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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왕의 얼굴을 한 종교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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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상사 작성일10-09-04 20:13 조회5,3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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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왕의 얼굴을 한 종교인이여!

[법인스님]


 

경기 이천에 있는 어느 사찰의 초청을 받아 법회를 갔다. 내가 20대 초반이던 무렵 3년여를 산 인연으로 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도자기의 고장답게 흙의 질박한 성품을 닮아서인지 모인 사람들의 얼굴은 한결같이 너그럽고 평화로웠다. 조화로운 삶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옛날을 회상하니 즐거웠다.

법회를 마치고 나오는데 어깨띠를 두른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와 90도로 인사하며 명함을 건네더니 어느 절 신도회장의 아들입네, 불교재단의 대학을 나왔네 하며 열심히 부처님과의 연고를 강조했다.

어디 여기뿐이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의 사찰과 교회는 예수님, 부처님과의 끈끈한 연대를 강조하며 종교심을 자극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 신도의 숫자는 곧 표로 환산된다. 당선이 눈앞의 목표인 이들이 성직자들에게 상당한 공을 들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를 계기로 자신의 종교적 위세와 세속적 이익을 높이고자 하는 일부 종교인들이다. 그들은 ‘표’라는 절대적 무기로 정치인을 겁박한다. 같은 종교의 성직자들이 담합하여 그 지역 정치인들에게 당선을 미끼로 개종을 권유하기도 한다. 한 인간의 가치와 신념이 표 앞에서 갈등하고 고뇌한다.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이 무력해지는 순간이다.

‘표’무기 정치인 겁박하는 이들

<맹자>에 보면 양혜왕이 맹자에게 묻는다. “이렇게 불원천리하고 찾아오셨으니 우리 나라에 이로움을 주시겠지요.”

맹자가 말한다. “왕께서는 어찌하여 이로움을 이야기하십니까. 제가 말씀드리려는 것은 인의(仁義)밖에 없습니다. 왕께서 어떻게 내 나라를 이롭게 할까 하시면 대부들은 어떻게 내 집을 이롭게 할까 하고, 서민들은 어찌 내 한 몸을 이롭게 할까 하여 나라는 온통 아래위로 이(利)를 빼앗는 것으로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그러니 왕께서는 인의만을 말씀하실 일이지 어찌 이로움을 이야기하십니까.”

성직자들이 공동선을 구현할 자질과 능력이 있는 정치인인가 따지기보다 자기 종교의 영토 확장에 유리한 후보를 지지하라고 한다면 그는 곧 양혜왕이 되는 것이다. 종교의 얼굴을 한 양혜왕에게 맹자라면 뭐라고 말할까.

“그대께서 어떻게 하면 내 종교가 국교가 될까 하신다면, 개별 교회와 사찰은 어떻게 하면 내 교회와 절이 신도 수가 많을까 할 것이고, 신도들은 종교의 힘을 빌려 어떻게 하면 내 가정과 내 한 몸만을 이롭게 할까 하여 종교간에 사람간에 온통 이권의 이전투구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그대는 오직 정치인에게 모든 지연, 혈연, 학연, 종교연을 떠나 평등과 공존의 행복만을 말씀하실 일이지 어찌 내 종교의 이로움만을 이야기하시겠습니까.”

나치 정권에 항거하다 처형당한 독일의 신학자 본회퍼(1906~1945)는 미친 사람이 차를 몰며 사람을 살상하는 경우 그리스도인의 의무는 죽은 사람을 위해 장례식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그 운전자를 차에서 내리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중생’과 ‘어린 양’을 태우고 중앙선을 넘나들며 과속으로 충돌과 위험 속에 차를 몰고 있는 종교인이여, 이제 그만 차에서 내리시라. 선교와 호교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시민의식을 마비시키고 민주주의를 흔드는 이런 선교와 호교를 과연 부처님과 예수님이 바라실까.

민주주의를 흔드는 선교는 위험

종교는 삶에 지친 사람들의 위로처이다. 힘없는 사람들의 의지처이다. 종교는 아무 힘이 없음으로 하여 가장 특별한 힘을 갖는 것이다. 종교인의 특권은 정치인에게 쉽게 기생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을 가볍게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대는 오직 모든 지연, 혈연, 학연, 종교연을 떠나 모든 국민의 평등과 공존의 행복만을 말씀하실 일이지 어찌 내 종교의 이로움만을 이야기하십니까.”

자신을 초월하는 자 앞에는 어떤 권력도, 어떤 미끼도 작용하지 못한다. 이때야 비로소 종교인은 성직자(聖職者)라는 말을 감당하게 된다. 종교인은 양혜왕이어서는 아니된다. 양혜왕을 뛰어넘어야 한다. 나부터 내 무게를 달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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