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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空)에서 자비를 배우다 - 현미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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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상사 작성일16-01-18 22:51 조회2,0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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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재가불자 겨울학림에서 공부했던 현미선님께서 공부후기를 보내주셨습니다.

 2015 실상사 겨울학림 후기

'공(空)'에서 자비를 배우다

 

공과 자비

 

이번 재가학림에서는 승조스님이 쓰신 [조론]이라는 글을 가지고 공에 대해 공부를 한다고 했다. 어떤 내용이든 상관없이 참여하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공을 공부한다는 내용을 듣고

더 기대가 되었다. 공에 대해서 거의 아는 바는 없지만, 이전에 [용서]라는 책에서 읽었던 달라이라마의 말이 생각나서이다. “공을 이해하면 자비심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것이 강한 자비심을 갖게 해준다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이 내용이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수첩에 적어 놓았었다.

 

이 문장에 끌린 이유는 선한 인간이 되고 싶어서라기보다 내 마음이 편했으면 해서였다. 다른 존재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자비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내 경계로 인한 답답함과 외로움을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학림에서 공부할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땐 무척이나 설레었다. 기대를 가득 안고 첫 장을 펼쳤다. 큰 글씨로 ‘세상 존재는 참으로 공하지 않다.’는 제목이 쓰여 있었다. 나는 ‘세상의 공함’을 이해하려 했는데, 공하지 않다니!! ㅠㅠ 과연 나는 이번 재가학림에서 원하던 것을 얻을 수 있을까?

 

 

부진공론 : 공하지만 완전히 공하지는 않은 세상

 

학장스님(해강스님)의 말씀은 언제나 아름답게 느껴진다. 듣고 있으면 노래인 듯 시인 듯 가슴 속에서 감동과 울림이 일어난다.

 

우리가 배운 것은 ‘부진공론’이라는 논문이다. [조론]은 모두 네 개의 글로 구성되어 있는데 ‘부진공론’은 그 중 하나라고 한다. ‘부진공(不眞空)’이라는 제목은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모든 존재는 ‘진실한(실체의)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不眞) 공하다(空)’는 것과 세상은 ‘진실로 아무것도 없는 공(眞空)이 아니라는 것(不)’이다. 승조스님은 두 가지를 모두 말 하고 있지만 더 강조하는 내용이자 이 논문을 쓴 주요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은 두 번째 해석이다.

 

불교에서는 존재의 실체 없음을 이야기한다. 모든 존재는 연기, 그러니까 인연화합에 의해 일어났다 사라지는 현상에 불과한 것이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세상 존재의 공함이 너무 강조되다 보니까 사람들이 세상을 허무하고 무의미한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승조스님은 집착할 실체는 없지만 그렇다고 현상과 존재들이 아주 무가치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공’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다시 말해본다면 ‘세상이 공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공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인생은 떨어지는 별똥별처럼 세상을 잠깐 스쳐지나가는 것일 뿐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는…. 아마도 이런 생각이 세상이 완전히 공한 것이라고 ‘공’개념을 잘못 이해한 이들의 생각과 어떤 면에서는 비슷한 것이지 않을까 싶다. 여하튼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동시에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같이 든다. 하지만 삶에 있어 심각하게 고통스러운 일도 없고 딱히 죽을 이유도 없으니 그냥 되는 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이번 강의를 들으며 왜 사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막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님은 모든 존재는 공하여 실체가 없고 인연화합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나’라는 존재도 내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와 깊은 관련 속에서 나타난 현상인 것이다. 그러니 내가 함부로 살면 내 인생만 망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존재들에게도 좋지 못한 인연 조건을 발생시키는 것이 된다.

 

그런데 또 이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좋은 인연 조건을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내가 죽고 나면 모든 것이 끝인데.’ 스님께서는 ‘나’, ‘죽는다’, ‘끝’이라는 생각이 모두 불교에서는 모두 부정된다고 하셨다. 모든 것은 실체 없이 변화만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머리로 생각할 땐 그 말이 맞다고 생각되었지만 불교 초심자인 나로서는 스님의 말씀이 마음에 와 닿진 않았다.

 

 

도반 : 좋은 인연조건의 씨앗에 물을 주는 사람들

 

재가학림 마지막 날 아침, 가만히 그 날의 일정을 생각해 보았다. 이제 마지막 수업을 듣고 점심공양을 마치면 모두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성원스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함께 날아가는 기러기 떼가 된 듯 4박 5일을 꼭 붙어 다녔다. 그런데 이제 헤어진다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가슴 속을 꽉 채웠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실체가 없고 변화만 있다고 했으니 어찌 보면 만남도 없고 헤어짐도 없는 것이다. 물론 우리 각자도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또 완전히 공한 것은 아니라고 했으니 이 모든 현상과 존재를 아주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잘못일 것이다. 만남이 반갑고 헤어짐은 아쉽지만 거기에 집착하지 않으면 되는 걸까?  

 

이번 재가학림에서 스님께선 모든 것은 인연화합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라는 설명을 통해 내 삶과 주변 존재와의 관계를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해주셨다. 그리고 왜 좋은 인연조건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대답해 주셨다. 하지만 그 답은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으로 공감이 되진 않았다. 그런데 함께한 도반들은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 나게 해주었다.

 

빡빡머리인 내게 예쁘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던 선생님, 필요한 것 있으면 도시에서 사다줄 테니 말하라고 하신 분, 본인이 쓰려고 가져왔던 물건을 선물로 주고 간 샘, 딸처럼 어린 나를 대장님이라고 부르며 허리 굽혀 인사해주시던 거사님. 나의 소중한 도반들. 이 분들이 사는 세상이라면 잘~ 살아서 좋은 인연 조건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든 좋은 인연 조건이 이 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니까.

 

나는 이번 재가학림을 하면서 조금이나마 자비로운 인간이 되는 법을 알게 되길 기대했다. 학장스님은 아름다운 언어로 공을 설명하시며 모든 존재가 관계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을 이야기해 주셨다. 그런데 반가운 손님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찾아왔다. 함께 한 도반들은 강의시간에 배운 내용을 삶 속으로 가져오고 싶게 자극했다. 내 인생을 아름답게 잘 살아내어 주변에 좋은 영향을 주는 삶을 살고 싶은 마음, 그러니까 좀 더 자비로운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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