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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세상

새로운 장례문화를 열다 - 월주스님 3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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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상사 작성일21-08-29 16:54 조회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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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상사 8월 소식>

 

새로운 장례문화를 열다
- 조실 월주스님 3재 - 

  세연정

 

실상사 본사인 금산사 조실스님(태공당 월주대종사)께서 722일에 입적하셨습니다. 스님과 인연 있는 곳에서 일곱 번의 재를 지내기로 했고, 그 중 한 번은 실상사에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811, 실상사에서 조실스님 3재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실상사에서는 큰스님을 잘 보내드리기 위해 재 준비에 있어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형식을 갖추는 것을 넘어 스님을 잘 기억하면서도 잘 헤어지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존경하는 큰스님 재이지만 저희가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에 맞게 소박하게 준비하였습니다. 그것이 큰스님의 뜻에도 맞아 가신 분의 마음이 더욱 흡족하실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박하되 초라하지 않고 격조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고민하였습니다. 격은 어떨 때 높아질까요. 내용을 깊이 있게 만들어갈 때 그렇게 됩니다.

그리하여 불교사상에 더욱 일치하는 재가 되도록 고민하였습니다. 불교에서는 삶과 죽음이 연결되어 있다’, 혹은 생과 사가 하나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죽음을 접합니다. 그런데 죽음이 없다니요. 하지만 네, 그렇습니다. 죽음은 없습니다. 엄밀히 관찰해보면 변화만 있을 뿐, 있던 것이 사라지는 일(죽음)은 없습니다. 누군가의 몸을 구성하던 원소는 단 하나도 사라지지 않고 이 세상에 고스란히 남습니다. 단지 모습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살아서했던 생각과 행동 또한 씨앗이 되어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니 사실상 죽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실상이 이러하니 재 또한 실상에 맞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만해 한용훈. [님의 침묵]

 

만해스님의 시입니다. 엄밀히 보면 죽음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죽음을 경험합니다. 뜻밖의 이별은 가슴에 슬픔이 차오르게 하지요. 그러니 슬픔을 잘 위로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신 분은 실제로는 가신바 없기에 슬픔에만 빠져 있는 것도 실제에 맞는 것이 아닐 겁니다. 만해스님도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을 잘 추슬러 희망으로 옮기는 것이야 말로 서로의 사랑을 깨지지 않게 하는 일이라 했습니다.

그래서 돌아가신 분을 잘 기리고 잘 헤어짐으로써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자 했습니다. 때문에 재는 스님과 다른 모습으로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는 밝은 분위기로 진행되었습니다. 의례 마지막은 두 곡의 노래로 장엄하였습니다. 노래는 재를 차분하되 밝은 분위기로 이끌어주었습니다. 아름다운 노래 덕분에 슬픔을 승화시키고 만남에 대한 기대로 설레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죽음을 사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돌아가신 분이 산 사람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재는 돌아가신 분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또 그런 사유가 가능한 장이 되어야 합니다. 이번 재에서는 놀랍게도 동요를 통해 그러한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노래는 아주 쉬운 언어로 삶과 죽음을 통찰하고 삶에 대해 사유하게 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물의 순환을 통해 삶의 순환을 이야기 하고 있는 노래입니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강물 따라 가고 싶어 강으로 간다.

 

강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파도야 출렁출렁 어디로 가니

뭉게구름 되고 싶어 하늘로 간다

 

구름아 둥실둥실 어디로 가니

비가 되어 고향산천 찾으러 간다

 

빗물아 모여모여 어디로 가니

소꼽동무 함께 놀던 냇가로 간다.

 

세상에는 많은 죽음이 있지만 죽음은 자주 가려지고, 말하면 안 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삶의 대척점에 있으며 피하고 싶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죽음은 누가 뭐라 해도 피할 수 없는 우리 삶의 일부입니다. 그러므로 죽음이 삶 속으로 잘 들어올 때 삶은 더 건강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장례문화와 재문화는 중요합니다. 슬픔을 설레임으로 승화하고, 삶을 사유하게 하는 장례문화, 재문화가 필요합니다. 실상사에서 시도한 새로운 재 방식과 내용이 그 시작을 열기를 바랍니다. 이미 가신 줄 알았던 조실스님께서 이렇게 우리에게 또 하나의 소중한 선물을 주셨네요. 스님과 함께 있음을 생생히 느낍니다. 실상사에서 준비한 3재는 조실스님의 선물이자 저희가 스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귀한 선물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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