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드라망대학 대학생활 돌아보기 ... 1기졸업생 김한나 > 지대방

본문 바로가기


화엄세상

인드라망대학 대학생활 돌아보기 ... 1기졸업생 김한나

페이지 정보

작성자 실상사 작성일16-03-08 21:46 조회3,527회 댓글2건

본문

12688172_788083654668857_2288641306908984860_n.jpg

지난 2월에 인드라망대학의 1기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우리 한나샘, 졸업생으로서 아래 글을 읽어주는데 자꾸 눈시울이 뜨거워졌더랬지요. 함께 읽어보고 싶어 올립니다.  


대학생활 돌아보기

 

인드라망 대학 1기 졸업생 김한나


 

인드라망대학에 오면서 무엇을 기대했나?

 

대학에 오기 전, 6개월은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 생활을 했고 그 이전에는 코이카 해외봉사단원으로 20101월부터 3년간, 페루에서 살았다. 그리고 그 전에는 학교를 바꿔가며 대학생 신분을 꽤 오랜 시간 유지했다. 스무살 이후로 내 멋대로 살아왔고 다행히 운도 따라주어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누리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런 사실과 다르게 내가 기억하는 나의 주된 정서는 우울감과 자기 혐오였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고아인 것 같은 외로움과 슬픔, 모자란 능력에 대한 자기혐오와 비난이 나를 장악했다. 6개월 간의 통제불가능한 교실 생활은 앞서 말한, 다루기 어렵고 힘든 감정을 수시로 직면하게 했다. 그 감정 앞에서 두려움과 공포로 얼어버리거나 남들이 보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대응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불안과 돈을 향한 욕망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내가 괴로운 이유라고 생각했다. 물신숭배를 조장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면 내가 겪는 모든 고통이 경감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인드라망대학에 입학했다.

지옥 같았던 서울을 벗어나는 것만이 목표였다면 이미 충분히 오랜(?) 역사가 있는 풀무 전공부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인드라망대학에 입학하기 직전에 쓴 일기를 오랜만에 읽어봤다. 그 때 나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이미 출가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삶의 흐름에 더 적극 동참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수행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적어놓았다. 난 인드라망대학에 입학한 후에 이렇게 발견하고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난 이미 입학 전부터 내게 그런 시간이 필요했고, 그래서 대학을 선택했음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게 내가 풀무 전공부가 아닌 인드라망대학을 선택한 이유였다.

 

인드라망대학 어떤 곳이었을까?

 

가끔 서울 집에 있을 때, TV를 보면 내가 떠나온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새삼 깨닫는다. 며칠 전에는 서울 집에서 TV 채널을 돌리다가 무심코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소름이 돋았던 적이 있다. 한의사이면서 TV 프로그램에 패널로 자주 참여하는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이 사우나에서 연구소에서 일하는 친구를 만난 일화를 얘기했다. 친구에게 노후를 위해서 뭘 준비했냐고 물었더니 연구소에서 일하는 그 친구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고 답해서 자신이 왜 이렇게 나태하냐고 혼내줬다는 얘기였다. 그 한의사는 자신은 직업이 9개여도 가족을 부양하고 생존하기 위해 늘 트렌드를 살피고 공부하는데 넌 연구소에 처박혀서 노후 준비도 없이 왜 이렇게 나태하게 지내고 있냐고 혼쭐을 내줬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서울살이를 하면서 가장 절망스러웠던 게 바로 이 지점이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도 없는데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나이 먹어서 돈 없으면 서럽다.’는 이야기 말고, 제대로 나이 먹는 것, 어른이 되는 것, 내 삶을 잘 사는 것에 대해 다른 모델을 보여주는 사람이 없었다. 앞으로의 내 삶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사는 게 지루했고, 허무했고, 불안하고 절망스러웠다.

대학에서 지내는 동안, 많은 선생님들과 지리산권에서 활동하시는 어른들을 만나 뵈며, 말과 행동이 일치되고 품위 있는 다양한 삶의 모델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 아름다운 삶을 사는 게 가능하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서른이 넘어서도 내 삶에 다시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된 게 기뻤다.

자신을 탐구하는 공부를 가장 우선으로 하고 그에 맞춰 교육과정과 하루 일정이 흘러가는 것이 인드라망대학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에서는 자기 삶의 완성과 성장, 배움, 생명 평화를 주제로 듣고 읽고 쓰며 지냈다. 내가 얼마만큼 이해하고 소화했는가와 상관없이 이런 자극에 푹 담겨 살 수 있는 것 자체가 큰 축복으로 여겨졌다.

가족 아닌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일이 늘 쉽고 재미있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지내는 구성원들 대부분이 관계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에 쉽게 상대 탓을 하기보다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공부의 기회로 삼으려고 노력했다. 하루 24시간, 만나는 사람 모두가 자기 탐구를 돕는 스승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인드라망대학에서의 2년을 통해 다시 구성된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대학에서 지내는 동안 여러 교과수업을 통해 읽고, 듣고, 쓰면서, 또 연찬, 에니어그램, 평화훈련 워크숍 등을 통해서 서울, , 폭력적인 아이들보다 습관적인 나의 반응 패턴이 나를 더 괴롭게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그렇게 하고 있는 줄도 몰랐던, 남들만 알았을 나의 뒷모습을 하나씩 발견하면서 처음에는 그 그림자를 내게서 제거하려고 경계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열심히 노력할수록 나는 다른 사람이 더 미워졌다. 나는 이렇게 노력하는데 자신을 돌아보고 고치려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화가 났고 화가 나는 나 때문에 또 괴로웠다.

그러다 작년 여름, 평화훈련 워크숍 중 하나인 청소년평화지킴이(HIPP) 심화2 워크숍에서 정신이 번쩍 나는 배움이 있었다. 사실 이전에는 역기능적인 나의 패턴을 발견해도 그건 남들과 다른, 나만의 특수한 패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워크숍은 내게 어떤 조건과 상황이 갖춰지면, 비폭력적인 방법을 창의적으로 모색하지 않는 한, 대부분이 비슷하게 폭력적으로 대응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심리적 보편성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조합의 차이가 있을 뿐, 이미 가지고 있는 씨앗은 동일하다는 사실을 이전에도 책에서 읽기는 했다. 그래도 여전히 우월하던, 열등하던, 난 특수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믿음에 의문과 균열을 느낀 건, 작년 여름이 처음이었다.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노력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다르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같은 상황이라면 나라고 별반 다르게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이전보다 많이 한다. 그 이후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화가 덜 나는 것 같다.

여전히 난 불안, 두려움, 외로움, 슬픔, 자기혐오, 자기 비난에 시달린다. 이전과 달라진 점은, 이제는 이런 내 감정의 원인으로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싶어도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쉽게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감정의 화살을 밖으로 향하지 못하고 오롯이 온 몸으로 맞아야 하는 게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 붙잡지도 말고, 밀어내지도 말고 순간에 깨어있어서 그저 관찰하기만 하라는 말은 책에서 많이 읽었지만, 아직 어떻게 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내 상태에 자주 두려움을 느껴서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한 번 자기혐오에 빠져들면 지옥에 있는 것 같은 괴로움을 경험하고는 한다. 단지 조금의 위안이 되는 것은 이 감정들이 나만 앓고 있는 특수한 정서적 질병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디선가 나처럼 끙끙 앓고 있을 동지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버틸 수 있는 힘을 준다.

나를 비롯하여 다른 사람들 모두에게 친절해지는 것이 요즘의 소망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강한 자기혐오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 내가 그동안 다른 사람을 싫어하고 미워했던 건, 어쩌면 나를 향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이제는 누구보다 나에게 친절하고 싶다.

 

졸업 후 무엇을 할 것인가?

 

최근에는 명상 수련, 이전에는 여러 워크숍, 교과 수업 등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세상을 탐구하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여전히 지금도 공부 중이고 가야할 길이 멀지만, 내가 많은 분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안전하게 스스로를 탐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내가 지금까지 받은 도움에 보답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2016년에는 인드라망대학에서 평화훈련 진행자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서 할 예정이다.

지난 1월에는 청소년평화지킴이(HIPP) 진행자 과정을 마쳤다. HIPP 워크숍에는 인위적 조건을 설정하여 자신의 역기능적인 패턴을 발견하는 활동이 많다. 이 활동이 이루어지려면 함께 하는 사람들 사이에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함께 하는 사람들 사이에 신뢰가 생성될 수 있도록 안전한 장()을 유지하는 것이 진행자의 주요 역할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주로 원으로 둘러앉는 대화 모임인 서클의 원칙이 잘 지켜지도록 경청과 열린 질문으로 참여자들을 대하는 것이다. 참여자이면서 진행자로 서클에 기여하면서 수평적인 의사소통 문화가 내 주변에 당연한 문화가 되도록 계속해서 실행해보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클의 원칙이 내게 체화되는 것이 전제이다. 그래서 당장 2016년에 내가 진행자로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넘어지면서 배운다는 마음으로 평화훈련 진행자 연습의 한 해가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현경님의 댓글

현경 작성일

ㅎㅎㅎ글을 읽으며 나의 이야기 같고..또 우리 옆에 있는 무수한 사람들의 이야기인거 같고..
많은 부분이 공감되고 우리가 왜 이곳에 모일 수 밖에 없었는지..고개가 끄덕끄덕 거려지네요ㅎㅎ
솔직한 고백의 글 잘 읽었습니다^^

끼룩끼룩님의 댓글

끼룩끼룩 작성일

아 사진이 너무 좋습니다 ^_______^

게시물 검색

Copyrights ⓒ www.silsangsa.or.kr. All rights reserved  주소 55804 전북 남원시 산내면 입석길 94-129
(대표메일) silsang828@hanmail.net (전화) 063-636-3031 (팩스) 063-636-37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