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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세미나 종합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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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8-09 18:28 조회2,4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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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차 세미나 종합 토론


최종수 신부님 노래 <직녀에게>를 듣고 시작


사회 안상수 홍익대 미대 교수

 오후는 종합토론 시간이다. 생각을 여과 없이 말씀해주시면 새로운 불사의 거름으로 삼겠다. 먼저 직지사 성보박물관장으로 계시는 흥선스님을 모셔서 말씀을 듣겠다. 흥선스님은 문화재위원으로 활약하시는 문화재전문가이신데, 처음 세미나에서 토론자로 참여했고, 실상사선언도 함께 준비했다.


흥선 직지사 성보박물관장

 처음 세미나에서 우리 나라 불사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봤는데, 해남 미황사의 금강스님과 저하고 반대되는 역할을 했었는데, 해남은 모범사례, 직지사는 잘못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하는 식이어서 악역이 되어버렸다.(웃음)
 저는 그동안 절집에서 살면서, 그리고 70년대 우리나라 절들이 변해오는 과정을 보면서 문제점들을 인식하고는 있었고, 대안이 뭘까를 고민하기도 했는데, 전문가도 아니고 그림을 그리기가 참 어려웠다. 그랬는데 사실은 몇 차례 실상사의 불사 문제를 이야기하는 논의에 참여하면 서 저는 개인적으로 행복한 경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오늘 같은 경우도 사실 놀랍다. 단순히 가르침을 받는 것이 아니라 깨침 같은 것들이 순간순간 탁탁 들어오는 즐겁고 유익한 경험을 해나가는 과정이라서 사실은 제가 토론으로 이야기를 드릴 게 거의 없는 것 같다. 그야말로 참여하면서 한분 한 분의 이야기 속에서 각도도 다르고 차원도 다르지만 아주 중요한 암시와 깨침을 얻는 기회가 되고 있다는 것밖에 말씀드릴 게 없다. 오늘도 정 선생님, 조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서 깨침으로 다가왔다. 오히려 궁금한 게 오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불사에 대해 그렇게 많은 고민을 했으면서도 저 역시도 불사를 기능적으로 생각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일 년 동안 이야기들이 대충 어느 정도 모아지고 개괄적인 방향이 논의가 되었다면, 당연히 오늘은 실상사가 중심에 놓이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방향은 제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소통의 중심역할을 하는 커뮤니티 등의 이야기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아까 정 선생님께서 ‘형태를 만드는 것이 건축이 아니고 삶을 조직하는 것이 건축’이라고 하신 말씀처럼, 불사라는 것도 범위나 차원이 전혀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여러 가지 암시들을 받고 있다. 앞으로 이런 것들이 어떻게 구체화해나가는가 이런 것들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제가 이 자리에서 선생님들의 발표하신 내용에 대해 뭐라고 지적하기는 참 어렵고, 오히려
이렇게 던져진 문제들을 절에 계신 스님들이나 산내면 주민들이 어떻게 볼 것인가가 참 궁금하고 이야기를 듣고 싶다. 만약 그런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면 저도 그런 과정에서 저도 할 이야기들이 생겨날 것 같다.


정기용 성균관대 건축과 석좌교수

 최종수 신부님께서 부르신 노래 중에 ‘얼어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라는 대목에서 감동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은하수가 어떻게 얼어붙었을까, 그걸 또 눈물로 녹여… 정말 과장법이 심하면서도 아름답다. 최 신부님께서 오후 토론의 시작을 이렇게 무한대로 시작해주신 것 같다.
 한편으로, 서두에서도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해 말씀드렸지만, 그 강이 전부 눈물이 된 것 같다. 따뜻한 가슴으로 녹일 것은 다 녹일 수 있을 것이고, 여러분 가슴속에서 나온 말들이 해답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저희들은 전문가로서 가능한 물음들을 말씀드리는 것이고, 해답은 산내면과 실상사에 사시는 분들이 내놓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안 되면 내일 하고 내일 안 되면 모레 하고 계속 질문하고 해답을 찾으면서 가는 것이다.


최종수 신부

 발제를 들으면서 정말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순례 끝에 많은 열매들을 받아 본 느낌이다. 흔히 캐나다만큼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 없다고들 한다. 제가 캐나다에서 사목을 한 적이 있는데, 저는 그런 캐나다를 가보고서야 우리 나라 산과 강과 들이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특히 오늘 스님과 아침공양을 하러 6시에 논길을 따라오면서 본 뿌연 서리가 내린 들판, 하늘에 남아있는 달… 정말 아름다웠다. 우리 농촌은 우리 고향, 우리 생명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고향과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분들이다. 제가 꿈꾸는 유토피아가 이곳에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걸어오면서 깨달았던 것들이 교수님들의 말씀 속에서 다 살아나는 것 같다. 종교인으로서 이런 자리가 가톨릭 성당이나 원불교 교당 같은 곳의 종교건축에도 퍼져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도 실상사 중창불사가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


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순례한답시고 한 오년 떠돌이로 살다가 그저께 실상사로 돌아왔다. 오늘 이 자리가 실상사
사부대중과 순례 끝나고 공식적인 첫 대면인데, 이 자리를 빌어 잘 다녀왔다고 인사 드린다. 발굴이 끝나고 불사를 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는데, 실상사로는 돈도 없고 능력도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야기를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여기 계신 교수님들께서 좋은 뜻과 마음으로 이 일을 해보시겠다고 열의를 보여주시고 헌신적으로 역할을 해주시니까 주지스님도 저도 실상사식구로서 너무 죄송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세상에 이런 분들도 계시고 또 일이 이렇게도 되어가는구나 하는 감동도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돈 문제가 화두인 현실은 남아 있지만, 오늘 발표를 보면서 우리가 야물게만 마음먹으면 돈 문제를 감당할 수 있는 무게 정도로 최소화시켜서 해나갈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대표적인 것이 컨테이너 박스인데, 우리가 아무리 돈이 없어도 그거 몇 개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웃음) 절집에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문수보살을 지혜의 상징인데, 바모 셋이 머리를 맞대면 문수보살의 지혜가 나온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고 우리 교수님들이 바보라는 이야기는 아니고.(웃음) 바로 지금 이런 현장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구상의 최고 지혜를 만들어내는 용광로가 되는 곳이 지금 이곳이구나 하는 생각한다.
 저는 두 가지 생각을 해본다. 하나는 개인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순례를 마치고 무엇을 할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때마다 산내라는 마을을 화두로 삼아 농촌대안사회, 도시문명에 대한 대안을 고민하고 싶고, 그래서 순례를 마치면 이곳 산내면이 살고 싶은 마을이 되게 하는 일에 힘을 보태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오늘 산내 생태지도를 보니 산내에서 다시 순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5년 한국사회 이곳저곳을 순례했다면 이제는 산내순례를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을 구체적으로 돌아보고 싶다. 그러다 보면 더불어 오늘 생태지도들이 제대로 되었나 검사도 될 것이다.(웃음) ‘생태’라는 말에는 주민들까지 다 포함이 되지 않겠는가. 주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아픔이 있고 어떤 기쁨이 있는지,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느끼면서 순례를 하고 싶어졌다. 생태지도를 보면서 막연했던 것이 구체적으로 분명하게 잡힌 것 같다. 주민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지역주민들이 귀농자니, 운동하는 사람들이니, 실상사니 하면서 갖고 있는 불신에는 이유가 있는 것도 있지만 막연한 불신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다 자기네들 써 먹으려고 하는 짓이지’ 하는 식의 불신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간 정치인들 보면서 늘 경험했던 것들이 무엇인가를 해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그러려니 하고 적용이 되는 것이다. 아까 ‘우리절’이라는 말에 여러 가지 의미부여를 했는데, 명실상부한 우리 절이 되려면 주민들의 마음에 있는 불신들을 거두어내고 ‘이 사람들이 말만이 아니라 산내주민들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 유익한 일을 하려고 하는구나 하는 믿음이 생겨날 때 주민들과 함께 하는 불사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화두로 과제로 떠올랐다.
 다른 하나는 실상사에 대한 것이다. 이곳은 교통수단과 통신수단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그냥 마을일뿐이었다. 실상사도 산내면이라고 하는 마을의 절일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처럼 교통수단과 통신수단이 발달한 지금은 한국사회의 실상사다. 자연적으로 실상사도 시대적 요구와 사회적 요구에 따라 무언가를 하게 되어 있다. 사람들이 찾아오게 되면서 실상사가 의도해서 벌어지는 일도 있고, 사회가 의도해서 벌어지는 일도 있다. 그런데 현재 실상사의 공간조건은 그에 따라가지 못한다. 산내면의 실상사로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한국사회의 실상사로는 감당을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스님들은 스님들대로 고달프고 신도들은 신도들대로 힘들고, 방문하는 사람들은 방문하는 사람들대로 이것저것 불편하기도 하고 부담되기도 한다. 이것은 지금 당장 부닥쳐있는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불사가 차분하게 긴 호흡으로 가려면 당장에 부닥치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갈래를 잡아가는 게 현실적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두 가지 과제에 대해 현실적인 해답을 찾는 것이 과제이겠다. 아까 커뮤니티센터를 이야기하면서 컨테이너 건축을 보여주셨는데, 그러한 것들을 잘 착안해서 현실에 적용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여러 가지를 나름대로 생각할 기회가 되어서 막연하고 두려웠던 부분이 분명해지고 자신감 같은 것도 생기는 말씀들이셨다. 그 외의 실제 내용에서는 제 손이 안 미치는 부분이어서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


흥선 직지사 성보박물관장

 도법스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생각했던 이야기를 해보겠다. 도법스님 말씀과 맥락이 닿기도 하고, 제가 앞에 말씀드렸던 것의 연장일 수도 있는 문제인데, 중요하면서도 예민한 문제라고 본다.
 아까 정기용 교수님께서 “건축은 형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삶을 조직하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실상사불사를 이야기하면서도 공동체를 이야기하고 소통을 이야기했고, 불사의 주체라는 측면에서도 실상사만이 아니라 실상사가 있는 산내면과 그밖의 이해관계자들이 전부 다 참여하는 형태로 불사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모아지고 있다. 그랬을 때 그 주체들 가운데 하나인 절쪽에서는 어떻게 삶을 조직해갈 것인가 하는 질문이 남는다. 이제까지 우리 불사가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면, 그리고 건축이 삶의 정신이고 불사가 삶의 문제라고 한다면, 절에 살고 있는 스님들의 삶도 그런 부분에서 분명히 문제가 있지 않았겠는가, 그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날 우리 절집에서 수행하고 있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하는 점검이 필요하다.
 저는 그중에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수행과 일이 분리되어 있다는 데 있다고 본다. 노동과 수행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스님들은 통속적으로 ‘수행’이라고 하는 것에만 몰두한다. 예를 들면 참선하는 분들은 하루에 정해진 시간 10시간이면 10시간, 12시간이면 12시간을 참선만 하고, 경전하는 분들은 또 그렇게 경전만 배우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자기 삶을 유지하는 물질적인 것들은 다 다른 힘에 의존하고 있다. 저는 이게 굉장히 불건강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걸 근본적으로 극복하지 못하면 수행자들이 사회에 대해서도 그렇고 그 어디에 대해서도 떳떳하고 자신감이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저는 수행과 노동이 결합되는 삶이 절집 안에 조직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실상사의 삶을 새롭게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실상사에서 새롭게 기획하고 시도해 볼 수는 없을까 한다. 실상사에는 화엄학림도 있고, 화림원도 있는데, ‘지금 공부하는 방식은 완벽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고, 또 ‘지금 하고 있는 방식과 생산적인 노동과 결합될 수 있는 방법은 없겠는가를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저는 지금까지 우리 절집의 수행풍토나 삶의 방식이 주민과의 소통단절을 낳은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 만약 수행과 노동이 결합되는 방식으로 삶이 재편된다면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에서도 많은 부분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현재 절집의 불사나 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서도 지금까지와는 상당히 다른 새로운 길들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절다움이라는 것은 절이 갖고 있는 입지조건들 아래 생산과 노동이 결합되면서 전통역사에
서 했던 역할들, 문화적인 역할들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곳 남원지역은 전통적으로 목기 생산에서 아주 중요한 지역이었다. 그러면 여기는 그런 특성이 있다. 절 집안은 고려시대부터 사경의 전통이 있었기 때문에 종이하고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지역에서 생산의 많은 부분을 절에서 담당했기 때문에 절에서 닥나무도 심고 종이도 만들었다. 그런데 이 종이는 현대사회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종이생산에서 큰 장점을 갖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닥나무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한다. 기후, 풍토, 토질 등이 적합한 것이어서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어떤 사찰에서 종이 만드는 노하우와 기술을 높여간다면 세계적인 상품으로도 연결이 되고 전통하고도 연결이 된다. 그리고 우리 문화를 정말로 멋지게 전승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수행과 노동, 문화적인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 된다.
 이와 같이 각 사찰마다 전통과 역사와 배경, 그 외의 조건들을 활용해서 수행과 노동을 결
합해갈 수 있는 이런 삶의 방식을 조직해간다면 정말로 많은 부분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실상사가 만약 그러한 것들을 찾아내서 실행한다면, 주민들이나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전제가 될 것이다. 그래서 저는 실상사가 이런 생각들을 더 고민해본다면 실상사의 마을불사와 관련해서도 굉장히 중요한 전환점이 만들어지고, 우리가 모색하는 부분에서도 굉장한 암시가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허정순 산내면 거주, 실상사 신도

 구체적으로 절을 짓는 일은 교수님들의 몫이 클 것이다. 저희는 뭐가 뭔지 잘 모르니 잘 해주시길 부탁드리고 또 그렇게 해주실 것이라고 믿을 뿐이다. 제가 보기에 귀농자들은 주민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인다. 그렇지만 주민들은 그에 대해 잘 못 느낀다.
 생각도 두 가지다. 어떤 때는 귀농자들이 많이 들어와서 시끄러워져서 싫다고도 하고 어떤 때는 실상사나 도법스님이 좋은 일을 많이 하니 존경한다고도 한다. 사람이 살다보면 안 좋은 일도 생길 수 있지만, 주민들을 속상하게 하는 일도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주민 가운데 어떤 분이 사업을 하다가 부도가 나서 집이나 전답이 경매로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가격이 떨어지면 자기네들이 다시 사려고 했는데 귀농자들이 들어와서 그것을 덜컥덜컥 다 집어먹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어려워진 사람들이 귀농자들에 대한 안 좋은 소리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 같다. 귀농자들은 그런 것에도 신경을 좀 써주셨으면 좋겠다.


재연 실상사 주지

불사이야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단순히 절집을 짓는 것이 불사가 아니라는 입장을 우리 모두 견지해왔다. 오늘도 그런 이야기가 있었지만 어떤 시대, 어떤 자리에서 스님들이나 사찰이 해야 될 일에 제대로 충실한 게 제일 좋은 불사일 것이다. 주민들과 함께 어울려 살면서 그 안에서 교육활동, 종교 활동의 센터가 되는 것이 가장 훌륭한 일이다.
 소통의 문제가 많이 이야기되는데, 우선은 도법스님 계실 때 있었던 고향마을 법회를 부활
하는 것도 좋겠다. 이 어르신들과 정기적으로 만나고 귀농하신 분들도 참여하면서 소통을 풀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당장에는 한생명의 일을 통해서도 접촉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어느 동네도 금방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아까 두 분 교수님께서 그동안 준비하신 것들을 들으면서 저 역시도 한편으로는 조
금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말씀하신 소통센터가 중요한 것 같은데, 그와 동시에 실상사가 당장 부닥쳐 있는 중요한 문제가 있으니, 그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게 숙제이겠다.
 실상사가 당장 부닥쳐 있는 문제를 들자면, 절에 살고 있는 대중의 숫자가 계속 불어나고 있는데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은 출가대중만도 25명~30명 정도 되는데, 그 숫자가 살면서 생기는 필수적인 시설들이 있다. 최소한의 예불공간이 대표적인 예이다. 스님들만 들어가도 꽉 차는 법당 후원 살림 의식주 배설하는 , ( ), 곳 등 이런 시설들이 사실 태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시설들도 충족하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보살님들도 늘 큰 법당 하나가 소원이라고 하시는데, 어마어마한 큰 공간이 아니어도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함께 하는 신행공간도 필요한 것 같다.


시장보살 남원시내 거주, 실상사 신도

 이렇게 훌륭하신 선생님들이 오셔서 우리 실상사 불사에 대해 함께 논의해주시니 참으로 다행이고 감사하다. 어떻게든 하루 빨리 돈을 좀 많이 마련해서 불사가 빨리 되었으면 좋겠다. 바램으로는 법당이 좀 컸으면 좋겠고, 난방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


인월 보살 인월면 거주, 실상사 신도

 저는 인월에서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오늘 아침에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면서 산내가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산내 쪽으로 방향을 옮겨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웃음) 저는 회삼회와 화엄회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초파일 행사나 큰 행사 때 대중공양을 하려고 음식을 준비하는 게 가장 걱정이다. 공양간이 작다 보니 밖에서 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비가 오면 천막을 쳐야 한다. 공양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나 배식을 받는 사람들이나 엄청 불편한 일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양할 수 있는 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또 한 가지는 신도들이 몸이 아플 때 하루 저녁 기도하고 쉬어갈 수 있는 방이 있었으면 좋겠다. 황토찜질방 식으로 하면 더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님들과 신도들이 서로 어울리고 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상담도 하고 거리감도 없어지고 절에도 더 오고 싶은 법인데, 저는 아직도 절에 오면 스님들이 무섭다. 어떻든 저는 실상사가 있다는 게 진짜 좋고, 실상사에 큰 스님이 계셔서 좋다. 가까이에 이런 사찰과 좋은 자연이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다.


조명자 인월면 거주, 실상사 신도

 인월에서 오는 신도들도 자꾸만 실상사가 옛날 같지 않다는 말을 해서 내 나름대로 왜 그렇게 느낄까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제 생각에는 스님들과 거리감이 커져서 그런 것 같다. 살다보면 어려운 일도 많고, 그럴 때면 어딘가 의지하고 싶고 찾아가서 물어도 보고 해답도 듣고 도움을 받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그럴 때 불교신자라면 절을 찾아가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실상사에 오면 스님들과 만날 기회도 거의 없고, 거리감이 있어서 대화가 잘 안 되는 것 같다.


시장보살 남원시내 거주, 실상사 신도

 화엄학림의 경우에도 3기 스님들까지는 어느 정도 아는데, 그 뒤로는 잘 모른다. 요새는 금녀의 집이라고 딱 걸어놔서 신도들은 찾아가지도 못하니까 졸업식 할 때나 뵙게 되는 것 같다. 몸이 아플 때 ‘기도 좀 해주세요 하고 말씀드릴 스님조차 없다.


해강 실상사 화림원 원장

 실상사 불사 세미나를 준비하고 진행하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그에 비해서 정작 실상
사에서 살고 있는 저는 불사 이야기를 오늘 처음 구체적으로 들었다. 그전에는 관심도 없었다.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첫째로는 개인의 성향이나 정서의 문제가 있겠다. 그동안 절집에 살면서 불사의 단점을 너무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저는 불사는 되도록 안 하는 쪽으로 생각했고, 중살이라는 게 이쪽이 무너지면 그냥 저쪽에 가서 살고 저쪽이 무너지면 그냥 이쪽에 와서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어릴 때부터도 그런 교육을 받았다. 두 번째는 실상사불사에 대해 실상사에 사는 스님들끼리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밖에서 사시는 분들이 더 많이 고민하고 보다 더 진지하게 토론하신 것 같다. 실상사에서 오랜 살았고 그만큼 빚이 많은 저도 그러한데 공부하러 와서 몇 년 머물다 가는 스님들은 더 무관심하면 무관심했지 지금 실상사 불사 문제에 대해 더 관심 있는 분은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상사 불사에 대해 말씀드리면, 현재 현실적으로 공간이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든 이 현실문제가 해결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상사에서 그동안의 불사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정말로 모범이 될 수 있는 불사를 하고자 한다면, 서두르지 말고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공간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니 단계적 불사를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한다. 꼭 필요한 부분은 컨테이너 같은 것을 이용해서 메우고 정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공증된 그림이 그려지면 본 불사로 들어가는 식으로 단계를 설정했으면 한다.
 또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저는 스님들이 불사에서 주체적 역할을 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스님들은 가능한 한 사상과 방향성만 제시하고 처음부터 불사의 주체는 불사는 재가불자들에게 넘겨서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 차제에 스님들 내부에서 실상사불사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따로 마련을 해주시면 좋겠다.


정기용 성균관대 건축과 석좌교수

 여러 방면의 이야기들이 나와서 반갑기도 하고 실상사불사의 실마리들이 풀려가는구나 하는 안도감도 느꼈다. 그것을 지금 이 자리에서 다 말씀드릴 수는 없고 몇 가지만 말씀드려보겠다. 먼저 절대적으로 공간이 부족한 문제에 대한 것은 전부 공감하시는 부분인 것 같다. 그것은 사실 중요한 문제다 우리 나라 절들은 . 전부 목조건물이어서 이런 걸 한 번 지으려면 평당 1,500만원에서 2,000만원씩 든다. 그래서 스무평만 지으려고 해도 몇 억씩 드니까 손대기가 정말 어렵다. 그래서 도법스님께서 금방 말씀하신 서로가 서로에게 유익한 길이 되는, 그런 길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 말씀에 저도 공감을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흥선스님께서 수행자들의 삶의 이중성에 대해 고백인 듯 성찰인 듯, 수
행과 삶의 통일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주셨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문제에 대해 잘 몰랐는데, 제가 볼 때 이 고백은 매우 중요한 것으로 느껴진다. 만일 스님들이 수행과 노동의 결합을 통해 지역과 소통하는데 발 벗고 나선다면 그것을 실로 엄청난 사건이다. 먹고 사는 일을 서로 격려해서 소득을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동시에 인품도 올리고 문화도 올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불신이 잠재워질 수도 있겠다. 지금 하신 여러분 말씀 하나하나 속에 해답을 찾아가는 길들이 있다는 것이 여명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이경재 실상사작은학교 대표교사

 개인적으로 안식년 휴가 때문에 다 참여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실상사 불사세미나를 통해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가르침과 헌신적인 여러 마음을 모았을 때 이렇게 일을 풀어갈 수도 있구나 하는 마음에 감사드린다.
 제가 여기 온지 10년이 되었는데, 두 가지로 나눠 말씀드리겠다. 제가 처음 실상사에 왔을 때 보광전 앞에 실상사 불사 천일기도 현수막도 붙어있었다. 저 역시 아까 해강스님 말씀처럼 기존 절의 불사에 대한 불신 때문인지 그 불사 천일기도라는 것에 대해 크게 공감을 하지 못했었다. 그 후에 불사 이야기들과 불사적금을 넣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나 크게 관심을 갖지 못한 채 10년이 흘렀다. 지금 이렇게 세미나가 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이제 뭔가 제대로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또 하나는 아까 마을 생태지도도 나왔는데, 더불어서 실상사의 사료복원을 위한 조사도 있
었으면 좋겠다. 단적인 예로 남원시 역사기념관에 가보면 100년 전 실상사 사진이 있다. 그것을 보면 지금과 배치도 약간 다른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것을 모으면 실제로 실상사 내부를 모으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다음은 귀농자에 대한 문제가 나와서 드리는 말씀인데, 이것은 실제로는 산내가 갖고 있는 문제가 10가지 있다면 그 가운데 하나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니까 자꾸 토착민과 귀농인의 문제로 가는 것 같다. 실상사 불사에서 귀농자 문제를 경제적인 문제이든 지역민과의 화합이든 산내가 풀어가야 할 열 가지 과제 중의 하나로 놓는다면, 지역과 귀농자의 문제도 조금 더 다른 차원에서 바라보고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모색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반대로 산내발전을 위한 모임이 생겨서 실상사불사도 산내의 과제의 하나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해강 실상사 화림원 원장

 이경재 선생님 말씀하신 것 듣고서 기억을 되살렸는데, 제가 아까 드린 말씀 중에 스님들끼리 실상사 불사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고 했는데, 그것은 사실과 달라서 정정한다. 단기간 머물러 갔다 가신 스님들과 더불어 대중적인 논의는 없었지만 소임을 갖고 살았던 스님들끼리는 사부대중상임위원회 체계를 통해서 오랜 논의가 있었다. 아마도 지금 이야기되고 있는 불사가 과거에 이야기했던 불사보다 훨씬 그림이 커졌고 깊이도 있어져서 예전에 했던 불사이야기와 연결을 못시킨 것 같다. 정정한다.


박종민 성균건축도시설계원 실장

 이번에 세 번째 실상사를 오게 되었는데,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라는 거다. 걱정도 없어지는 것 같고, 순환계가 맑아지는 것 같다. 막힌 코도 뚫리고 변도 잘 나오고. 아마도 절집 체질인 것 같다.(웃음. 여기저기서 ‘깎아요. 깎아’)
 저희 학생들이 여름에 마을을 다니면서 조사하고 기록했다. 더 많은 것을 보고 잘 기록하고 싶은 욕심은 많았지만 시간이 짧았다. 이 기록이 과연 여기서 이렇게 오랜 세월 살아오신 분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렇지만 여기 사시기 때문에 이곳의 아름다운 환경이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겨져서 보지 못한 가치들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이 외부의 눈으로 그것을 찾아드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조사하고 기록했다. 저희에게는 굉장히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작은 힘이지만, 이런 도움이 필요하다면 계속해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현중 실상사 종무실장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오늘 발표를 들으면서 상당히 놀랐다. 하나는 원칙을 잘 견지했다
는 것, 즉 경관의 의미를 따져보고 경관을 보호하는 기본원칙을 잘 견지했다. 또 하나는 짧은 기간에 와서 보고 들은 것인데도 실상사와 산내마을에 대해 잘 짚은 것 같다. 이게 전문가의 힘인 것 같다.
 오늘 나온 이야기 중에서 제 생각과 달라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흥선 스님께서 말씀하신
것이다. 스님께서는 스님들이 수행과 노동이 하나 되는 삶을 살아야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정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다. 일과 수행이 하나 되는 삶은 농업이 기본인 사회, 그러니까 봉건사회에서 끝났다고 생각한다. 스님들이나 종교인들에게 노동을 요구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스님들이나 종교인들이 그냥 놀고먹는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종교인들이 . 할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은 맞지만 종교인들의 역할이 노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농사를 하든 다른 일을 하든 온전히 24시간을 투자해야 가능한 세상이다. 일하면서 공부하기는 어렵다. 저는 오히려 스님들이 일과는 완전히 분리되는 게 맞고, 스님들이 스님으로서의 역할을 잘 하면 된다고 본다. 화엄학림 스님들이나 연구원 스님들은 학생이니 학생으로서 학생의 역할을 잘 하면 되는 것이다. 공부하고 연구하는 데 철두철미하면 일하는 것보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공부가 되신 스님들은 종교인으로서의 의무가 있을 것이다. 신도들은 종교적인 문제, 인생의 문제를 갖고 절을 찾거나 교회를 찾는다. 이럴 때 종교인들이 아주 성심성의껏 상담을 하고 부처님이나 예수님이 제시하신 방식대로 길을 제시한다면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
 우리가 노동과 수행을 말할 때 보통은 육체노동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그게 아니다. 아주 가깝게 예를 들면 여기 계신 교수님들도 그러한 노동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하지 않는다고 욕을 먹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전문적인 분야는 그 분야대로 일이라는 게 따로 있는 것이다. 따라서 스님들은 종교인이니 종교인들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해 더 고민을 해주시는 게 좋겠다.


오선미 원백일리 주민, 문화재 해설사

저는 2000년에 이곳에 귀농해서 원백일리에 살고 있다. 제가 처음 실상에 왔을 때 보광전에불사 현수막이 붙어 있었는데, 항상 현수막만 봤지 이런 불사이야기는 처음이다. 불사이야기를 접할 단위에서 일을 한다든지 그럴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못 들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현수막을 보면서 항상 ‘불사를 하기는 하나, 맨날 기도만 하시고 저 불사는 언제 하는 거지?’하는 생각을 했다. 저 역시도 불사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냥 지금 있는 실상사를 그 자체로 잘 가꾸면서 들어오는 입구의 창고도 치우고 주변이라도 잘 정리를 하면 참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오늘 발표를 들으면서 ‘정말 우리 실상사가 살아있는 절이구나’ 하는 믿음이 더 생긴다.
 그러면서도 한쪽으로는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기에 들어오면 항상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실상사에 오면 더불어 잘 살고 서로 마음을 내서 공동체를 잘 유지하고 아름다운 마을로 만들까, 하는 너무나 좋은 이야기들 많이 듣고 간다. 그런데 이 공간만 나가면 일상이 똑같아진다. 이 관계들이 수년을 반복해오는데 문제의 해결은 계속 제 자리에서 맴돌고 있을 뿐이어서 그런 것 같다. 오늘 여기에 앉아서 말씀을 듣는 내내 좋은 사람들이 있고 좋은 이야기가 다 있는데, 왜 실생활에서는 그러한 것들이 퍼져가지 못하고 서로 불신하고 힘든 부분이 많을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이런 과제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고병순 중기마을 주민, 농부
 귀농한지 8년 된 농부다. 저는 불사가 시작된다고 해서 나도 의미있는 일을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동참비로 시작했다. 저는 실상사는 작고 지금 규모가 딱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불사에 대해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어마어마한 큰 절이 아니라 그냥 편안한 절이었으면 좋겠다. 저 역시도 보광전 법당이 작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법당이 참 좋다. 많은 보살님들이 약사전 부처님 손을 만지는데, 저는 대웅전 기둥을 만지면 참 편안한 느낌을 갖는다. 그래서 중창불사를 하면서 이 건물이 없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건축에는 문외한이면서도 기존의 공간을 그대로 두고 테두리를 이어붙일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제가 건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코끼리 다리 만지기로 몇 가지 적어봤다.
- 실상사는 약간 불편함이 남아있는 절이었으면 좋겠다. 현대식 시설보다는 불편한 부분을 조금 더 편리하게 개선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생태뒷간 같은 것도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고, 다만 계단 같은 것을 조금 더 보강하면 좋겠다. 그와 같이 단계적으로 필요한 공간을 조금씩 넓혀가는 것이기를 바란다.
- 흥선 스님께서 말씀하신 일과 수행의 통일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감사드린다. 실천이 어렵다고 해서 포기하든가 미뤄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님들이 공동울력을 해서 일 년 동안 드실 감자 몇 십 박스, 고추 몇 백 근이라도 생산할 수 있다면 좋겠다. 스님들 힘으로만 어렵다면 인근 귀농자들이 공동울력으로 돕더라도 그런 것들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 공양간 일을 가끔씩 돕는 사람으로서 말씀드리면 공양간이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불편하고, 비위생적인 측면도 많다. 천명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은 바라지 않지만, 위생과 기능을 고려하여 공양간을 잘 가꾸면 좋겠다. 대중방도 대중의 신행공간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 절 주변이 담장으로 울타리를 꼭 해야 할까. 대나무 숲으로 울타리를 해도 좋겠고, 야생화 군락도 있었으면 좋겠다.
- 절 주변과 관련해서 말씀드리면, 제가 7~8년전 에 왔을 때 절 주변에는 농장이 대부분 생태적인 농사를 짓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많이 무너졌고, 또 절 주변 근처에 시설 재배가 많아졌다. 저는 사람들이 실상사에 오면 절에만 왔다가는 것이 아니라 절 주변의 모든 것이 생태적이고, 편안하고,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았으면 좋겠다. 변화시킬 방법은 없을까.


우체국보살 산내면 주민, 실상사 신도

 귀농자들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다 그렇게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산내는 귀농자들이 많아져서 초등학교가 커졌다. 그래서 주민들이 도법스님 칭찬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귀농자들이 많아져서 동네가 시끄러워졌다. 시끄럽다고 싫어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도법스님을 좀 안 좋게 말한다. (웃음)
 저는 실상사불사를 하면서 이런 것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점만 몇 가지 말씀드리겠다. 먼저 수월암 쪽에 야생화 동산을 조성해서 신도들이 예불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경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실상사 입구에 주민들이 물건을 팔고 있다. 보따리로 조금 갖다 놓고 파는 분들은 하루 종일 팔아봐야 3천원 벌 때도 있다고 한다. 이런 주민들의 편리를 좀 봐줄 방법이 없을까도 고민했으면 좋겠다.


중묵 귀정사 주지

 3년 전부터 작은 절의 주지소임을 살게 되었는데, 오늘 보면서 ‘야, 이거 다 나한테 하는 소리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3년 전에 그곳에 가면서 불사를 했는데 불사를 하면서 고민했던 내용들이 오늘 불사십조로 나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실제 일에 부딪쳐 보니 그런 생각들은 잘 적용이 안 되었다. 예산 범위 내에서 무엇인가를 해야 하다 보니 결국 상의할 사람은 공사업자였고 결과적으로는 제 생각과 일의 편리, 그리고 공사업자가 갖고 있는 생각의 절충지점에서 불사가 이루어졌다. 불사를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아는 도반스님들, 아는 스님들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수준 이상의 것은 나오지 않았다. 불사가 아주 큰일인데도 종단차원에서는 기준도 없다.
 오늘 쭉 들으면서 ‘야, 이거 여태까지 세미나에서 이야기 된 것들을 잘 정리해서 자료로 각 사찰 주지스님들께 다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그분들이 다 이렇게 하지는 않겠지만 불사의 출발점은 어느 정도 설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역량 있는 사찰에서 이걸 토대로 해서 각 사찰의 실정에 맞게 나름대로 실현시켜내지 않을까. 실상사 불사가 우리 생각대로 그대로 진행될지 어떨지는 아직은 잘 판단이 안 서지만, 지금까지 세미나가 이런 내용으로 진행된 것만 해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감사하다.


최종수 신부

저는 4년 전에 전주 덕진 성당에서 팔복동 성당으로 분가를 했다. 당시 노동자의 집에 조립식 건물 하나 달랑 있었고, 노동자의 집이 문을 닫은 지 일년 정도 지난 상태여서 거의 폐가와 같았다. 신자들과 플라스틱 의자를 갖다 놓고 3일만에 성당을 만들고 미사를 시작했다. 매주 미사가 끝나면 마당에서 점심을 함께 먹었다. 사찰에서는 공양을 자주 하지만 성당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 신자들이 그것을 참 좋아해서 겨울에는 비닐하우스 식당을 만들었다. 폐교에서 가져온 의자와 책상을 놓고. 그런데 3년 전에 전주에 집중호우가 왔을 때 성당에 물이 잠겼다. 성당을 짓자는 말이 나왔고 지금이 좋으니 성당을 짓지 말고 그냥 살자는 이야기도 있었다. 논의 끝에 소박한 성당을 짓기로 했다. 그래서 먼저 성당 공터 350평에 쓰레기를 치우고 농사를 지었다. 거기에서 소출이 얼마나 되겠는가마는 신자들과 함께 봄가을에 채소들을 가꾸어서 팔아 성당건축기금을 모았다. 그리고 성당을 지을 때 전통이 있는데 바로 바자회다. 다른 성당에 티켓을 팔아서 여는 바자회다. 큰 금액이 아니더라도 그런 식으로 함께 모아간다. 여기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걸로 다 충족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스님들이 신자들과 함께 일해서 불사건축기금을 모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귀농자와 지역주민의 화합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이다. 저는 실상사불사가 귀농자와 지역주민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귀농자들 중에 집을 지을 줄 아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 그런 귀농자들과 지역주민이 불사에 함께 참여해서 집을 지으면 어떨까 한다. 제가 생각할 때 건물이 사찰이나 성당이 아니다. 신자들과 하나되는 것이 절이다. 따라서 신자들과 하나가 되려는 노력이 있을 때 사찰은 이미 지어진 것이다. 귀농자와 주민들이 함께 어떻게 우리 생태건축에 맞는 절을 지을 것인가 토의해서 진행하면 될 것 같다.
 저는 컨테이너 건물은 반대한다. 저희도 일단 컨테이너로 시작을 했지만, 일단 컨테이너에 들어가는 스티로폼에서 환경호르몬이 폐기되는 때까지 계속 흘러나온다. 비용면에서도 처음에는 싸지만 지속적으로 돈이 든다. 금방 녹이 슬기 때문에 3년 정도에 한 번씩 칠을 해야 하고, 수명도 10년에서 20년이면 끝난다. 저는 귀농자들과 주민들이 함께 논의해서 이 지역에 맞는 흙집으로 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과정에서 마을 주민들과 서로 협력하고, 건축기금을 모으는 일도 함께 해나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하나되는 삶이고 실상사가 정말 거룩한 사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당 천만원 씩하는 성당이나 사찰을 짓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전주에 안디옥교회가
있는데, 신자수가 약 5천명 되는 큰 교회다. 그 교회는 지금도 조립식 그대로다. 교회를 증축하지 않고 예배수를 늘린다. 일요일에는 하루에 여섯 번쯤 예배를 한다고 한다. 공간이 작고 큰 것이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종교인들이 먼저 가난해야 한다. 신부, 목사, 스님들이
먼저 절약하는 삶을 보여주어야 할 것 같다.


응묵 실상사 화림원 스님

 실상사로 출가한지 년이 되었다 앞에서도 8~9 . 나왔지만 실상사는 많은 대중이 좁은 공간에서 살고 있다. 신도들의 신행공간도 협소하다. 한편으로 우리 사찰이 관광지가 되다 보니 불자들의 수에 비해 다른 수요가 엄청 많다.
 실상사 불사에 대해 생각해본 것을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다.
 먼저 출가자와 재가자의 공간이 분리되었으면 좋겠다. 대부분 사찰들이 이렇게 되어 있는데, 특히 실상사는 스님들이 경전을 중심으로 공부하는 곳이기 때문에 스님들이 공부하는 공간은 분리가 되어야 한다. 물론 다른 활동을 하는 곳은 함께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연적으로 해우소와 공양간이 문제가 되는데, 제 생각에는 지금 있는 학사와 요사채는 출가자 공간으로 하고, 법당 동쪽으로는 재가영역으로 구분을 지으면 좋겠다. 이게 필수적이다.
 다음으로 재가영역에는 100명~15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높이는 기존건물과 어울려야 하겠고, 건물은 3동 정도가 필요할 것 같다.(.1동 : 극장, 세미나실 : 인근 주민들도 함께 사용하는 문화공간. 외부 방문객들에게 안내할 수 있는 곳을 겸함. .2동 : 공양간을 최신식 최첨단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  3동 : 신도들 포교할 수 있는 공간. 설법도 하고 숙박도 되는 곳 . 보일러실이나 창고는 당연히 들어가야 하는데, 지하 형태도 좋을 것 같다.)
 건물양식은 굳이 한옥을 고집하지는 않지만 실상사 기존건물과 석등 탑등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재질과 건축형태면 괜찮지 않을까 한다. 또 한 가지는 탑주위와 법당을 중심으로 동서로 나뉘게 되는데, 그 공간을 작은 울타리로 조경을 해서 성역화하면 어떨까 한다. 출재가가 예불 시간에는 같이 모이는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저는 또 한 가지 운동장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인근 학교에도 운동장이 있지만 협소하다.


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이것도 좀 함께 고민할 수 없을까. 농촌에 살면서 갖는 큰 고민거리 중의 하나가 자녀교육 문제이고 또 하나는 큰 병이 났을 때 의료적인 대책이다. 이런 부분은 개인이 다 책임지고 해결할 수 없고, 국가가 다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다. 그런 이유로 농촌을 떠나기도 하고 농촌에 들어오기 어려워하고 농촌에 살더라도 큰 걱정거리로 안고 있다. 아이들 교육이나 병이 났거나 아주 큰 목돈이 갑자기 필요해질 수가 있는데, 이럴 때 의지할 수 있는 것이 지역에 있다면 우리 농촌의 소농들이 정직하게 농사를 지으면서 농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안정적인 기반이 될 것이다. 이런 것들에 대한 대책이 나올 수 있다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 불신이나 냉소를 걷어내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겠는가 한다.


흥선 직지사 성보박물관장

 제가 한 이야기에 대해서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하신 분이 계셨다. 틀리지 않은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껏 절집에서 행해온 수행자들이 공부도 그런 방식이었는데, 수행의 문제가 오히려 삶의 문제와 괴리가 되고 있다는 데 제 문제의식이 있다. 제 경험으로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깨달음에 도달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런 것에 바탕을 둔 이야기다. 단순히 생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일에서 소외된 수행으로는 세상 사람들과 소통할 수도 없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안내할 수도 없다. 그런 삶은 봉건사회에서 끝나버렸다고 하셨는데,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한 답이 과거사회에서 찾아지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하드웨어가 있다고 해도 스님들이 무너져간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스님네들의 삶의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실상사가 실상사불사를 진행하면서 절차조차도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하고 있기에 수행자들의 삶에 대해서도 이런 논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믿음을 갖고 드린 말씀이다.


조성룡 성균관대 건축과 석좌교수

 실상사에 계신 분들은 저희들에게 큰 공부가 되었다고 하시는데, 저희들은 또 실상사에 계신 분들과 함께 해주신 분들에게서 많은 가르침을 배운다. 오늘 토론회도 많은 것을 배웠는데, 현장에서 공부하는 것이 참 큰 공부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말씀을 들으면서 몇 가지는 더 깊이 생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소통과 경관의 문제이겠는데, 소통의 공간문제는 공간으로 논의될 수도 있고, 프로그램과 같은 다른 방법으로 논의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아까 신부님 말씀 듣다가 떠오른 것이 있다. 오사카에서 교회를 짓는데 돈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건축가가 우선 벽만 만들자고 해서 공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공사를 시작했는데, 신자 중의 한 명이 감동을 해서 힘을 보태고 그게 일파만파 퍼져나가서 훌륭하게 교회를 완성했다고 한다. 실상사가 가난하다고 하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면 일은 되어갈 것이다.
 세 번째로는 실상사 경내의 공양간과 해우소, 출가공간과 재가 공간 등에 대한 의견들이 오늘 많이 나왔는데, 이런 것들은 차츰차츰 공간을 분석하고 정리해서 지금 단계가 아니고 앞으로 해나가야 할 과제라고 본다. 지금 단계는 일단은 사찰과 마을 사이에서 뭔가 쉽게 할 수 있는 일부터 생각할 수 있겠다. 그리고 제가 듣기로는 평소에 애들이 노는 공간도 부족하다고 하는데, 아이들도 그렇고 마을사람들도 그렇고 필요하면 모여서 뭔가를 할 수 있고 교육도 받을 수 있는, 마을사람들이 ‘우리 공간’으로 여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은 사찰보다도 마을 이야기를 했으니까 한 가지 더 부연해서 말씀드리겠다. 보고서의 마지막에 작게 써놓았는데 아까는 , 시간이 부족하여 그냥 넘어갔다. 바로 ‘에코뮤지엄’이라는 것이다. 이 에코뮤지엄은 박물관의 개념이 아니다. 마을 자체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거기 사는 사람들이 프라이드를 가지고 하는 새로운 운동이다. 필요하면 자료를 보내드릴 텐데 그런 것들이 오히려 마을에 원래있던 주민들과 귀농하신 분들 사찰에 계신 분들이 뭔가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그런 곳으로 활용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른 지역은 이런 일을 추진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이 머리를 쓸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이 없다는 건데 여기는 그런 맨 파워가 충분하다고 본다. 오늘 대화를 들으면서 의지만 있다면 여기 산내에서 에코뮤지엄의 선례를 만들 수 있는 곳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정기용 성균관대 건축과 석좌교수

 먼저 우리들이 실상사불사와 관련해서 일 년 동안 함께 했다는 것이 설령 불사를 안 한다고하더라도 정말 행복한 일이었다는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 스님들, 신도들, 마을사람들, 귀농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치 사진을 찍을 때 핀트를 맞추듯이 세미나가 일 년 동안 진행되어 왔다. 그 핀트가 이제는 어렴풋이 맞춰지고 있는 것 같다. 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그런 과정을 거쳐 건축가의 본업인 그림 그리는 일이 머리 속에서 작동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무엇을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왜 그러한가에 대한 공부를 한 셈이고,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건축가의 일은 한 번도 보여진 적이 없다. 크고 작은 방향들은 이제 인식이 되었고, 지금부터는 실천이 기다리고 있다.
 불사를 한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돈부터 걱정을 하는데, 저는 불사는 돈을 갖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사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고 의지로 하는 것이고 생각으로 하는 것이다. 마음과 의지가 결합되고 그 뜻이 절실하다면 세상이 도울 것이다. 불사는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것인데 그 필요가 전부 수면으로 올라와 있다. 이제는 어떤 필요를 챙기느냐 하는 문제만 남아있고,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를 그림으로 보여드려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더 자세하게 할 것인가도 대강은 나왔다고 본다. 콘테이너 하나만 하더라도 땅만 정해지면 지금까지 여러분들께서 생각하는 컨테이너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혀 다른 공간을 만들어 볼 수 있다. 물론 그조차도 돈이 안 드는 것은 아니니 이제부터는 소요예산을 생각해보면서 일정 조정을 잘 해야 할 것이다.
 용재림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 싶다. 원래 우리 나라 사찰들은 목조건물이다. 돈이 많이 들지만 그만큼 또 근사하고 아름답다. 현대건축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목조건축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모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와 같이 목조건축 나름대로의 특성과 의미가 있기 때문에 만약 목탑이든 전각이든 정말로 목조건물로 지어야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60년 후에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한다. 지금부터 용재림의 위치를 정하고 한 60년~100년을 기약하면서 예를 올리는 일을 실상사 불사의 처음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용재림 조성과 함께 목조건물의 건축은 다음 세대에게 주는 숙제로 남겨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간 나온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경내에 화급한 일이 있는 것 같다. 공양간이나 신행 공간, 재가자 처소 등에 대한 이야기가 실상사에 사시는 분들과 신도들을 중심으로 많이 나왔다. 그리고 정말 화급하게 필요한 일이라는데 저희들도 공감이 간다. 그래서 큰 그림을 그리는 문제와 더불어 이러한 것들은 잘 될 수 있도록 저희들도 구상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아까 도법스님이 전국순례를 마치고 산내면 순례를 하신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두렵고 한편으로는 잘 된 일인 것 같다. 저희들이 한 숙제를 잘 점검하실 것으로 믿고, 부족한 점이 많을 터이니 보완해주시면 고맙겠다. 앞에서 고민했던 커뮤니티센터와 같은 것들은 향후 큰 그림들이 그려져서 대충 방향을 정해주시면 봉사를 하도록 하겠다.


사회 안상수 홍익대 미대교수

 긴 시간 동안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불사가 여러 측면에서 소통의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마음에 남는다. 방금 정기용 선생님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다. 여러분들의 말씀을 적극적으로 듣고, 직접 조사도 하고 생태지도도 그리고… 이런 여러 노력들이 모아져서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컨테이너 건축 이야기도 처음 나왔는데, 이제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던 것 같다. 성균관대 도시건축설계원에 감사드리고, 성균도시건축설계원 학생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린다.(학생들의 인사와 박수)

 저 역시도 개인적으로 불사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세미나를 시작했지만 이 세미나를 통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새로운 지평이 보이는 것 같다. 여러분들이 계속 공감하는 것을 제대로 해야 한다. 작은 것이라도 꼼꼼히 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불사가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기본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우리가 일 년 동안 해온 세미나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도법 스님이 지난 5년 동안 한걸음 한 걸음 걸어서 생명평화라는 말이 일반화 되었듯이, 느린 걸음이지만 불사에 대해 한 분 한 분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어온 결과이다. 그러한 것이 참 기쁘다.
 지금부터는 실천이 남았다고 하셨는데, 그 실천의 대상이 무엇인지 오늘 세미나에서 좀 확실해진 것 같다. 그래서 제가 사회자로서 하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이제 이런 이야기가 공식적인 세미나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실상사에서 비공식적으로도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 화엄학림 스님들도 불사가 이랬으면 좋겠다는 말씀 나눠주시고 , 산내면 주민들도 우리 마을이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나눠주시길 부탁드린다. 이야기를 나누시고 수지행님이나 종무실장님에게 전해주시면 좋겠고, 앞으로는 그런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서 하나하나 모아주시면 좋겠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오늘 남원시청에서 한 분이 오셨으면 했는데, 관계자분들이 한 분도 안 오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 세미나는 남원시청에 가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도 해봤다.
 어떻든 이렇게 세미나를 하고 알리는 일을 저희들도 하겠지만, 먼저 이곳 실상사와 산내면
에서 즐겁게 나누셔서 우리가 가고 싶은 실상사, 살고 싶은 산내마을을 그려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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