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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세상

[휴심정글방] 새해 행복 위한 가성비. 이런 삶은 어떨까요...법인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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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상사 작성일21-01-01 20:54 조회1,0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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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스님 스님께서 한겨레 휴심정에 쓰신 글입니다. 

원문은 아래 주소를 클릭.

http://www.hani.co.kr/arti/well/well_friend/976681.html 

 

 

새해 행복 위한 가성비. 이런 삶은 어떨까요

 

 

내 인생의 가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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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 경내에서 반려견 다동이와 함께한 법인 스님. 사진 조현 기자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가성비가 높다는 말을 듣곤 한다. 지불한 가격에 비해 만족도가 좋다는 뜻이다. 단순히 기계제품이나 의류 같은 것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어떤 음식을 먹어도 맛있다는 말 대신 가성비가 좋다고 말한다. 이렇듯 언어는 사전적 정의를 넘어 사용자가 사용하고 싶은 대로 사용된다. 혹여 “실상사 약사여래께 기도하면 가성비가 좋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삼천 배를 아니 하고 백팔 배만 했는데 소원이 성취되었다는 식으로 말이다.

 

 

숲길을 걷다가 문득 “내게는 어떤 경우가 가성비가 좋을까”,를 생각해 봤다. 들인 공력에 대해 만족도가 좋은 것들은 무엇일까? 먼저 산책이라 할 수 있겠다. 홀로 숲길을 걸으며 맑은 공기를 호흡한다. 어제 읽은 경전의 말씀을 사유하고 새긴다. 투명하고 명징한 하늘을 바라본다. 길 가의 나무와 작은 풀꽃들이 새삼 아름답다. 이 모든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호흡한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삶의 기쁨을 얻으니 가성비 중에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최고의 가성비는 돈을 지불하지 않고 얻는 것들에게 있다고 하겠다. 밤 하늘의 빛나는 별들을 보는 즐거움, 맑은 바람에 온몸을 맡기는 즐거움, 좋은 벗들과 대화하는 즐거움, 밭에서 작물을 심고 거두는 즐거움은 모두가 마음과 몸만 부지런하면 돈 들이지 않고 얻는 즐거움이다. 요즘은 틈틈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도끼질하는 재미가 좋다. 이 역시 돈이 들지 않는다.

 

 

이런 것들의 의미를 새기며 깨닫는다. 우리의 삶의 기적과 신비는 멀리에 있지 않음을. 물 위를 걷는 일이 기적이 아니라 두 발로 땅을 걷고 있는 지금이 기적이다. 하늘을 나는 마법사가 되는 일이 기적이 아니라 창공을 날아가는 새와 떨어지는 나뭇잎을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이 기적이다. 일하고 밥 먹고 공부하는 매 순간이 신비이고 기적 아님이 없다. 이렇듯 인생의 기적과 신비는 지금 여기에 있다. 마조 선사가 말한, ‘평상심이 도다’라는 의미가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씀이다. 다만 무지와 탐욕과 자기 집착에 묶이고 갇힌 사람은 하늘을 보고도 보지 못하고 새소리를 들어도 듣지 못한다. 그러한즉 진실한 마음, 간절한 마음에는 돈이 들지 않으니 우리 생의 최고의 가성비는 마음가짐과 마음 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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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 법인 스님의 방. 사진 실상사 제공

 

 

다음으로 내게 가성비가 높은 품목은 무엇일까? 곰곰이 헤아려보니 독서일 듯하다.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보는 책은 돈이 들지 않지만 좋은 책은 돈을 지불하고 읽는다. 그건 필자의 공력에 대한 최소한의 보은이기 때문이다. 대개 책 한 권은 이만 원을 넘지 않는다. 커피 서너잔 값에 해당한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읽어가는 책에서 얻는 기쁨은, 기쁨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은혜’와 ‘축복’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큰 울림을 받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책값이 너무 싸다.” 

 

 

최근에 가성비가 좋은 책들을 몇 권 읽었다. 무겁고 진지한 책에서 잠시 벗어나고자 동화책을 찾았다. 1278쪽 분량의 <안데르센 동화집>은 3만5천 원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를 두 권 구입했는데 안도현의 <관계>는 6천5백 원이고, 민병일의 <바오밥나무와 방랑자>는 1만5천 원이다. 이들 모두가 들인 돈에 비해 가성비가 아주 좋았다. 만족도가 좋아서 작가에게 고맙기도 했지만 미안하기도 했다. 내 옆에 작가가 있다면 따로 돈 봉투를 건네고 싶었다. 다음은 <관계>에서 울림이 있는 문장을 발췌해 보았습니다.

 

톡, 하고 소리를 내며 하나가 땅에 떨어졌다. 갈참나무 하나가 땅으로 떨어진다는 것, 그것은 도토리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는 뜻입니다. ...... “도토리야, 춥지?” “응 조금.” “우리가 이불이 되어줄게” 낙엽들이 도토리를 둘러쌌습니다. ...... 참 고마운 낙엽들이었습니다. 나뭇가지에 낙엽이 매달려 있을 때에는 사나운 비와 바람을 막아주더니 땅에 떨어진 뒤에도 도토리를 이렇게 따뜻하게 감싸주는 낙엽들. 도토리는 가슴이 찡해서 그만 눈물이 핑 돌 것만 같았습니다. ‘나는 그 동안 낙엽들에게 신세만 지고 살았어’ 도토리는 몸을 움직여 보았습니다. ‘그래, 나도 낙엽들을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정말 그랬으면 좋겠는데’ 

 

..... 도토리가 말했습니다. “이 껍질을 깨고 어서 밖으로 나가고 싶어.” 이 말을 들은 낙엽들이 말했습니다.“너무 서두르지 마. 그건 벽이 아니야. 그건 또 하나의 너 자신일 뿐이야” 도토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의 바깥에 또 다른 ‘나’가 있다니! ...... “도토리야, 네 몸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아니?” “글쎄” 낙엽들이 바스락거리며 말했습니다. “놀라지마 도토리야, 네 몸 속에는 갈참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어” 그것은 도토리가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 며칠이 지났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은 꿈이 아니었습니다. 생생한 현실이었습니다. 도토리는 햇볕이 내려오는 쪽으로 힘껏 손을 뻗었습니다. 그랬더니 도토리의 손 끝에 연초록 싹들이 보란 듯이 돋아나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예쁜 연초록, 그것은 바로 낙엽들의 꿈이었으며 또한 도토리의 꿈이었습니다.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닌, 수없는, 어린 갈참나무들이 숲 속에 출렁거리고 있었습니다.

 

12쪽 분량의 동화에서 유정 무정의 뭇 생명들의 어울림을 그려내고 얘기할 수 있는지, 작가의 시선과 상상력에 그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단순하게 고운 마음 착은 마음으로 글을 쓴 게 아니라, 세상의 존재들에 대한 깊은 통찰과 애정으로 엮어낸 것이다. <화엄경>에서 말하는 ‘중중무진연기’를 이렇게 일상의 언어와 감성으로 그려내고 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 또한 마치 대승경전을 읽는 듯했다. 부처가 말해서 진리가 아니라 진리이기 때문에 부처가 세상에 말을 건넨 것이다. 작가의 작품은 <21세기 동화경>이다.  

 

 

민병일의 <바오밥나무와 방랑자>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떠오르게 한다. 또한 <화엄경>의 선재 동자가 스승을 찾아가는 구도행이 느껴지기도 한다. 

 

“순간을 수집하세요”

 

“순간을 수집하세요” 

 

“순간을 수집하세요”

 

“순간을 수집하세요”

 

“어디서 오셨나요?” 

 

“순간에서요!” 

 

“순간은 어디에 있나요?”

 

“바오밥나무님의 말과 말 사이, 숨과 숨 사이, 마음과 마음 사이, 당신과 우주 사이예요. 존재하는 사이에는 모든 순간이 자리하지요” 

 

바오밥나무는 순간 수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순간이라는 말을 너무 오래 잊고 지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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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 농장에서 양파를 수확하는 법인 스님. 사진 실상사 제공

 

 

“순간은 우주의 광경이 머무는 공간입니다. ... 시간이 눈꺼풀을 깜박일 때마다 터져 나오는 순간을 본 적이 있으세요? 깨달음이라는 것도 벼락 치듯 순간에 찾아온다지요. 더디게, 아주 더디게 올 것 같지 않은 깨달음도 어쩌면 우리 곁을 무수히 스쳐 가는 순간에 있는 게 아닐까요? 사랑 역시 상대의 눈동자에서 번쩍이는 아름다운 섬광을 낚아챈 것이라지요? 올 것 같지 않은 사랑이 가만히, 아주 가만히 찾아드는 것처럼 말이예요. 순간순간을 스쳐 지나가는 우리 마음이 바로 우주 같은 것, 당신은 순간의 방문객을 어떻게 맞이하나요?”

 

 

...... “그러면 순간을 어떻게 수집하면 될까요?” 

 

바오밥나무는 순간 수집가의 말을 들을수록 순간이 궁금해졌습니다. 

 

“ ...... 순간 정거장에서 순간을 즐겨보세요. 시간을 아무리 많이 가졌다 한들 순간을 즐기지 못하면 그건 죽은 시간이지요. 생명의 순간, 사랑의 순간을 수집하게 되면 당신을 비켜가는 운명도 다시 돌아오게 됩답니다.” 

 

순간, 바오밥나무는 마음의 창이 활짝 열리는 것 같았습니다.

 

위의 책들을 읽어가면서 마음이 맑아지고 따뜻해지고 깊어진다. 책장의 지면에서 푸른 바람소리를 듣는다. 문장의 사이에서 옹달샘의 다디 단 물맛이 솟는다.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진리를 순간적으로 건져낸다. 모차르트가 음악은 음표와 음표 사이에 있다고 한 말을 조금은 알 것 같다. 

 

풀과 별과 바람과 하늘과 함께 산책하는 일, 그리고 책을 읽는 일, 고요히 사유하는 일, 밭에서 식물들을 가꾸는 일, 이 모두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행위가 아니다. 오직 ‘나를 보기’이다. 나를 보는 사람은 세상의 대가를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나를 비우고 새로이 나를 보는 기쁨에 기뻐한다. 

 

나를 보는 일은 곧 눈 뜨는 일이다. 나를 보는 일은 축복 중에 최고의 축복이다. 눈을 뜨는 축복, 눈이 환해지는 축복, 눈이 깊어지는 축복, 눈이 넓어지는 축복, 그렇게 눈이 열리면 세상과 함께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값을 매길 수 없는 것들에게 마음 전념하여 얻는 삶의 기쁨,  

돈을 적게 들이고 얻는 삶의 기쁨, 참 가성비가 높다. 늘 곁에서 반짝이는 내 인생의 보석들이다.  

 

................................... 

법인스님/실상사 한주 &실상사 작은학교 철학선생님 &전 조계종 교육부장 & 전 참여연대 공동대표

 

***이 시리즈는 대우재단 대우꿈동산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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