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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김병관, 1000일의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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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상사 작성일11-02-22 08:50 조회5,2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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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김병관, 1000일의 사랑이여!

 

[법인 | 조계종 교육부장]

 

초로의 남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북한산 정상이 이제는 너무 추워져서 숙식을 할 곳이 필요하다기에 가까운 절을 소개시켜 주고 끊었지만 그 전화 한 통이 나의 일상을 온통 흔들어놓았다. 누구는 이 한겨울에 북한산 정상에서 홀로, 그것도 200일이 넘게 사투를 하고 있는데 나는 따뜻한 방안에서 편하게 쉬고 눕고 책을 읽고 명상하고 걱정없이 끼니를 챙기고 있으니….

 

김병관, 그는 지리산의 연인이었다.

쓰레기를 주워오는 사람에게 음료수를 선물하고, 연하천 대피소에서 등산객들과 함께 시낭송회를 열며 행복에 겨워 영영 산에서 내려오지 않을 사람이었다. 그런 그를 하산시킨 것은 케이블카였다.지난 9월 하순, 임시 국무회의는 국립공원 자연보전지구 내 케이블카 거리 규정을 2㎞에서 5㎞로, 케이블카 정류장 높이를 9m에서 15m로 완화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제 산 정상에는 5층 높이의 정류장 건물이 들어서고 흉측하게 얽힌 전선이 난무할 테고, 나무가 잘려나간 골짜기마다 쓰레기와 유흥의 소리가 넘쳐 은거하는 야생동물도 살아남기 힘들게 될 터이다.정부의 케이블카 설치 명분은 지역경제 발전이고, 심지어 지역단체들은 노인과 장애인의 복지 차원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말한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서 현찰이 오가는 게 지역경제 발전인가. 산을 죽이면서 정상에 서보는 것이 진정한 인간의 복지일까.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의 경건함

뉴욕 맨해튼의 지도를 보면 초록색 사각형이 맨해튼의 정중앙에 매우 큼직하게 뚜렷이 표시돼 있다. 센트럴 파크이다. 1850년대에 맨해튼의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옴스테드라는 사람이 센트럴 파크 설계의 감독을 맡았다. 그는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넓은 땅에서 맘껏 뛰놀아야 하고, 조용한 나무 아래에서 쉬어야 하고, 호수 위를 떠다니는 물새를 볼 수 있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다고 해도 공원이 너무 넓지 않느냐는 반대의견은 ‘충분한 녹지가 없다면 인간은 머지않아 정신병에 시달릴 것이고 그에 드는 사회적 비용은 이 땅값에 비길 바가 아니다’라는 옴스테드의 말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우리의 동양화에 늘 사람과 집이 조그많게 그려지는 것은 사람과 집 또한 자연의 작은 부분일 뿐이라는 조상들의 철학이 들어 있는 까닭이다. 지역경제 발전론도 그렇다. 경제 발전의 핵심은 지속가능성이다. 15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뉴욕 센트럴 파크는 세계 최고의 도심공원으로 뉴욕인의 자랑이며, 그 공원을 보고 즐기러 미국 전역과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온다. 오늘날 센트럴 파크가 지역민의 정서 안정과 더불어 가져오는 관광수입을 보면, 산을 죽이면서 케이블카를 놓는 것이 황금알을 낳는 닭을 잡아먹는 어리석음과 무엇이 다른가.지난해 케이블카 반대 천왕봉 시위 때 평생을 지리산지기로 살았던 함태식옹은 왜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산은 걸어서 올라오는 것이야”라고 단순명료하게 답했다. 높은 산에서 만나게 되는 장성한 나무, 거센 바람 속에 의연한 풀포기와 앙증맞은 꽃들, 울퉁불퉁 솟은 바위, 기어기어 먹이를 찾는 작은 벌레까지 그 얼마나 경이로운 생명력인가! 그 하나하나의 생명들이 우리 눈앞에 서기까지 조금씩 조금씩 걸어가야 했을 그들 삶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경건해지기까지 한다. 그들이 지금처럼 산속에서 살아갈 자유를 훼손할 권리는 인간 누구에게도 없다. 더구나 그들은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그 산을 지켜온 산의 진정한 주인 아닌가. 당장 인간에게 저항할 수 없다 해도 머지않은 장래에 인간에게 재앙이라는 과보를 준다는 사실은 숱한 사례가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자연파괴의 비용, 경제로 못메워

옴스테드에게는 그를 지지해준 철학을 가진 정치인이 있었지만 김병관씨는 사면초가이다. 그럼에도 그는 앞으로 800일을 더 산에서 살아야 한다. 그가 바치는 1000일의 케이블카 반대 1인시위는 인간에 대한 경종이 아니라 차라리 자연에 대한 참회이다. 말없는 산들은 그를 지구촌의 자연인으로, 사람다운 사람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황벽선사의 선시 한 편을 김병관씨에게 공양 올린다.

 

“번뇌를 벗어나는 일은 예삿일이 아니니/ 한바탕 고삐를 단단히 쥐어 잡고 힘 쓸지니라/ 뼛속까지 사무치는 추위를 견디지 않고서/ 어찌 코끝을 찌르는 매화향기 얻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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