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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세상

겨울안거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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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상사 작성일10-11-21 07:39 조회5,541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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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일 토요일
 
* 날씨 : 창호에 비치는 아침 햇살에 작은 먼지가 날리는 것이 환히 보입니다.
마치 초가을 하늘 마냥 맑고 푸른 하늘에 바람 한 점 없습니다.
요즘 밤하늘에는 별들이 마구마구 쏟아집니다. 
옛날 어릴 적에 여름날 저녁 마당에 모깃불 피워놓고 멍석 깔고 드러누워 바라보던 별들입니다.

부처님이 계셨던 인도 중북부는 5월말에서 6월 초순이면 우기가 시작됩니다.
이때 스님들은 우기 안거에 들어갔습니다.
일정한 거처에 여러 스님들이 함께 모여 수행하던 승가의 안거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우리 절에는 실상사 큰절에 경학을 하는 화엄학림이 있고 큰 절에 딸린 백장암에는 선수행을 하는 선원이 있습니다.
안거 전날 함께 살아갈 출재가 대중이 모여 각자 일을 나누어 맡는 '소임정하기'를 합니다.
이것을 절에서는 '방을 짠다'라고 합니다. 평소에 이미 정해진 '절의 주요 소임'을 재확인하고 석달간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에 따라 매 안거 때 마다 소임을 바꾸어 정합니다. 그리고 안거동안 살아갈 것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이때 실상사에서는 재가영역인 작은학교, 귀농학교, 한생명 등의 대표도 참여합니다.
일상에 필요한 소임들을 들여다 보자면, 새벽에 목탁치고 염불하면서 절 마당을 돌며 대중과 도량을 깨우는 도량송과 불전에 아침저녁 예불 등의 의식을 집전하는 '부전', 종을 치는 '종두', 등불을 관리하는 '명등', 대중의 목욕물과 욕실을 관리하는 '욕두', 마시고 쓸 물을 관리하는 '수두', 도량 청결과 쓰레기 등을 관리하는 '정토', 해우소에 '정통', 손을 맞이하는 '지객', 학인대중의 법을 세우는 '입승', 먹을 것을 준비하는 '공양주', 절의 건물과 후원을 관리하는 '원주', 종무실장 등등 다양하게 나누어집니다.
 
오늘 실상사 스님들은 겨울안거에 들어갔습니다.
큰절 안에 화엄학림 학인 대중을 비롯하여 26명의 스님과 2명의 행자, 10명의 재가 소임자 등 총 38명, 약수암과 서진암에 각 1명의 스님, 백장암선원에 10명의 스님을 합하여 총 50명의 대중이 겨울안거에 들어갔습니다.
 
★잠시 샛길
(오는 토요일 27일에는 화엄학림 후원자, 후원희망자, 템플스테이를 하셨던 분들을 모시고 여는 '보은법회'가 있습니다. 그런데 절에 스님들은 30명 가까이 계신데 참여하는 재가자는 그에 미치지 못할 듯합니다. 그려지는 부조화가 염려됩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스님들은 오전 10시에 학림 강당에 모여 '겨울안거 결제 포살'(대승계율의 항목들을 읽고 참회하며 지킬것을 서원하는 의식)을 한 뒤 보광전으로 옮겨 헌공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먼저 가신 부모님과 여러 인연 영가, 실상사를 지켜오신 선각 조사스님들께 예드리는 '시식'을 하고서 모두 보광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이어 신도님들께서 정성스럽게 준비해 주신 공양을 하는 것으로 오늘의 동안거 결제 의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올 겨울 백장암 선원에서는 사자후가 울리고,
학림 강당에서는 혜안이 폭죽처럼 터지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우리 절 일상을 전하는 얘기가 길어집니다만,
화엄학림에서는 오후 1시에 다시 강당에 모여 2학기 '열린논강'을 가졌습니다.
'화엄학림 수행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저녁공양시간인 5시까지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이번 2학기 열린논강은 학사일정이 바빠서 한 회만 하기로 하였으며 평소처럼 학인스님들이 발제와 논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강사진에서 발제와 진행을 맡고 전 대중이 논평하는 형식으로 하였습니다.
 
학장이신 해강스님께서 발제를 하시고 학감 원묵스님이 진행사회를 맡았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여러 사정으로 발제자가 직접 발제문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발표된 글을 참조하여 논의안을 발제하는 방식을 갖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고려대 철학과 조성택 교수의 <깨달음의 불교에서 행복의 불교로>와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스님의 <기본불교와 대승불교> 2편의 글을 참조 글 삼아 토론하였습니다.
 
장시간 토론의 끝은 늘 그렇듯이 아쉬움을 남김니다.
그렇더라도 안거에서 가장 중요한 수행은 대중이 모여 법을 논하는 것입니다. 비록 그 내용의 만족에 있어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지라도 수행자 집단인 승가에서는 참으로 중요한 일이요, 수행입니다.
 
얘기가 길어져 상세한 내용은 전하지 못하지만 발제자의 '여는 말'을 덧붙이니, 그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토론하였는지를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삼았던 두 편의 글은 작자의 동의를 묻지 않았기에 내놓지 않습니다.

실상사에서는 아침예불에 '우리말 경전'을 대중이 다함께 독송합니다.
그간 <화엄경 정행품>의 내용을 편집한 경전을 독송하였는데
오늘부터는 <화엄경 보현행원품>을 독송합니다.
 
열 가지 행원마다의 끝에 다음과 같은 말씀이 후렴으로 반복됩니다.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면 나의 이 행원도 다하려니와 중생계 내지 중생의 번뇌가 다함이 없으므로 나의 예배하고 공경함도 다함이 없어 순간순간 이어져 끊임이 없고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생각이 없는 것이니라"

오늘하루 실상사 스님들은 참 바쁘게 보냈습니다.
저녁예불을 마치고 방에 드니 노곤함이 밀려듭니다.
그 가운데 보현행원의 위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 덧붙임 ***********

화엄학림 2554년도 2학기 열린논강(대중논강)

주제 : 화엄학림 수행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위하여
      
             [발제자 : 해강]

여는 말

'화엄학림'은 『화엄경』을 간판으로 나름의 체계를 가지고 교학을 공부하는 곳이다.
종단 안에서는 다른 강당에 견주어 열심히, 속 있게 공부하는 곳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학인스님 중에는 '이곳에 와서 비로소 불교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틀을 얻었다'라고 말하는 스님도 더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5년 5월에 문을 연 화엄학림 첫 걸음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 까지 16년을 화엄학림 안팎에서 함께해오면서 떨쳐내지 못한 의문이 있다.
 
'화엄학림에서의 공부가 과연 중노릇을 잘하는 모습인가?',
'상구보리 하화중생(열반)을 지향하는 수행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내게 있어 매번 이 화두의 끝은 늘 무겁고 축축한 안개속이다.
이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반문이 아니요, 학림에 오래 몸담은 스님들 다수가 공감하는 것이다. 또한 화엄학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출가수행자로 살아가면서 너나없이 늘 갖는 의문일 것이다.
 
이같은 생각의 보다 세세한 내용은 발제와 토론 중에 다루어질 것이므로 여기서 미리 당겨서 말할 필요는 없겠다.
다만 애기의 실마리를 위해 함께 살아가는 대중 가운데 한 스님이 던진 말씀을 들어보자.
 
"경론의 학습을 통해 불교사상을 잘 이해하는 과정은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혹 경학 수행을 경상에 경전을 펼치고 앉아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지? 경론서를 손에서 놓은 그 밖의 생활은 공부가 아니거나 덜 중요한 것이라고 여기지는 않는지? 그리하여 우리의 간경수행이 일상의 삶과는 무관하게 이루어지고 그 수행이 내 삶을 변화시켜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학림을 마치고 실상사 산문을 나서며 나는 진정 그동안 내가 보낸 2년여 시간과 쏟은 노력만큼 성숙되었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계종단의 교육개편을 통해 내년부터는 종단에 다양한 교학을 공부하는 학림(개정된 공식명칭 '승가대학원') 여러 곳이 문을 연다.
이로써 그동안 종단 안에 거의 유일하다할 전문․연구과정 도량이었던 화엄학림은 새로운 변화를 요청 받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화엄학림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금 우리의 공부를 바닥부터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하여 이번 논강 원칙에 따라 이미 발표된 글 가운데 도움이 될 만하다고 여겨지는 글을 골라 성찰을 위한 토론의 단서를 삼는다.

토론을 위한 제언
 
애초 '교수회의'에서 결정한 '화엄사상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자(대사회적 안목, 우리의 수행과 삶 점검)'라는 주제에 적당한 글을 찾지 못했다.
여기에 선정된 두 개의 글은 그나마 가장 근접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고른 것이다. 이 자료 글을 참고로 이번 '열린논강'은 다음과 같이 소주제를 나누어 사유하고 토론하였으면 한다.

토론의 구성

1. 수행의 바른 뜻
     : 출가 수행자라는 근본자리와 큰 틀에서 살펴본 수행의 정의를 생각한다.
 
2. 수행의 목적
     : 상동
 
3. 현 시대상황에 따른 바른 수행이란,
 
1) 시대상황 점검
     : 불교를 통해 세상보기, 세상을 통해 불교보기.
 
2) 시대와 역사에 부응하는 바른 수행은 어떤 것인가
     : 당시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사상(종교)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잊혀지는 것이 그동안 보아온 인류역사이다. 부처님의 종성이 끊어지지 않고 시방삼세에 변만하기 위해서는 오늘날 한국불교의 짐을 지고 있는 출가수행자인 우리가 어떻게 이 시대 현실과 역사에 부응하는 수행자로 살아갈 것인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을 고민해 본다.

4. 우리의 반성과 나아가야 할 바른 수행의 자세
     : 화엄학림 수행-간경, 일상- 비판적 성찰
 
1) 현재 학림에서 수행은 어떠한가.

2) 현재 학림의 수행에 보이는 고쳐야 할 점과 보다 승화시켜야 할 장점은 ?

3) 화엄학림에서의 바른 수행 정의 - 미래지향적인 정의
   - 무엇을 위해 공부할 것인가 (학림 수행의 목적)
   - 어떻게 공부하며 살아갈 것인가 (학림 수행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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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행자님의 댓글

행자 작성일

저희도 기원합니다.
"올 겨울 백장암 선원에서는 사자후가 울리고,  학림강당에서는 혜안이 폭죽처럼 터지기를!!!"

공덕수56님의 댓글

공덕수56 작성일

절 쇼핑중에(하지만 간절했습니다)  실상사를 만났고
"생은락이다"란  스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인연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삶은 어찌 이리도 다양 하고
디이나믹 한지요. 그래서 살아볼 가치가 있다
생각합니다.
이모든것이 실상사스님들의 자비심 덕에 알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손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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