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을 잡아야겠다>(법인스님글)에 대한 도법스님의 추천글 > 지대방

본문 바로가기


화엄세상

<기본을 잡아야겠다>(법인스님글)에 대한 도법스님의 추천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실상사 작성일21-12-21 13:14 조회630회 댓글0건

본문

fa65b12835bc0c9829a450100e0b07a9_1640059


<기본을 잡아야겠다>(법인스님글)에 대한 도법스님의 추천글


법인스님에게 던지는 신의 한수

 

도법

 

지리산 실상사에도 가을이 왔다. 사람들은 단풍이 곱지 않다며 투덜투덜하지만 그래도 가을은 가을이다.

 

법인 스님과 실상사의 인연은 깊다. 나와 법인스님의 첫 만남은 1992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나는 바람직한 승가상 확립과 수행가풍 진작을 위해 승가결사체인 선우도량을 만들고, 실상사를 근본도량으로 삼아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었다. 그해 가을에, 법인스님이 선우도량에서 마련한 대화와 담론의 자리에 왔다. 그 인연이 이어져 실상사 화엄학림에서 <화엄경>을 수학한 법인스님은 이어서 학인들을 가르치는 강사로 몇 년을 연찬했다. 그 후 다른 곳에서 수행과 전법을 하고 3년 전에 다시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듣자 하니 중학교 시절 출가하고 첫 사찰순례지가 실상사였다고 한다. 이래저래 실상사가 본인에게 맞는 도량인 것 같다.

 

적지 않은 세월을 지내면서 법인스님의 살림살이를 알 수 있었다. 모든 존재가 무수한 그물로 연결되었다는 화엄사상, 그리고 뭇생명이 저마다 빛나는 존재라는 본래부처의 정신, 단순소박한 일상의 삶까지 여러 지향을 함께 하고 있다. 뜻이 맞는 후배이고 도반이어서 늘 마음이 든든하다.

 

그런데 어느 날, 법인스님이 긴밀하게 보자고 한다. 순간 뭔가 골치 아픈 일에 얽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인데 어찌하겠는가. 가벼운 마음으로 만났다.

 대뜸 첫 마디부터 이 일은 절대 거절하면 안 된다고 못박는다. 웃으며 무슨 그런 경우 없는 말을 하느냐. 내숭 떨지 말고 얼른 말해보라라고 했다. 내용인 즉 책을 내는데, 그 책의 서문을 반드시 내가 써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역시 예상한 대로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일이 떨어졌다. 이러쿵저러쿵 엄살을 부리지만 인지상정 억지춘향으로 해야 하는 판이다.

 

알았다.”

잘 될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번 해보겠다며 넘겨주는 원고뭉치를 심드렁하게 받았다. 틈나는 대로 원고를 읽었다. 글은 잘 읽혔다. 실상사에 살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소소한 일상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법인스님만의 장기가 잘 드러난 글이다. 읽는 내내 밝고 맑고 경쾌하고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했다. 여전히 골치는 아프지만, 원고를 읽으니 힘들어도 마땅히 서문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인 즉 법인스님의 순진한 자기자랑이 잔뜩 들어가서다. 자기자랑도 자랑이지만 사실 실상사와 실상사작은학교에 대한 은근한 자랑이 더 중요한 내용인 듯 싶다. 하지만 어찌 그뿐이겠는가? 법인스님은 사부대중이 함께 만들어 더욱 의미 있는 <21세기약사경>을 통해 미혹의 문명을 넘어 깨달음의 문명을 제시하고 있다. 미래를 밝힐 등불인 깨달음의 문명은 평범의 비범함에 젖어들게 한다. 게다가 이 모든 이야기는 평범한 일상 속 경험을 토대로 삼았다. 내용이 이러한데 어찌 서문을 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여기까지는 잘 왔다. 그렇지만 여전히 무엇을 어떻게 풀고 정리해야 좋을지는 안갯속이다. 곰곰 궁리하는 과정에서 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 엔 부처만 보인다는 이성계와 무학대사의 유쾌하고 통쾌하며 의미심장한 농담이 떠올랐다. 만일 그때 이성계가 과연 대사가 한 수 위임을 깨달았고하고 그 농담을 받았다면 오늘날 이 이야기는 어떻게 전해졌을까. 짐작건대 무학대사의 장군이 아니라 이성계의 멍군이 신위 한수가 되지 않았을까.

 

하여 법인스님을 흉보고 놀리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적격이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흉보고 놀리는 일이 될만한 것들을 나열해본다


먼저, 법인스님은 눈치가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은근슬쩍 끼어들기, 나서기, 간섭하기, 가르치기, 자기 자랑하기 등에 천재적 재능이 있다. 그렇다고 평소에도 매번 대놓고 윽박지르듯이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다. 그러니 오늘은 작정하고 시시콜콜 말하는 것이다


또 법인스님은 만물박사 만큼이나 아는 것이 많다. 반짝반짝 빛나는 생각들이 빛의 속도로 날아다닌다


문제는 어디로 날아갈지 조마조마하다는 점이다분명 매번 조심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가끔은 일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바뀌어 길을 잃고 방황하는 듯도 하다. 하지만 그 속이 환하게 읽히기 때문에 크게 밉지 않다. 법인스님이 이 사실을 눈치채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생각건대 이만하면 내 속셈도 어지간히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아무쪼록 법인스님도, 독자들께서도 내 신의 한수인 장군멍군으로 받아 이 글을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끝으로 기우이겠지만 한 마디 더 보탠다. 사람들은 말한다. 백조는 우아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물빝에서 피땀 흘리는 노력을 감내하고 있다고. 그렇다. 법인스님의 글도 무심코 읽으면 백조의 우아함처럼 읽힐 것이다. 때문에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벌어졌던 피눈물의 몸부림이 있음을 놓칠 위험이 있다. 그렇게 읽는다면 그 독서는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 또 명심하시길. 그리하여 부디 날마다 좋은 날 되길 손 모은다.

 

오늘도 청산은 의연히 푸르고 강물은 유유히 흐른다.

 

지리산 실상사 뜨락에서 도법


*******

인터넷서점 바로가기 

예스24  알라딘 교보문고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물 검색

Copyrights ⓒ www.silsangsa.or.kr. All rights reserved  주소 55804 전북 남원시 산내면 입석길 94-129
(대표메일) silsang828@hanmail.net (전화) 063-636-3031 (팩스) 063-636-37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