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작은 길 _ 도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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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상사 작성일20-11-18 14:23 조회31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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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스님께서 시를 쓰셨다고요?"
"뭐래, 뭐래. 하하"
가끔씩 찾는 분이 계셔서 여기에 올려둡니다.
신비한 작은 길
- 도법스님
실상사 내 방
창문을 열고 마루에 서면
아담한 극락전 마당 한 켠에
기왓장으로 경계를 표시한
길이랄 것 없는 작은 길 하나 있다.
나는 매일 그 길에서 나인 그대
삶을, 죽음을, 성공을, 실패를 만난다.
나인 그대
후라이꽃을, 작은 출입문을
풀매는 스승을, 마루닦는 할매를
그리고 온 실상사를, 온 세상을, 온 우주를 만난다.
나는 매일 그 길에서
나인 그대
젊음을, 늙음을, 환한 희망을, 깜깜한 절망을 만난다.
나인 그대
홍척의 비석을, 작은 냇물을, 예쁜 텃밭을
푸르른 하늘을, 천왕봉의 흰구름을
그리고 온 실상사를, 온 세상을, 온 우주를 만난다.
나는 매일 그 길에서
그대인 나
고단함, 편안함과 함께 아침 먹으러 간다.
그대인 나
페미니즘 청년, 템플스테이 아줌마
시원한 바람, 뜨거운 햇빛
그리고 온 실상사, 온 세상, 온 우주와 함께
나는 매일 그 길에서
그대인 나
기쁜 소식, 슬픈 소식과 함게 아침법석에 간다.
그대인 나
넓은 절 마당, 푸르른 소나무
고요한 눈빛, 가벼운 발걸음
그리고 온 실상사, 온 세상, 온 우주와 함께
날마다 빛난다, 작은 길에서
그대인 나의 삶을 만나는 기적이
나인 그대의 삶을 만나는 신비함이
늘상 온 우주와 함께 하는 불가사의함이
참 넓고 큰 작은 길, 참 다양하고 풍요로운 삶이다.
그래, 무엇이 부족한가.
이만 하면 걸을만하지 않은가.
엣취!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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