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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생명평화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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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상사 작성일16-01-25 02:32 조회2,7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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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생명평화의 춤

 

                   

                                                                                          수지행 (실상사 기획실장)

“새로운 탱화가 있다던데, 그게 어딨어요?” 요즘 종종 이렇게 묻는 분들이 있다. 바로 얼마 전에 모신 약사여래 후불탱화(후불벽화)를 말함이다. 불교신자가 아닌 관람객들도 약사전에 들어와 찬찬히 그림을 살펴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실상사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볼거리가 된, 가로 690cm 세로 184cm에 달하는 대형작품인 약사전 탱화는 이호신 화백의 ‘지리산 생명평화의 춤’이라는 작품이다.

 

본래 있던 약사여래 후불탱화는 군데군데 얼룩지고 훼손된 곳이 많아 새로운 탱화를 모실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2012년 약사전 해체보수가 시작되고 탱화를 내렸을 때부터 새로운 탱화의 내용과 형식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고 갔다. 디지털 탱화는 어떨까라는 의견도 있었고, 한진중공업, 쌍용, 철도문제 등등 당대의 주요사건들, 남남갈등을 비롯하여 세대간 갈등, 지역간 갈등, 계급계층을 둘러싼 갈등 등 우리 사회를 아프게 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비디오 아트 형식으로 보여주면서 상생의 세계를 염원하는 탱화는 어떨까 등등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왔다. 그러한 이야기들의 결과가 ‘명실상부한 한국의 탱화’였다. 불상이나 보살상을 담아야 한다면 그 역시 한국인을 닮은 불상이나 보살상, 나한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불교가 인도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전통적인 불교세계관은 수미산중심의 세계관으로 불화에서도 이는 그대로 전승되었다. 그러나 불교의 눈으로 보면 세계의 중심이 따로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굳이 중심을 찾자면 나에게는 내가 서있는 곳이 중심이고, 인도사람에게는 인도가, 한국사람에게는 한국이 세계의 중심일 것이다. 그러니 지리산의 종교적 가치, 민족사적 가치, 역사적 가치, 생태적 가치를 가슴에 새기면서 생명평화공동체를 꿈꾸는 우리에게는 지리산이 이 세계의 중심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약사전 후불탱화는 이런 대화가 오고가면서 지리산이 품고 있는 역사와 시대정신을 아우르는 작품으로 방향이 잡혔다. 약사여래 후불탱화는 그렇게 탄생하였다. 지리산의 높은 봉우리와 깊은 골짜기, 연꽃안에 든 실상사와 인드라망 활동, 세월호의 아픔과 염원, 지리산권 5개 시군의 역사가 봄여름가을겨울의 순환과 더불어 펼쳐졌다. 지리산 마고할미와 부처님도 동격의 위상을 갖고 배치되었다. 경건하되 무겁고 권위적이지 않으며 밝고 따뜻하다. 지리산처럼.

 

■ 시절인연의 꽃으로 태어나다

 

많은 분들이 약사전 탱화를 보면서 놀라움을 표하곤 하신다. 실상사의 열린 마음이 놀랍다는 것이다. 이러한 칭송을 들을 때마다 이 불사에 관계한 여러분들에게 고맙기만 하다. 이 불사는 도법스님, 학장스님, 주지스님 등 열린 생각을 가진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런 생각도 ‘안상수’라는 문화선각자와 인연이 되지 않았다면 어림없는 일일 것이다. 안상수 선생님은 우리가 늘 명상하는 인드라망무늬를 디자인하신 분이기도 하다. 안상수 선생님은 누구보다도 21세기 생명평화운동의 산실로서 실상사를 아끼고, 실상사의 사상과 실천이 예술과 결합하여 생명평화의 아름다운 꿈으로 우리 사회에 펼쳐지기를 발원하신 분이다.

또 한 분은 탱화를 그리신 이호신 선생님이다. 생각해보건대 어느 누가 지리산의 능선이며 산자락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한 획으로 그어낼 수 있겠는가. 아마 붓을 잡고 망설이다가 한 획도 제대로 긋지 못했을 것이다. 지리산의 봉우리와 골짜기, 마을마을을 두 발로 걷고 또 걸으며 지리산을 그려오신 선생님이기에 탱화에 지리산이 오롯이 잘 담겨질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더 기쁜 것은 불사에 동참한 신도님들이 이러한 뜻에 공감하여 자랑스럽다는 말씀을 하실 때이다. 그간의 실상사의 활동이 신도님들의 안목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이리라. 이렇듯 약사전 탱화는 이호신 선생님도 말씀하셨듯이 ‘시절인연의 꽃’으로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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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사전 불사는 이제 시작

 

한편, 약사전 탱화를 봉안했다고 하여 약사전 불사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후 서예가들과 함께 약사여래 12대원을 비롯한 불교의 가르침 등을 써서 모시고, 약사전의 주련도 걸 계획이다. 이들 또한 그동안 절에 가서 주로 보던 한문주련이나 현판과는 다른 것이 될 것이다. “오, 자네 오셨는가. 얼굴이 왜 그러신가. 어디 아프신가. 사는 게 힘드신가. 외로우신가. 슬프신가. 억울하신가. 지금 여기에서 쉬면서 생각하시게”와 같은 문구가 주련의 내용으로 제출되기도 했다.

다시 생각해본다. 절이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지금 여기 살아가는 나의 중심은 바로 아픈 곳이라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대의왕이신 부처님을 표현한 약사여래야 말로 불교를 대표하는 치유자, 요즘 자주 쓰이는 말로 힐러가 아니던가. 그래서 더욱 실상사 약사전이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얻고 새로운 꿈을 세우는 희망의 성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할 때 안상수 선생님의 말씀처럼 “실상사 약사전은 100년, 200년 이후에 우리나라, 나아가 세계의 문화유산이며 후세들이 오늘을 기억하고 삶의 의미를 새기는 장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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