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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세미나 제4주제발제 마을과 절 : 이해경(지리산친환경영농조합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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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4-18 19:42 조회2,1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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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상사 절 불사, 어떻게 하면 좋을까 2


마을과 절
이해경 (지리산영농조합법인 대표)


1. 들어가는 말

실상사와 인연을 맺은 지 어언 10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1998년에 개교된 실상사 귀농학교와 인연을 맺었지만 이후 재가자의 한사람으로서 실상사 사부대중공동체의 구성에 참여하면서 실상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돌아보면 불교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절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스님들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더욱이 사부대중공동체라는 명확한 개념조차 잘 모르면서도 이런 일을 해온 내가 참으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귀농초기에 나의 관심은 지역공동체였다. 실상사 귀농학교로 오게 된 것도 지역공동체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한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애초에 나의 관심은 실상사가 아니라 귀농학교였다.
그렇지만 그 귀농학교를 통해 자연스레 실상사사부공동체의 한 일원이 되었고, 실상사 도법스님이 생각하시는 뜻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시대에 불교의 사상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를 지녔는지를 알게 되었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불교 속에서 찾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초창기에 막연히 가지고 있던 지역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구체적으로 삶 속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으로 방향을 선회하였다. 실상사가 추진하는 실상사 사부대중공동체와 더불어 산내 지역의 지역공동체, 마을 공동체를 실현하는 하나의 바람직한 모델을 만드는데 동참하게 되었다.
따라서 그동안의 경험과 평소 가지고 있는 몇가지 생각들을 정리해서 오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그러나 내가 아는 불교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한정적일 수밖에 없으며, 내가 아는 절도 오직 실상사만 알기 때문에 오늘 주제에 대한 나의 발표 역시 실상사 중심으로 될 수밖에 없음을 양해 바라며, 짧은 식견이라도 이해해 주길 바란다.

2. 내가 아는 실상사

나에게 실상사란 절은 시공간적인 측면과 상징적인 측면, 두가지 측면에서 인식된다. 시간적으로 실상사는 오랜 인고의 세월을 지내온 천년 고찰이다. 천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실상사는 수많은 사건을 겪었을 것이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실상사 도량에 가만히 서 있으면 많은 이야기들이 들려오는 것 같고, 많은 상상력의 나래를 무한히 펼칠 수 있게 된다. 지난 10여 년의 발굴을 통해서도 실상사의 지난 이야기가 많이 밝혀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공간적으로 실상사는 우리나라 최고 명산인 지리산 품안에 자리잡고 있다. 그것에 맞게 실상사는 지리산 주변의 자연 환경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사찰이다. 풍수지리적으로 연화부수의 명당 자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백두대간의 정기가 모이는 곳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처럼 실상사는 시공간적으로도 아주 의미있는 사찰이고, 그래서 각종 문화재가 많은 사찰로 유명하다. 실상사는 다른 유명한 사찰과 달리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옛모습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포근한, 지리산처럼 보면 볼수록 깊이있는 아름다움이 담겨 있는 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보다 내가 실상사를 더욱 의미있게 생각하는 것은 실상사가 가진 상징적 측면이다. 실상사는 한국불교사적으로 구산선문의 최초 가람이라는 중대한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한국불교의 큰 흐름이 교종에서 선종으로, 귀족불교에서 대중불교로 전환하는 계기의 시발점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것을 보다 깊이 들여다보면 실상사의 개찰을 통해 불교가 진흙탕 같은 세속으로 성큼 들어가 대중과 만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바꿔 말하면 “실상사의 개창은 불교 뿐만 아니라 세상 변혁의 출발점이었다”는 것이고, 이후 불교가 세상과 소통을 통해 화해 ․ 공좆 ․ 융화를 이루어 대승불교의 꽃으로 피어나는데 일조를 하였다는 점이다. “세상과의 소통을 통한 화해와 공존” 바로 이것이 곧 “실상사의 정신”이라고 생각하고, “실상사는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상징성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지나친 것일까?
이러한 실상사의 정신과 상징성이 천년의 시간과 함께 면면히 이어와 오늘에 발현되고 있는 것이 바로 오늘날 실상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많은 일들의 근간일거라고 생각해 본다.
따라서 실상사를 제대로 바라보면 현대문명이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을 때 불교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고, 사찰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다고 생각된다.

3. 실상사 정신과 인드라망 이념

천년 전 실상사 정신이 오늘날 세상에 대한 이념으로 발현된 것이 인드라망 이념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므로 저것이 일어난다”는 연기법과 “생명이라는 것은 삼라만상의 총체적 관념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동체적 존재”라는 생명관을 바탕으로 “온 우주 만물은 한몸 ․ 한생명이다”는 말로 축약된 인드라망의 이념이야말로 천년을 이어온 실상사 정신의 발전적 ․ 현대적 집약이라고 생각된다.
인드라망 이념을 기준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 모든 것이 문제될 것이 없고, , 세상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 없다. 한몸 한생명으로서 나와 너가 분리될 수 없듯이 사찰과 속세가 분리되지 않는다. 불교가 세속의 문제에 관여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속으로 들어가 문제 해결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수행과 삶의 관계에 있어서도 수행과 살미 결코 분리되지 아니하므로 수행이 산속의 선방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 삶속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해석해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실상사 정신이나 인드라망 이념은 부처님의 뜻에도 명확히 부합된다고 생각된다. 부처님은 오랜 전생부터 세상을 구하려는 구세대비(救世大悲)의 본원력을 가지고 구준히 수행을 하였고 깨달음을 얻은 후에도 그 본원력을 구체적으로 실천하셨다. 부처님의 출가는 자기 자신의 고통이나 자기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깨달음의 영원한 행복을 우주 만물과 나누기 위해서였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실상사는 인드라망 이념의 근본도량으로서 오늘날 지역과 세상의 문제 해결에 대한 많은 대안을 제시하는 사찰과 불교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전형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4. 실상사 복원 불사와 마을과의 관계

1) 실상사 복원 불사에 대한 생각
지난 10여 년간 진행되었던 실상사의 발굴 작업이 끝나고 이제는 새로운 실상사의 복원중창불사가 기획되고 있다. 그런 취지에서 오늘 이런 세미나도 진행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 흔히 복원불사 하면 건물중창을 말하기 때문에 어떻게 건물을 지어야 전통사찰로서의 실상사 모습을 복원할 수 있고, 어떤 그림을 그려야 실상사의 모습을 일신하고 많은 사람이 찾아오도록 할 것인가를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크고 멋진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도 중요하고, 실상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만족스럽도록 아름답게 치장을 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앞에서도 보았듯이 실상사가 가지고 있는 그 상징성을 고려해서 실상사 정신을 살리기 위한, 인드라망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내용성을 담은 큰틀의 불사가 되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큰 틀에서의 실상사 불사는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다만 그것이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이 세워진 것이 아니어서 그렇지 이미 마을과 지역을 향해서, 세상을 향해서, 온우주의 생명을 향해서 실상사의 불사는 시작되었고 그리고 지금도 현재 진행중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시 말하면 귀농학교는 실상사가 실시한 생명불사이고, 화엄학림이나 작은학교는 실상사가 실시한 인재불사요, 한생명은 실상사가 실시한 마을불사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귀농학교는 절이 농촌지역에 희망을 전해주는 희망불사요, 한생명은 절과 마을이 하나로 통합되는 공생불사다. 그리고 실상사 사부대중공동체는 불교계를 향한 새로운 승가공동체 모색을 위한 불사다.
실상사가 전국적으로 유명한 것은 문화재가 많고 천년고찰이라서가 아니라 바로 지금까지 이루어진 큰틀의 불사, 즉 생명위기 시대의 생명살림불사와 농촌과 마을 위기 시대에 지역의 희망과 대안을 모색하는 마을불사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모습의 불사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실상사의 도량도 이미 경내를 벗어나 산내 지역 전체가 되었으며, 나아가서는 온 세상이 도량이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실상의 복원 불사는 외형적인 것과 내용적인 것을 종합한, 장단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세워 차곡차곡 진행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2) 실상사 사부대중공동체와 마을
옛날 마을의 주민은 절과 종교적이든 생화적으로든 일체감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 실상사만 하더라도 마을주민들에게는 우리절이었다. 그것이 자본주의 시장시스템의 발달에 의해 현재 절과 마을은 종교적 ․ 신앙적으로만 연결되고 있을 뿐 생활적으로는 단절되어 버렸다.
절과 마을의 분리는 이미 대부분의 절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대적이고 보편적인 현상이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 농촌 지역의 사찰 모습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하나는 절이 농촌 지역과 마찬가지로 함께 쇠락해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광지에서 나타나는 형태처럼 농촌지역의 황폐화와 관계없이 절은 새로운 불사를 통해 외형적으로 확장되고 부유해지는 모습이다.
특히 후자의 절에 있어서는 마을 주민이 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절에 있어서 수요자는 더 이상 마을 주민이 아니라 몰려오는 관광객이나 종교적 ․ 정신적 위안을 돈으로 사고자 하는 도시민들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을은 없어도 절은 있다. 한쪽은 황폐화 되어가고, 한쪽은 확장되어가는 이런 불균형적 현상은 마치 도시와 농촌의 불균형적 현상과 다를 바 없다. 이와같은 건전하지 못한 현재의 모습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 바로 마을불사인 것이다.
마을불사란 지금까지의 이런 불균형적인 일방 통행적 시스템을 쌍방 통행적 순화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다. 또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절이 마을을 위해 해야할 최소한도의 의무이다. 기업만 사회환원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종교단체인 절이 더 앞장서서 해야할 일이 바로 사회환원인 마을불사인 것이다.
불교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는 인드라망의 관점에서 볼 때도 절과 마을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래서 이러한 절과 마을의 관계 복원을 위해 실상사는 이미 마을 불사를 해 왔다. 즉 출가자와 재가자가 함께 하는 사부대중공동체를 주창하였고, 재가자는 한생명이란 조직을 통해 마을과 소통의 고리를 만들었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현재 시스템적으로 잘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절과 마을이 크게는 사부대중공동체요, 작게는 하나의 지역공동체라는 인식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마을 주민들은 우리절이던 실상사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귀농자들에 의해 주민들과 단절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근본적인 취지를 모르기 때문에 생긴 오래하고 생각된다. 현재 실상사는 마을의 경제 ․ 복지 ․ 문화 ․ 교육 등 모든 문제를 마을 주민과 함께 공유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고 언젠가는 실상사의 이러한 노력이 반드시 빛을 보리라 확신한다. 다만 지금까지는 그러한 일들이 마을 주민이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가는 관계를 만들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는 마을과의 관계를 절이 추진하는 불사의 하나인 마을불사라는 차원에서 깊이 고민하고, 주민과 소통하면서 진행할 때 지금과 같은 오해가 사라질 것으로 본다.
물론 절의 마을에 대한 불사가 단순히 경제적 ․ 생활적 공생공존관계의 복원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절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파하는 것은 기본적인 역할이다. 부처님도 경제적인 복지를 인간의 행복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보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정신적 도덕적 기반이 없는 물질이라면 진실된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그러므로 절과 마을의 관계는 경제와 사회적 복지, 그리고 정신적이고 도덕적인 복지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행복하고 아름다운 관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진행해온 많은 노력들이 실상사와 마을이 아름다운 관계로 승화되는 마을 불사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5. 나가는 말

현시대는 물질적 가치만 가장 우선시 되고 나머지 가치들에 대해서는 무시되는 가치공황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종교조차도 그러한 시대적 흐름에 함께 편승하는 느낌도 든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이렇게 혼탁한 세상에서 불교의 가치와 절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교의 가치를 대변하는 꽃이 연꽃인데 우리가 연꽃의 모습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면 좋겠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난다”. 이 시대 절이 혼탁한 세상 속으로 들어가 부처님의 가르침과 불교의 가치를 널리 전파하여 아름다운 연꽃을 피워 행복한 세상이 되는 역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절의 공간적 틀 속에서 자신만을 위해 행해지는 닫힌 불사가 아니라 세상을 향한 열린 불사가 되길 기대해 본다. 외형적인 모습과 부처님의 근본가르침을 담아내는 내용이 담긴 큰 클의 불사가 되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지난 10년 실상사 인근 지역에서 이루어진 많은 일들은 바로 실상사 정신에 근간을 둔 실상사의 불사였다고 생각한다. 비록 여전히 여기에 대하여 많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그 일에 동참한 나로서는 개인적으로 참으로 의미 있었던 삶을 살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실상사의 이러한 노력에 공감하고 함께 동참하길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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