운 기능의 도입은 기존의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전통사찰에서의 불사는 매우 신중하게 결정하여야 될 일인데, 최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전통사찰의 불사현장을 보면 본래의 질서를 훼손하고 경관을 파괴하는 일들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더구나 복원불사의 경우에는 사찰의 원형에 대한 분명한 해석이 없이 복원을 강행하여 원형을 완전히 파괴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사찰을 복원하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 ․ 관리하는 것이 오히려 좋은 방법이라는 의견이 많은 실정이다.
실상사는 통일신라시대에 조영된 사찰로 구산선문 가운데 실상산문의 중심사찰이다. 실상사에 대한 발굴조사는 지난 9년 동안 8차례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실상사의 공간구성 및 건물의 배치에 대한 대부분의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 발굴조사는 건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조경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에서 아직까지 알아야 할 일들이 남아있는 실정이다. 특히 현재 요사채들이 자리 잡고 있는 보광전 남서쪽 일대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지난 날 이곳에 대한 지형처리가 어떠하였는지에 대한 윤곽을 확인할 수 없고, 현재 못으로 조성된 곳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사찰의 주요한 경관구성요소인 지당에 대한 이해가 불확실하며, 화분조사를 실시하지 않아서 과거 실상사의 식물상(植物相)에 대한 분석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따라서 지금의 조사결과를 가지고 조경복원불사를 논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며, 향후 복원불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상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도 확실한 조사를 실시하여 그 전모를 확인한 다음 복원불사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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