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걷히니 드러난 천왕백두, 첫눈입니다. > 지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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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세상

안개 걷히니 드러난 천왕백두, 첫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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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상사 작성일10-11-10 20:09 조회5,364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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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화요일

        날씨 : 아침나절 솔숲을 덮었던 안개 걷히고 나니 바람이 징허니 세게 불고,

                간간히 잔비가 나리고, 귀 끝이 빨개지더이다. 

                스님들은 솜 누비에 털신 신고 털모자를 내 썼습니다.

                춥습니다.

 

 뱀사골 깊은 속살을 훑고 온 바람이 절 마당 모든 나뭇가지를 흔들어 낙엽을 떨구고는

 마치 비질하듯이 휩쓸어 구석에다 수북하게 쌓아놓습니다.

우리 절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입니다.

대체로 서풍이나 서북풍인데 뱀사골 쪽에서 긴 계곡을 타고 가속력을 얻은 서풍이 실상사 절 마당을 거쳐 마천 쪽으로 불어갑니다. 이 바람은 주로 겨울에 많이 부는데 그 기세가 세찰 뿐 아니라 폭도 넓어서 절 안팎을 꽤나 어지르고 뒤흔드는 바람입니다.

이 바람이 부는 날이면 그저 절마당도 그렇고 맘도 심난합니다.


사시 무렵 세찬 바람에 짙은 안개 걷히고 나니,

‘오~~~!’ 구름에 가렸던 만년설봉인양 천왕봉이 백두를 내밉니다.

올 들어 첫 눈입니다. 흰 눈이 제법 두텁게 천왕봉과 높은 봉우리들을 덮었습니다.

해우소 가다가 근심도 잊고 한 참을 서서 바라봤습니다.

사천왕문 앞 논 끝으로 나아가더라도 더 잘 보이는 것도 아닐진데,

어리석은 이는 홀린 듯 앞으로 걸어가며 목을 빼 봅니다. 

산에 산다는 것, 그것도 지리산에 사는 작은 기쁨이 이런 것 아닌가 합니다.


실상사에 명물 아닌 명물이던 해우소가 지금 해체복원중입니다.

남원시에서 ‘건조식 전통 해우소’가 보기에도 좋지 않을뿐더러 위생과 이용 불편을 이유로 수세식 화장실을 만들라는 행정지시와 함께 자금지원이 왔는데 절 실무자들이 논의한 끝에 ‘눈 가리고 아웅’식인 현재 수세식화장실의 정화방식을 대체하여 완전 친환경 정화방식을 적용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지금의 ‘오줌 분리, 똥 건조 방식의 해우소’를 고집하고 사업을 거부하였습니다.

그래서 남원시와 해우소를 보수하여 보다 깨끗하게 만드는 것으로 합의하고 지금 공사 중입니다. 오는 12월 말까지 공사를 마치는 일정으로 진행 중입니다.

임시 이동 수세식 화장실을 가져다 쓰고 있는데 탁 막힌 곳이라서 똥 싸는 시간이 답답합니다.  역시 쭈그리고 앉아 쪽창으로 천왕봉을 내다보며 속을 비우던 해우소가 똥 싸는 운치가 있습니다.

어서 빨리 완공되어 보다 깨끗하면서도 옛 운치를 가진 해우소에서 .....‘으음~~’

  

찻집 ‘ 뜰 앞에 잣나무’는 임시 휴업중입니다.

오늘 어느 보살님이 몰던 승용차가 찻집 뒷벽(조리대 뒤쪽)으로 들어 왔습니다.

급발진이라고 하시는데,

아무튼 서울에서 순례오신 한 분이 떨어지던 물건에 머리를 가볍게 찧은 것을 빼고는 크게 다친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 자리는 찻집 보살님이 차를 끓이거나 계산하는 일 따위로 늘 서계시던 곳인데

다행히 오늘은 쉬는 날이었습니다. 

얼마나 가슴을 쓸어 내리며 안도의 숨을 쉬었는지 모릅니다.

참으로 불보살님의 가피가 아닌가 합니다.

벽을 고치고 물건을 정리하는 등의 일로 며칠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동안거를 준비하기 위한 방학으로 학림의 스님들은 소임자만 남고 모두 외출하였습니다.

이달 17일까지 돌아와 18일에 안거를 위한 도량정리를 하고 19일에 개강합니다.

절에 사는 식구들도 적지 않고 가을 나들이객들도 심심찮게 드나드는데도 스님들이 떠난 절은 휑한 느낌입니다.  학림의 방학 때면 늘 그러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감추려 하지만 죄송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실상사의 일상을 전하는 일을 게을리 한 것에 사과드립니다.

덕분에 법인스님의 글을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싣겠습니다.

다른 스님들께서도 이곳에 글을 남겨 주시면 좋으련만 그리 말씀드려도 좀체 반응이 없으니

서운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래도 기대하면서

오늘 하루 내 삶을 받쳐주신 모든 존재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평안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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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나그네님의 댓글

나그네 작성일

오늘 하루 내 삶을 받쳐주신 모든 존재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마음을 울리는 말씀입니다.


실상사 대소사가 눈에 보이는 듯하여
무척 정답습니다.

고맙습니다.^^

도연댁님의 댓글

도연댁 작성일

선듯 가보지는 못해도 항상 마음 속으로 그리던 실상사의 모습....
스님들의 발자취에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됩니다.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소식에 감사드립니다.

지안님의 댓글

지안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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