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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세미나 제3주제발제 실상사의 외부공간과 실상사 : 정기용(건축가, 상균관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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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4-18 19:37 조회2,1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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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상사 절 불사, 어떻게 하면 좋을까 2


실상사의 외부 공간과 실상사
정기용(건축가, 성균관대 석좌교수)


실상사의 복원 불사 또는 중창불사는 우리나라 전체의 불사와도 관계된 것으로 단순히 실상사 만의 문제를 뛰어넘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여기에 참석하신 분들이 합의한다면 저는 오늘을 역사적인 날이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저는 실상사 불사 관련 1차세미나에도 참석했고, 몇 년 전 해인사의 불사 즉 “해인사 신행문화도량”과 관련해서 1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해인사의 경우 대형 부처님을 세우지 않기로 하고 어떻게 절의 제대로 된 불사를 일으킬 수 있는가를 논의한 적이 있기 때문에, 저는 할 말이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지나가다가 한 말씀 던지는 것이 아니라 지난 4-5년 동안 생각했던 것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역사적인 날이라고 한 것은 오전에 허정순 약수터 보살님이 이런 자리에 참여하신 것 자체가 역사적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늘 이런 자리에는 유명한 교수님, 고명한 스님들, 군수님이 나와서 이야기 하는, 그런 엉망진창인 사회를 오늘 5월 24일 아침 11시 반에 종결짓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우숫개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사실 여기에 도법스님도 와 계십니다. 역사적이라고 하는 것은 오늘 도법스님은 대운하 저지를 위한 순례의 마지막 날로 서울에 계셔야 하는데 이 자리에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서울에서 도법스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산내면 면사무소에 있는 것은 무얼 의미하겠습니까.
저는 도법스님을 잘 알지 못하고 최근에 이런저런 통로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첫 세미나 때 어느 분이 책을 한 권 주셨습니다. 도법스님의 순례 이야기를 책으로 근사하게 묶은 것인데, 그 책을 받아들고 끝까지 읽었습니다. 그 책을 읽고 난 후 도법스님을 그냥 존경해야 마땅한 스님을 넘어서서 우리 나라의 희망을 전달하는 분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분이 지금 서울에 계시지 않고 여기에 계신다는 것은 안상수 교수님과도 점심 후에 말씀을 나누었습니다만, 실상사의 불사의 문제를 대운하의 문제보다도 더 심각하고 중요한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사는 계속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 땅 전체를 다루는 것과도 연결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역사적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몇 가지 말씀을 드리면 중요한 것은 붕어빵을 다 사드셔 보겠지만 붕어빵이 똑같이 나오는 것은 붕어빵을 굽는 철판이 똑같기 때문입니다. 불사를 붕어빵에 비유하면 주지스님이 불사를 결정하고, 전문가에게 용역을 의뢰하고, 엔지니어라는 붕어빵 틀에 들어가는 것이죠. 그러면 나오는 것이 똑 같습니다. 서론, 본론, 결론, 예산은 얼마, 그 다음 달에 집행하게 되는 거지요. 집행할 때는 연구보고서는 절대 들여다보지 않고, 연구보고서는 붕어빵 형식에 불과한 것입니다.
오늘이 세 번째 역사적인 날은 절차를 새롭게 만들어야 내용이 새로워진다 하는 것을 실천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외람되지만 오늘 이 자리게 있게 한 도법스님과 안상수 교수님, 그리고 주지스님인 재연스님께 박수를 쳐 드립시다.
절차를 바꾸는 것을 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제자들, 어린 학생들이 이런 자리에 참가하는 것도 근사한 일입니다. 20대 연애를 할 때 대웅전 앞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여자가 남자에게 묻습니다. “이것이 뭐하는 집이지?” 라고. 이것이 젊은 학생들의 인식입니다. 인구의 7~80%가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절 이름은 알아도 절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는 겁니다.
아마 우리 학생들이 어제 하룻밤을 실상사에서 자면서 아주 놀라운 것이 많았을 것입니다. 불사를 일으키는 것은 스님들을 위한 것도 아니고 앞으로 다가올 세대들을 위한 것입니다. 저는 우리 제자들이 빠지지 않고 이 자리에 참여한 것이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에게도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저 같으면 연애하러 도망가지 여기에 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 참석한 저의 제자들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오늘의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에 대해서 서로 공유했으면 좋겠어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제가 수선을 떨면서 뒤에 붙이고 하는 것들은 본론부터 말씀드리면 대동여지도입니다. 사실은 한반도를 다 가져오려고 했는데 너무 커서 가지고 오지 못했습니다. 사실 대동여지도는 김정호 선생이 혼자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여러 지도들을 통합한 것입니다. 따라서 대동여지도는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 조상들이 우리에게 금수강산을 넘겨줬고 그 땅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동시에 물려주었습니다. 우리나라 금수강산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모법 답안을 제시한 것입니다. 저는 건축을 할 때 제일 먼저 참고하는 지도가 대동여지도입니다. 왜냐하면 대동여지도는 평수를 말하지 않고, 역세권을 이야기하지 않고, 땅이 어떻게 흘러오고 있는지를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동여지도의 가장 큰 특징은 땅을 생명체로 본 것입니다. 하나는 산의 핏줄이고 하나는 물의 핏줄이라는 것입니다.
대운하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는 조상들이 물려준 두 가지, 지도와 땅을 파악하는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제가 대동여지도에는 구체적으로 땅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땅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없는 이유는 제대로 지도를 그려본 적이 없기 때문이고, 삶의 지도를 표현한 적이 없기 때문이며, 땅을 면적으로만 생각한 때문입니다.
오늘 제가 가져온 자료들은 우리 학생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것입니다. 절에 대해, 마을에 대해, 불사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모두 추상적으로 이야기 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 지도를 가지고 나오지 않고 아예 땅을 가지고 왔습니다.
사실 우리들이 절에 대해 이야기하든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든 땅 그 자체라는 데 있는 것입니다.
제가 발표할 주제가 절 외부공간과 실상사인데, 어디까지가 외부공간이냐는 것입니다. 실상사는 강력한 축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실상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지리산을 넘어서 산내면 전체와 연관해서 생각하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나아가서는 한반도 전체, 더 나아가서는 세계와 우주까지 다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불교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 세상에 작은 모래알에도 우주가 들어있다는 말이 있듯이 실상사라고 하는 사찰은 당연히 우주가 들어있고도 남겠지요.
1차 세미나 때 실상사 선언을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실상사선언은 불사의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보통 불사는 절의 위세를 떨치려고 하는 것이 많습니다. 절들의 불사 폐해를 스스로 성찰하고 앞에서 도법스님이 발제하신 말씀을 실상사 창건 그 당시 의미를 되새기는, 거기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절이 그 자리에 생겼는가를 생각하며 새로운 절차를 받아들여서 새로운 불사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만 되어도 성공적일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들이 실상사가 한반도 전역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실상사는 절을 짓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지금 이 시점에서 뼈저리게 반성하고, 이땅에 살고 있는 실상사 사부대중이 고민하면서 나아갈 방향을 찾아가는 불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도 동참을 한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는 몇 가지 폐단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그것은 한국근대사가 사람들을 전부 다 죽여버렸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죽였느냐고 한다면 그것은 인간을 동물로 만든 것입니다. 어떤 동물이냐 하면 경제적 동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지요.
우리 나라는 네 번인가 다섯 번인가 큰 단절이 있었습니다.
산과 들과 물과 혼합되어서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몇가지 단절을 겪게 된 것입니다. 하나가 일제시대의 단절이고, 두 번째 단절은 새마을운동입니다. 새마을운동 때 어떤 단절이 있었느냐 하면, 농민들 스스로 그들의 손으로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없애버린 것입니다. 농촌에 살던 사람들은 도시로 나가 버렸습니다. 자기 손으로 자기가 사는 집을 때려부순 것은 전 인류의 역사에서 없는 초유의 일입니다. 초가집에서 사는 것은 가난의 상징이고, 초가집을 걷어내고 양철지붕, 스레트 지붕을 하도록, 자기가 자기를 부정하도록 강요했던 것입니다.
농촌을 잘 살게 한 것일 수도 있지만 문화적으로 자기의 정체성을 말살하도록 한 것이 이 나라 전체의 가장 큰 단절입니다. 학자들이 새마을 운동을 성찰할 수 있도록 다루어야 합니다. 7, 80 먹은 노인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자기 정체성을 부정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 성장한 사람들이 도시에 살기 때문에 이웃에 대한 관념이 없고, 명절 때만 고향을 찾게 됩니다. 그런 풍경은 자기 정체성을 찾아 떠돌아 다니는 유목민과 같습니다.
아파트 살다가 아파트를 때려 부스면 경축하는 나라가 우리 나라입니다. 이것은 인간들이 아닙니다. “우리 동네 임대아파트가 웬 말이냐”는 프랭가드를 걸어도 누구 하나 말하지 않는 것이 요즘 우리 사회입니다. 이런 나라는 동물천국이지 인간이 사는 나라가 아닙니다.
세 번째 단절은 6.25입니다.
6.25는 이 땅을 초토화시켜서 남은 것은 판자집 뿐이었습니다. 서울 도시계획의 60년은 판잣집을 때려부순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서울시가 계획한 도시계획인 것입니다.
네 번째 단절은 끔직한 것입니다. 이것은 개발독재라고 하는 것입니다. 개발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나라가 바로 지금 우리 사회입니다. 우리는 이런 단절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 몸뚱아리, 육신과 돈은 있는데 머리는 텅 빈, 물질이 난무하고 문화가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동물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나라입니다.
우리 가족만은 살아야겠다, 그래서 아버지가 도둑질을 하고 아들은 살인을 해도 살아 남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왔습니다.
동물에서 다시 인간으로, 불평등에서 다시 평등한 사회로, 파괴에서 다시 생명으로 이렇게 거듭나는 일을 실상사에서부터 해야 합니다. 이것은 뜻있는 일입니다. 도법스님과 같은 분들이 시작하시면서 전국으로 퍼져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왜 불평등에서 평등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씀드렸냐 하면, 한국 근대화가 사회를 불평등한 사회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생명으로 복원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제가 작성한 요지문의 내용을 보고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실상사는 ‘선문구산’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사찰이다.
문경의 봉암사와 함께, 그러나 봉암사는 6.25 때 소실되어 폐허가 되었다. 그래서 실상사가 더없이 소중하다.
본래 신라시대에 ‘귀족불교’는 경주에 근거를 두고 개혁적 불교라고 할 선불교는 중앙(경주)에 진출할 수 없었다고 한다. 따라서 당대에 개혁적 사상의 선불교는 지방 호족과 연대하였다.
‘선문’은 호족들에게 정신적 이데올로기를 제공하고 호족들은 ‘선문’을 후원하였다 전한다. 유사시에는 승려들이 승병으로 수비대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정황을 다른 의미로 해석하면 개혁 의지를 가진 승려들과 지방 호족이 만든 ‘새로운 농촌사찰공동체’의 출현이라 할 수 있다. 중앙의 권력과 관계없이 변방에 건설한 특별한 공동체인 것이다.

실상사는 아직 전체적으로 발굴되지 않아 가람 전체 역사의 ‘실상’이 드러나 있지 않다. 보물도 많고 부도 3개는 국보급이며 철불도 있는 중요한 사찰임에는 틀림없다. 최근 실시한 발굴조사는 완전하지는 않은 듯 보이나 건물지를 고고학적으로 입증해 보는데는 제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주변의 외부 공간을 모두 발굴 조사하기에는 힘이 부친다.

 그러나 다시 한번 긴 호흡으로 한국불교사를 되돌아 보자면 엄밀히 말해서 조선조의 승유배불정책은 이 땅에서 교종을 와해시키고 선종이 큰 흐름으로 등장한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지금 실상사에서 진행시키거나 일으켜야 할 불사가 있다면 그것의 큰 방향은 역사의 출발점에서와 같이 ‘변방의 중심으로’ 다시 한번 새로운 뜻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지방호족’ 대신 생명의 농업인들과 연대하여 이땅에 새로운 의미의 농촌/사찰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며 나아가서는 불교의 또 다른 영역인 교종의 뿌리도 어떤 형태로든 아우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여 명실상부하게 한국불교의 재생의 근원지까지 바라보는 것이다. 이것이 너무 상궤를 벗어난 큰 욕심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시대, 이 땅이 현재 마지막으로 갈구하고 있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 ‘친환경 농업’이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순수한 생명의 희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성에 따라 자연을 거스리지 않고 이 땅에 남겨놓은 수많은 흔적들의 조사와 보존 등은 실상사가 불사를 일으키며 같이 생각해야 할 지표들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차적으로 실상사의 외부 공간은 물론 인접한 영역들에 대해여 새로운 방법의 생태지도를 그리는 것으로 출발하여야 한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실상사 발굴조사를 10여 년 동안 수행하였고 많은 건물지들이 발견되었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고고학적’ 영역에 머물고 있다.
발굴 조사가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는 하나의 숙제임에는 틀림없으나 기본적으로 실상사와 주변의 ‘삶의 역사’를 섬세하게 조사하고 기록하며 분석해야만 한다.


(인문) 마을이나 지명들의 유래와 기타 흔적들을 조사하고,
(자연) 크고 작은 물길들의 흐름, 특성은 물론,
(마을) 크고 작은 마을들의 어제와 오늘을 여러 관점에서 조사 ․ 연구하며,
(땅)  특히 경작지의 변천사 및 토질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신화) 신화와 설화의 이야기들과,
(역사) 산내면과 입석리의 역사도 알아보고,
(사람) 특히 이 땅을 살다간 사람들과 요즈음 스며들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아볼 일이며,
(산물) 이 땅에서 나는 산물들의 특성과 미래의 산물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문화재) 문화재의 분포와 보존 활용 방법을 조사 ․ 연구하고,
(자원) 그밖에도 어던 ‘자원’들이 있으며,
(관광교육) ‘지리산’과 관련된 모든 것들은 물론 실상사와 주변 간의                    관계(Network)와 가능한 것들을 조사하고,
(경관) 마지막으로 실상사를 에워싸고 있는 산과 들이 실상사 경내와                  마을들이 어떤 경관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것은 또한 역으로 어떤                심성을 산물을 만들어 내는지도 연구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자연의 생태와 사람들이 살아온 인문 사회 생태를 조사하여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생태지도를 섬세하게 그려내어 막연하게 느끼기만 했던 실상사와 주변 ‘땅’의 잠재력을 찾아내야만 한다.
어떤 불사를 일으키든, 바로 이곳의 삶의 흔적과 기억과 문화와 생태와 역사의 큰 틀거리를 선명하게 들어 낸 다음 할 일이다.
오랜 시간 땅에 기록된 수많은 사연과 사건과 삶은 아주 여러 겹이 중층적으로 겹쳐 있어 우리가 보는 것만으로 외부 공간을 쉽게 재단하거나 판단할 수 없다.
오랜 시간 축적된 만큼 섬세하게 한켜한켜를 들어내어 읽은 다음 다시 모든 것을 중첩시켜 바라볼 때 비로소 우리는 땅의 역사를 제대로 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번 내가 느낌으로만 말했던 것을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성찰한 일이다. “실상사에서는 사람이 늘 중심에 서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나는 원의 중심에 있듯 땅의 중심에 있다”는 느낌, 분위기가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건물/건축보다 건물과 외부공간들과의 관계들 속에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 있을 것이다.
보이는 것 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야만 불사를 제대로 할 수 있다.

 절의 불사는 불사를 위한 불사가 아니라 사람과 역사와 땅과, 시간에 아로새기는 정신의 불사일 때 우리는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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