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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법의 진리, 생태사찰로 실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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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상사 작성일21-10-22 10:47 조회1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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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법의 진리, 생태사찰로 실천합니다

 

 

10월 중순이 지나고 있는데도 경내의 나무들은 푸르기만 합니다. 한창 낙엽 쓰느라 분주할 아침이 다소 여유롭습니다. 며칠 전에는 스님들, 그리고 공동체 식구 몇 분과 함께 천왕봉을 올랐습니다. 가을단풍을 만끽하리라 기대했지만 산은 여전히 푸르기만 했습니다. 나무는 잎을 떨궈야 할 때를 몰라 당황스러워 보였습니다.

탄생이 귀하고 아름답듯 죽음 또한 귀하고 아름답습니다. 태어남이 기쁜 일이듯 소멸 또한 기쁨이며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사건입니다. 하지만 올해의 가을은 늙지 않는 청년을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일어나야 할 중요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느낌.

기후위기의 영향을 생생하게 느끼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기는 기후에만 있지 않습니다.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각국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전쟁, 일상의 폭력을 뉴스를 통해 계속 마주합니다. 이러한 세계, 이러한 시기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불교는, 수행공동체인 우리는 자신과 세계와 뭇 생명들을 위해서 어떻게 살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실상사에서는 이러한 질문과 고민과 실천을 일상에서 끊임없이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세계관의 전환

안으로는, ‘공동체 수행의 날

기후위기, 코로나19, 전쟁과 폭력. 각기 달라 보이는 이 모든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가 다른 존재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모른다는 무지에서 비롯됩니다.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잊은 난개발, 인간의 편리 위주로 달려온 삶이 기후위기를 불러왔습니다. 코로나19의 시작점에는 맛있는 것, 몸에 좋은 것은 무엇이든 먹으려는 인간의 탐욕이 있습니다. 전쟁과 폭력 또한 상대가 나와 연결된 존재임을, 그리하여 함께 살아야 할 소중한 존재임을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존재는 모든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연기법)’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진리를 자주 잊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공동체에서는 매주 수요일을 공동체 수행의 날로 정해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탁마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 날만큼은 절도 문을 닫고 모두 모여 종일 공부하고 수행합니다. 한 분도 빠짐없이 모여 공부하기 위해 수행의 날 점심엔 공양준비도 하지 않습니다. 공양간에 계신 분들도 함께 공부하기 위해서지요. 그래서 이 날은 김밥을 주문해 끼니를 해결하며 공부와 수행에 집중합니다.

주로 오전에는 공부, 오후에는 몸을 써서 일하는 일수행을 합니다. 공부시간에는 강의와 토론이 주를 이룬다면, 오후 일수행 시간에는 농사가 주가 됩니다.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연기법의 진리. 세상의 진리가 그러하다면 우리는 모든 존재와 더불어 살고자 해야 합니다. 하지만 안다고 바로 그렇게 살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머리로 익힌 것을 삶의 구체적 현장에서 적용하고 훈련하는 과정을 통해 몸으로 체득합니다. 바로 일수행시간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남들보다 많이 갖고 위에 서고 앞서 나가는 삶이 좋은 삶이라고 배워왔습니다. 또 그렇게 되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라고 독려 받아왔습니다. 그러한 삶의 습관과 태도를 고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일수행 시간에는 기계는 적게 쓰고 온 몸으로 농사를 지으며 인간과 자연의 연결을 경험합니다. 몸을 써서 노동하고 협력하여 일하며 도반이자 동료인 내 옆의 사람들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합니다. 작물이 잘 자라지 않을 때, 몸이 고되고 힘들 때, 옆 사람과 마음이 맞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야말로 바로 우리가 자신을 수련하기 가장 좋은 때입니다. 우리는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기보다 배운 대로(우리는 다른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진리에 따라) 행동하려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수행이라고 부릅니다.

 

세상과 함께! ‘약사여래 천일기도’(2019.6.23- 2023.3.18)

공동체 수행의 날이 실상사, 혹은 공동체가 세계관을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면, ‘약사여래 천일기도는 세상과 함께 세계관 전환을 꾀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약사여래 부처님이 뭇생명의 고통을 치유하리라는 원력을 세우셨듯, 실상사는 세상의 모든 고통이 치유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천일기도를 시작하였습니다.

실상사에서는 천일기도에 동참하시는 분들이 스스로 기도하고 공부하며 삶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독려하고, 또 돕고 있습니다. 매일 경전을 낭독하며 삶을 성찰할 수 있도록 약사여래 천일기도 수행집을 만들었습니다. 좋은 경전 구절을 골라 낭독하기 쉽도록 길이를 편집하고 문장을 다듬었지요. 100개의 법문 동영상을 만들어 동참하신 분들에게 100일동안 매일 보내드리기도 했습니다. 유투브에서 지리산 실상사를 검색하시면 100개의 동영상을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은 실상사 회주이신 도법스님께서 지금까지 해 오신 법문을 요약, 편집하여 매일 아침 나를 깨우는 도법스님의 아침편지라는 제목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일상의 구체적 실천들

지금까지는 기후위기 등 마주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세계관의 전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이야기 하였습니다. 이제부터는 구체적인 삶의 현장을 들여다볼까 합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지요. 삶의 고통은 크나 큰 사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소해 보이는 일에서 비롯된다는 말일 겁니다. 그런데 악마만 디테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천사도 디테일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세상의 고통에 반창고를 붙이고 새살을 돋게 하는 일, 기쁨, 평화, 자유,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일도 작고 사소해 보이는 일상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공유 경제

우리는 공동체로 살면서 많은 것을 소유하는 대신 공유합니다. 실상사에는 큰 차(봉고차)가 한 대, 작은 차(승용차)가 한 대 있어서 공용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차를 사용할 때는 가능하면 함께 이동하여 에너지를 절약하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곳은 공양간입니다. 공양간의 한 달 운영비는 150만원입니다. 이것도 최대치이고 보통은 이보다 적은 금액으로 운영됩니다. 매일 하루 세끼를 평균 20-30여명이 먹고 있으므로 하루 최대 식비는 5만원이 됩니다. 5만원 미만의 돈으로 이 많은 사람들이 하루 세끼를 해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양간 살림살이를 보면 마치 오병이어의 기적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실상사농장을 통한 식재료 자급률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함께 먹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함께 먹기 때문에 더 좋은 음식을 더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더 적은 음식물 쓰레기를 발생시키면서 먹을 수 있습니다.

실상사 공양간에는 많은 농산물 보시가 들어옵니다. 그 중에서 많은 부분이 버려지는 농산물입니다. 농사를 지어보면 상품 가치가 없는 농산물도 많이 나옵니다. 너무 크거나 혹은 작거나, 상처가 났거나 벌레가 먹었거나, 모양이 예쁘지 않은 등. 이런 농산물도 농부에게는 귀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소비에는 한계가 있고 결국 버려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농산물을 실상사에 가져다주시는 경우가 많은데 절에서는 감사하고 기쁘게 받습니다. 버려질 뻔한 농산물의 재탄생! 농부님들은 자식같이 정성으로 키운 농산물을 버리지 않고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 있어서 좋고, 절에서는 귀한 식재료를 무상으로 얻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이 되는 셈입니다. 자원의 절약과 더불어 사람과 사람사이의 연결은 공고해집니다.

실상사 안에서 거주하는 스님과 재가자는 약 15명입니다. 이들의 공동주거도 많은 것들을 절약해 줍니다. 돈과 에너지는 물론 공간을 관리하고 가꾸는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도 절약됩니다. 공동주거는 개인뿐 아니라 지구에게 많은 이점이 있는 삶의 방식입니다. 꼭 사찰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공동주거 방식을 고민하고 실현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채식 문화

실상사는 절이기 때문에 공양간 메뉴는 모두 채식입니다. 기후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큰 원인중 하나는 축산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죠. 예전에는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채식을 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실천으로 채식에 관심을 갖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채식식당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채식하는 분위기나 문화가 확산되지 않아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으면 이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절에서 공양을 하게 되면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연스럽게 채식을 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채식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채식문화를 가지고 있는 곳이 있어 누구나 자연스럽게 채식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찰은 채식을 문화로 가지고 있는 드물고도 귀한 곳입니다.

 

그 외에도 우리는

실상사에는 생태뒷간이 두 군데 있습니다. 생태뒷간의 똥과 오줌은 잘 발효시켜 실상사농장에서 농작물을 키우는데 씁니다. 우리의 똥과 오줌이 물을 오염시키는 오물이 아니라 땅을 살리는 고급 퇴비가 되는 것입니다. 생태뒷간의 휴지도 다소 가격이 높더라도 우유곽 100%로 만든 재생휴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경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빨래는 합성세제 대신 베이킹소다를 이용하고 있고요. 공양간에서도 폐식용유를 활용하여 만든 친환경비누를 주방용세제로 사용합니다. 개인이 사용하는 세면용품도 가능하면 친환경제품을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음식을 먹을 만큼만 덜어 남기지 않고 모두 먹는 발우공양 문화가 자리 잡고 있으며, 이것이 공동체 식구들에겐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도 다양하게 이루어집니다. 절 여기 저기 필요한 안내문구는 재활용이 안 되는 코팅종이 대신 기와를 사용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공양미는 실상사농장에서 생산한 친환경 쌀을,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비닐 대신 천으로 만든 주머니에 넣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종무소에는 많은 양의 우편물이 오는데요, 서류봉투는 깨끗이 뜯어 재사용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실천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공양간은 흐린 날이 아니면 불을 켜지 않습니다. 조금 어둡더라도 밥이 보일 정도면 그냥 먹습니다.^^ 새로 지은 건물의 난방방식은 에너지를 기존의 약 50% 절약할 수 있는 히트펌프 방식을 적용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에너지 사용을 더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 나갈 예정입니다.

 

대안사회로서의 공동체

지금까지 실상사 사부대중공동체가 기후위기를 비롯한 세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전환하기 위한 노력과 실천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공동체 안팎으로 하고 있는 노력들, 세계관의 전환과 구체적 일상의 실천을 말씀드렸습니다. 이렇게 공동체가 하고 있는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로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기후위기, 코로나19, 전쟁과 폭력의 근본 원인은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 함께 살아야 하는 존재임을 모르는 무지에 기반한 것이라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공동체는 서로의 연결됨을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구현한 모습입니다.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공동체를 이루어 삽니다. 다른 존재와 함께 사는 일은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살 때만이 인간과 자연, 모든 존재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고, 또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우리는 공동체적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또 공동체적으로 살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스스로를 수련하고 단련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삶을 통해 사회와 세상에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위기에 대응하는 구체적 방안이며 모두를 위한 길이라는 것을 우리의 삶을 통해 증명하고자 합니다. 대안사회의 모델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함께 사는 길, 모두가 행복한 길은 공동체적 삶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진리의 구체적 실천이기에 각자의 삶을 완성하는 길 또한 이 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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