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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세상

춘삼월 백설이 분분하니 산승이 산으로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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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4-14 21:45 조회3,986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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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4일 수요일

날씨 : 지난밤 세찬 바람 불더니 아침 연못에 살얼음, 저녁에는 눈이 나리다.

            공양주 입석보살님 말씀이 “춘삼월 눈 본 것이 30년도 넘은 것 가튼디” 하신다.

 

 

요즘 우리 절에 객으로 머무는 거사님 한 분이 계십니다.

얼마나 부지런하신지 이른 아침부터 절 구석구석 쓸고 치우고 하시니

적당히 너저분한 이미지를 가졌던 실상사가 깨끗해져 갑니다.

묵묵히 몸을 움직이시는 모습이

절 마당을 청소하는 게 아니라 당신의 마음을 쓸고 닦는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한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십여 년 전 황폐해진 심신을 이끌고 이곳에 와서

스님의 가르침대로 두어 달을 그저 말없이 마당만 쓸다가

담담해진 마음 안고 돌아가셨던 분입니다.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했던 지난날을 떨치고

안정된 직장과 가정을 이루고 잘 사신답니다.

잊을 만하면 어쩌다 한 번씩 오십니다.

새삼 ‘수행은 거창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아침 내 삶의 터를 정갈하게 쓸어내는 일은

내 하루를 잘 챙기고 청정하게 보내는 첫 걸음인가합니다. 

이렇듯 오늘 하루 청정하면 내일역시 그러할 것입니다.

 

실상사에서는 올해부터 매월 음력 초하루 ~ 초삼일 기도법회를 열기로 하였습니다.

오늘은 그 첫날이었습니다.

산골 절은 어디나 그렇듯이

산내면(산속 동네)에 자리한 실상사도 지역 신도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법회를 하더라도 아주 오붓한 대중이 모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예상보다 많은(?) 신도님들이 오셨습니다.

학림에 새로 입학하신 스님들은 간경수행을 위해

마음을 가다듬으며 불보살님께 5일째 기도중입니다.  

그래서 함께 보광전에서 기도하고 주지스님의 법문도 들었습니다.

광주에서 오신 보살님의 제의로 다음부터는 기도법회와 점심 공양을 마치고

그날 오신 분들이 함께 모여 차를 나누며 담소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매주 수요일은 ‘사부대중 공동체의 공동 텃밭 운력’이 있는 날입니다.

오후 1시 30분에 농장 비닐하우스에 학림의 스님들, 주지스님, 학감스님,

작은학교 식구들, 한생명 식구들, 백일리 사는 알렉스

그 외 아무개들 여럿이 모였습니다.

당근 솎기, 아욱 밭 김 매기, 시금치 씨 뿌리기, 옥수수 묘판 만들기 등등을 했습니다.

둘레둘레 모여 도란도란 애기 꽃을 피우면서 쉬엄쉬엄 놀며가며 일했습니다.

누구 말대로 코딱지만큼 일하고

새참으로 나온 손두부에 묵은 김치는 푸지게들 싸먹었습니다.

 


절 마당에는 아직도 매화가 미련을 달고 남아 있습니다.

수곽 옆 벚나무 고목에는 가지가 늘어지게 벚꽃 봉우리들이 맺혔습니다.

성미 급한 봉오리 몇은 벌써 벙그러졌습니다.

그런데 저녁나절에 눈이 내렸습니다.

눈 속 설중매는 전에도 본적 있는데 흰 눈 덮힌 벚꽃은 첨보나 싶습니다.

아무튼  꽃은 춥겠지만 설경에 별경입니다.  -사진으로라도 보여드리면 좋으련만....-

 

오늘도 저녁예불을 마치고 도량에 땅거미 나리니 꽃님이는

야경 돌러 약사전 쪽으로 종종거리며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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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둥구나무 아래 평상님의 댓글

둥구나무 아래 평상 작성일

새벽 100배차 절에 들르니
정말 마당이 깨끗하네요^^ 그리고 눈은 하얗게 쌓여있어
나뭇가지들 축축 늘어졌고
다행히 원묵스님께서 사진을 찍고 계시더군요.
스님, 한 컷 올려주시죠^^

봄까치님의 댓글

봄까치 작성일

어제 아침, 비질이 아주 잘 된 천왕문 앞에서 잠시 행복했었는데 그 거사님 손길 덕분이었군요.
빗자루가 지나간 흔적들을 한참동안이나 서서 흐뭇하게 바라보았지요.
가끔 사람의 마음이 꽃중의 꽃이로구나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다음엔 저도 한번 쓸어보고 싶습니다.^^
몇 년 동안 실상사를 갔지만 이번엔 그 어느 때보다 더 훈훈한 도량으로 다가왔습니다.
실상사에서 참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

智眼님의 댓글

智眼 작성일

글이 너무 아름답고 따뜻합니다 ^^
그날 그 자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이 내리자 길 미끄럽고 차 막힐까봐 서둘러 떠나왔던 저.
눈을 눈으로 보지 못하고 사는 조급함이 씁쓸~~합니다
불현듯 떠나고 싶을때 갈 곳이 있다는것, 언제가도 반겨주실 분들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합니다
기운없어 보여서 안쓰러웠지만 그 '도도한 꽃님이'도 이제는 절 쬐끔 알아보는 듯 도망치지 않고
따라 올랑말랑 해주어서 것도 기분좋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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