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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세상

소통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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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5-02 21:59 조회3,661회 댓글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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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일 (일요일)

        날씨 : 화창하다 못해 덥기까지 합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로부터 직사광선이 마구 쏟아집니다.

                얼마나 따가운지 ‘ 봄볕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에 딸 내 보낸다’는

                옛말이 생각났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사회의 화두가 ‘소통’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소통’이 어제오늘의 문제인 것은 아니지만 요즘에 와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소통을 말합니다.   그러나보니 ‘소통 없이 소통을 말하는 사회’가 된 듯도 합니다.

소통을 부르짖지만 그 태도는 자기고집의 철통이기도 합니다.


출가자들의 사회인 승가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세간에까지 무성한 말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문제의 핵심에도 역시 소통과 불통이 있습니다.


30명 정도의 비구승이 사는 이곳 실상사도 역시 그렇습니다.

주로 주지 등의 사중 소임자와 학림의 학인,  또는 학림의 교수진으로 구성된 ‘교수회’와 학인이라는 대립구도를 형성합니다.  이 가운데 학인스님들은 교수회나 사중 소임자에게 늘 “소통 없는 일방적인 , 소통이 부족한 일 진행’이라는 불만을 드러냅니다.

소임자들은 “일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방법, 학림의 교육이념, 책임질 단위에서 논의할 성질의 것, 대중 논의 할 것과 소임자가 결정 할 것의 구별, 충분한 논의를 거쳤음에도 이해부족에서 오는 소통되지 않음” 등의 변명을 듭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종단의 승가교육기관인 화엄학림에서 교육생과 피교육생 스님들 사이에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이지요.

모든 스님들이 ‘실상사는 다른 절 보다도 대중토론과 회의가 많다’고 합니다.

그만큼 다른 절에 비해 ‘대화와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 한다’는 것은 인정하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대중들 사이에 소통문제가 생겨난다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실상사 스님들은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대중차담’을 갖습니다.

6시 아침공양을 마치고 간단히 도량 비질을 한 다음 모두가 모여서 차를 마시며 한담을 나눕니다.  공유할 일들을 공지하는 것 이외에 전 주에 정한 주제를 한 주 동안 생각하여 두었다가 견해를 교환합니다.  주로 수행과 우리 삶의 문제, 당시 사회에 떠오른 일 등을 주제로 삼습니다.

이번 주제는 ‘중창불사를 위한 천일기도 진행에 관한 건’이었습니다.

작은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토론이 가열되기도 했지만 이를 통해 많은 견해들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내용은 스님들만의 내밀한 부분이라서 아쉽지만 밝히지 않습니다-


우리의 대화태도에 보이는 문제점 지적도 있었습니다. 곧 대화하면서도 소통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기도 한 것입니다.

몇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이렇습니다.

같은 자리에 함께 앉아 동일한 주제를 애기하면서도 각자 자기 정서와 득실을 우선해서 내용을 이해하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또 말한 이의 의도로 내용을 이해하지 않고 말을 따라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말의 뜻보다는 말의 표현, 자구 등에 매여 말꼬리를 따르게 됩니다.

말이 오고가다 보면 자칫 언성이 높아지거나 거친 표현, 부적절한 표현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늘 주의해야할 점으로 지적되었습니다.

6시 30분에 시작한 차담이 9시가 가까워지도록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자 심지어 대화자체의 무용론도 나왔습니다.

‘ 소통을 위한 대화와 토론 자세’에서 우리가 무엇이 부족하고 미숙한지를 알게 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자신을 열어 낮추고 상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서로의 주장만 난무할 뿐 소통은 불통임을 확인하였습니다.  아무튼 소통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합의와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일과 문제를 서로 공유하여 합리적으로 풀어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습니다.


저녁예불을 마치고 다시 강당에 대중이 모였습니다.

그야말로 세속의 나이, 승납, 사회경험 등 살아온 행로, 개인적 가치관 등이 많이 다른 사람들끼리 모여 부대끼며 살다보면 좋은 점도 많지만 여러 가지 갈등의 요소도 있습니다.

내친김에 그동안 묻어두었던 애기, 대중의 화합과 수행을 위해 함께 인식해야할 것들을 드러내 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굽은 것은 펴고, 뭉친 것은 풀기로 하였습니다.

다양한 애기들이 나왔고 양해를 구하거나, 참회하여 그때그때 펴고 풀었습니다.

부족함이 없지 않으나 무거운 애기들을 가볍게 마쳤습니다.

어렵더라도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면 많은 일들은 절로 풀려남을 다시 보았습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오늘 일요일 하루  참 보람 있게 보냈습니다.


아래는 우리 화엄학림 논강수칙입니다. 

화엄학림의 수업방식은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다보니 최소한의 수칙이 필요하게 되어 2002년에 만들어 지금까지 적용하고 있습니다.

재미삼아 보십시오.

       

                화엄학림 논강 수칙

        論講은 서로 탁마를 통해 바른 견해를 세우고,

토론 가운데 평정을 유지하며, 언어를 다듬어 가는 수행이다.

우리의 수행자다운 논강을 위해 온 대중은 다음 사항을 지킨다.


1. 과제를 성실하게 작성하며, 토론준비를 충분히 한다.

1. 자신의 견해를 미리 간단하고 분명하게 정리한 뒤 말한다.

1. 다른 견해를 존중하고 끝까지 경청한다.

1. 토론 중에 감정을 잘 조절하여 흥분하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1. 논강 중에 일어난 좋지 않은 감정은 일상생활에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


        이성적인 토론     예의바른 토론

        여유 있는 토론    근거 있는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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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지금여기님의 댓글

지금여기 작성일

인테넷으로 만나는 실상사이지만
상생을 위한 소통의 대화
참으로 바람직하여 보입니다

다물사리님의 댓글

다물사리 작성일

요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소통' 문제
인간이 살아가는 데 소통보다 더 중요한것이 있겠습니까
더욱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 하지 않았나요
비교적 토론 문화가 정착 된 실상사의 얘기가 이럴진데
다른 곳의 소통에 대한 문제는 제로 수준으로 보아야 할 것 같네요
그래도 진보적인 절집으로 알려 진 실상사가
타 절 집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불문가지'겠지요

관음성님의 댓글

관음성 작성일

실상사가 살아있는 느낌이 듭니다. 어떤 의견이든 내놓고 대화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열린 도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실상사를 더욱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진정한 소통의 자세와 방법의 모범이 실상사에서 나오기를 기도드립니다.

평상님의 댓글

평상 작성일

대화의 중요한 점이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잘 듣는 법, 들으려 집중하는 법, 듣고 바르게 해석하는 법
말하는 이의 의중을 잘 헤아리는 법, 말한 뒤의 분위기를 잘 잡아주는 것까지
듣는 기술을 공부해야 할 판입니다^^

여울님의 댓글

여울 작성일

소통은 살아 있음의 표현이지요.
고인 물만 썩는 게 아니라  생각도 맴돌면 발전이 적지요.
생각도 나누고 들어주면 그것도 보시겠지요.
우리는 모두 한 나가 아닐런지요.
우리 스님들 좋은 공부가 되겠어요.

산꽃님의 댓글

산꽃 작성일

아하! 오나가나 소통이 문제네여

풀집노래님의 댓글

풀집노래 작성일

문제점을 도출해 내고 그것을 풀어 나가는 모습 정말 보기좋습니다!
실상사 학인스님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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