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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세미나 - 구상발표1 (정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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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8-13 12:32 조회2,2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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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발표1 -

                                                                      발표 정기용(성균관대 건축과 석좌교수)




 성균관대학교 정기용이다. 이렇게 큰 인연이 되어 지난 1년 동안 실상사를 여러 번 내려오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제 그제 실상사 내려갈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있었는데, 다시 4대강 유역을 정비한다는 말을 듣고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졌다. 사라진 일이 다시 솟아나고 또 다시 시작되는 거 같아서 불안하고 지금도 머리가 띵하고 오늘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싶다. 실상사 불사도 중요하지만 저놈의 강 갖고 실랑이 하는 일을 종결해야 되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 정말 아무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다. 예전에 도법스님께서 인간띠잇기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저와 안상수 선생님이 그 인간띠잇기에 내몰려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실상사불사를 인간띠잇기로부터 시작하면 안 되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만감이 교차한다.

그렇지만 약속을 드렸으니 말씀을 드려보겠다. 실상사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실상사는 단순히 절이 아니라 어떤 신비로운 공기가 살아숨쉬는, 생명력이 넘치는 곳 같다.
 오늘 여러분들께 전달해드려야 할 분량이 만만치가 않다. 이걸 하나하나 꼬치꼬치 말씀드리고 싶은 생각도 있고, 슬금슬금 건너뛰면서 일을 많이 했다고 자랑하고도 싶고, 또 한편으로 뒤돌아보면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어서 이제야 뭔가 할 것을 생각할 게제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아마 마지막 말씀이 맞을 거다.
건축원 학생들이 실상사와 산내면에 대해 열심히 자료수집과 현장조사를 하였고, 저희들도 오기 전에 여러 차례 미팅을 했다. 건축가들은 세상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계속 숙성시켜가면서 열매를 맺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일은 그것을 하는 사람의 능력의 한계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고, 그것을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실상사 불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 보다도 건축하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실상사 불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말씀드려야 하겠다. 그래야 나머지 내용들이 여러분들께 잘 전달될 수 있을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축가를 집을 설계하는 사람, 집을 짓는 사람, 집을 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건축가들이 먼저 형상을 구성하고 집이 지어지면 그 안에서 아름다운 삶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은 정 반대다. 여기 계신 조성룡 선생님이나 제가 지난 30~40년간 건축을 해오면서 얻은 결론은, ‘건축가들은 형태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삶을 조직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머릿속에서 무엇을 구성하기 전에 그 지역, 그 공간의 삶이 어떻게 조직되어 있고, 또 앞으로 무엇을 조직하려고 하는가를 묻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마련하는 것이 건축가인 것이다. 형상으로 드러나는 것은 그러한 작업의 결과일 뿐이다. 한편으로 건축가의 임무는 그와 같이 타인의 삶을 조직하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책임이 무겁고 또 굉장히 위험한 직업이기도 하다. 그리고 건축가의 직업만이 아니라 불사라는 것도 결국은 우리들의 삶을 새롭게 조직하는 일이다. 불사를 할 때도 왜 조직해야 되는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등이 대단히 중요한 화두일 것이고 그러한 질문과 답에 공감하는 폭이 크면 클수록 제대로 된 불사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삶이라는 것은 단순한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가 연계되어 있어서 복잡다단하다. 특히 실상사와 같은 경우는 한 사람이나 한 가정의 삶을 다루는 것도 아니고 천년이 넘은 고찰에서 절과 마을의 삶을 새롭게 조직한다고 하는 것이니 실로 만만한 일이 아니다. 연필부터 들고 뭔가를 그린다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다.
 저희의 이런 생각을 먼저 말씀드리면서 오늘은 그동안 함께 세미나를 하고 학생들과 마을조사를 하고 함께 공부한 결과를 그림으로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때로는 지루하고 하품 나는 구석도 있겠지만 넓은 아량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실상사 일을 하면서 오히려 저희들이 많이 배웠다. 옛날에는 절은 그냥 절인줄 알았는데 우리 나라의 모든 절들은 ‘우리절’이다. 그것은 절 그 자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절과 마을이 하나이다. 그래서 절이 마을이고 마을이 절이다. 산이 절이고 절이 산이고 산이 마을이다. 모든 공간들이 서로 연계되어서 어느 하나를 먼저라고 할 수가 없는, 그런 ‘우리절’의 가치를 확실히 깨달았다. 이런 ‘우리절’의 가치에 대한 정의는 매우 중요한 것이고 우리들이 정말로 깊이 바로 새겨야 되는 것이다. 이렇게 봤을 때 절의 불사라고 하는 것은 스님들이나 불교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시대정신을 담는 것이고 절 밖의 속세까지도 포함하는 그런 것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게 제대로 된 불사다. 저희는 실상사 세미나를 하면서 실상사와 산내면을 통해 이 시대에 절이 도대체 무엇인가 또는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특히 실상사는 구산선문 가운데서도 마을과 절이 함께 발전했었던 절이 아닌가 싶은데, 역사학자들도 그렇게 말을 한다. 세미나에서 계속 이야기되었던 마을이 절이고 절이 마을이라는 생각과 지난 제3차 세미나에서 김봉렬 교수가 제시한 ‘복원불사가 아니라 중창불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에 저희들도 깊이 공감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결합되어 실현될 수 있기 위해서는 산내면과 실상사에 대한 깊은 성찰과 조사가 전제되어야 했다.
 오늘 세미나를 시작하기 전에 간단히 3차에 걸친 지난 세미나를 요약해보겠다.
첫 번째 세미나는 불사라는 게 무엇인가에 대한 큰 방향을 잡고자 한 것이었다. 단지 실상사 불사만이 아니라 불사가 무엇이며, 우리 나라의 절 불사는 그동안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함께 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두 번째 세미나는 불사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는데 저는 이 날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곳 실상사가 아니고서는 우리 나라의 어떤 세미나에서든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대화들이 이루어졌다. 스님들의 삶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과 바램을 말하고, 마을과 절 사이에, 그리고 토착민과 귀농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펼쳐졌다. 바로 이러한 대화, 이러한 나눔, 이러한 논의야말로 실상사 불사가 갖고 있는 중요한 매력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대화의 장을 펼칠 수 있는 것 자체가 실상사의 살아있는 힘 같다. 무슨 일을 하기 전에 서로의 생각을 모아가는 이 과정이야말로 우리들이 정말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인데, 두 번째 세미나에서 그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스님들이나 전문가가 서로 모여서 밀실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상사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서로 투명하게 터놓고 만나서 논의하는 장을 가져가는 것 자체가 실상사 불사의 첫 번째 불사였다. 저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진행되는 것이 정말 만족스럽고 이러한 실상사불사에 동참한 것에 대해 정말 기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새벽 4시에 일어나 이곳 실상사까지 오는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그러한 말문을 편하게 터주신 약수터보살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세 번째 세미나는 저희들이 그동안 조사한 것을 간단히 발표했다. 그날도 재경향우회장님, 지역의 청년분, 실상사작은학교 학생 등 실상사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분들의 말씀을 들었다. 그리고 사찰공간에 대한 교리적 이해(김봉렬), 생태사찰(김재일) 등의 문제와 함께 실상사의 조경(정영선), 마을의 삶(김봉렬)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지금까지 진행된 세 차례의 논의는 이와 같이 각자 특성을 갖고 있으면서 내용적으로는 서로 연결되는 좋은 만남이었다. 저는 첫 세미나를 하려고 실상사에 왔을 때 가졌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산속에 있는 절이면서 평지사찰이고, 땅과 사람이 함께 가는 아주 상징적인 의미가 다가왔는데, 이게 실상사 불사의 의미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실상사는 터가 산으로 에워싸여 있어서 실상사가 중심에 서있다. 사람이 서있으면 사람이 이 땅의 중심이다. 한걸음씩 걸을 때조차도 어디로 이동하고 있다는 느낌이 아니라 이 우주의 중심, 땅의 중심에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실상사는 생명이 중심에 있는 장소, 생명이 끊임없이 중심에 놓이는 장소라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그림을 보면서 설명해드리도록 하겠다. 조성룡 선생께서 말씀을 해주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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