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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세상

<지금 여기, 실상사의 얼굴> 머리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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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상사 작성일17-11-06 09:57 조회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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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실상사의 얼굴> 머리말

지금 여기,
마을과 함께 한 천년의 얼굴에 절 올리며


조석예불시간. 광명의 구름대가 두루 퍼져 있는 우주법계, 시방세계의 한량없는 불법승께 공양 올린다. ‘지심귀명례’의 마음으로 절하여 엎드리면, 내가, 우리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이 땅에 존재한 무수한 인연들이 절을 하는 내 머리맡에 와서 앉는다.

지극한 마음으로 절한다.  우리에게 세상을 볼 수 있는 밝은 눈을 갖게 해주신 온 세계의 스승이요, 모든 중생의 어버이신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온 세계에 항상 계신 거룩하신 부처님,  온 세계에 항상 계신 거룩하신 가르침,  대지문수사리보살 대행보현보살 대비관세음보살  대원본존 지장보살님,  부처님께 부촉받은 십대제자 십육성 오백성 독수성 내지 천이백 아라한들이 나투신다.

 서쪽에서 일어난 불법을 이 땅에 전해주신 역대조사 천하종사 한량없는 선지식께 절을 하다보면, 바닷길을 따라 중국으로 건너와 9년 면벽을 하고, 혜가스님에게 안심법문을 하고 양무제를 깨우치던 달마조사가 떠오르고, 고원과 산맥을 넘고 사막을 건너는 혜초스님의 흙먼지에 절은 발걸음, 신라에서 법을 찾아 당나라로 가서 지자스님에게서 선법을 배우고 이곳 지리산으로 돌아와 선법을 펼치신 홍척스님을 비롯하여 무수한 구법의 행자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법의 밭을 일구었을 헤아릴 수 없는 대중들의 인연들… 홍척스님이 선문을 열자 많은 스님들이 전국에서 실상사로 몰려들었는데, 제자들의 수가 무려 천여 명에 이르렀다고 하니 그 인연들은 또 얼마나 장대할 것인가. 온 우주가 다 그 인연들에 얽혀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예불문의 끝자락에 와서 ‘온 세계 항상 계신 거룩한 공동체’에 절을 올리다보면, 한량없는 인연들이 바로 여기 이 공간에 머물고 있음이 자명하게 다가온다. 그 마음은 또 한량없이 확장되어 나, 우리, 마을, 대한민국, 세계, 우주법계로 나아간다.… 그리고 다시, 그 안에 내가 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공간과 사람이 분리될 수 없듯이 실상사 역시 사람의 역사와 삶과 분리되어 생각할 수 없다. 경내의 여러 전각과 불보살상, 절 주변 산길에서 바람과 햇볕을 받으며 서있는 승탑들, 마당에 서있는 석탑과 석등, 경내외의 이곳저곳에 널려 있는 바윗돌이며 돌맹이며 이 땅위에 있는 모든 것이 그러한 인연의 총체이다. 실상사 문화재는 그런 인연이 있음을 증명하는 물건으로서 우리에게 지금 여기에 서있는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지중한 인연의 산물인가를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지금 여기, 실상사의 얼굴

따라서 실상사도 모든 인연들의 실상사일 것이다.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마을사람들과 이곳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이 실상사의 주인공들이다. 특히 실상사 인근마을의 주민들을 만나면 실상사에 대한 기억이 마음에 하나 가득임을 알 수 있다. 실상사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뛰놀던 마당이었고, 조금 커서는 살짝쿵 데이트를 하던 곳이기도 했다. 지금은 연세가 지긋한 어른들에게는 부처님 오신 날 해탈교까지 이어진 연등의 장엄한 행렬에 대한 기억에서부터 주변 논밭에서 일하다가 와서 한낮이면 실상사 마당의 그늘 아래 모여서 잠시 단잠을 자거나 허리띠와 이야기 보따리를 함께 풀어놓고 쉬던 곳이었다. 또한 단오절이면 큰 느티나무에 그네를 묶어 타고 놀던 마을주민 전체가 어울리는 축제의 장이었다.

그런 분들이기에 실상사 발굴작업 때문에 경내의 큰 나무가 베었을 때, 상실감이 더 크셨을 것이다. 오래 전 기억을 갖고 있는 분들은 실상사의 큰 나무들이 베어져 나가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다시 숲을 돌려달라고 말씀하신다. 그 속상함 속에서 실상사에 대한 큰 애정을 본다. 또한 많은 분들이 이 시대에 실상사가 추구하는 생태적인 가치와 단순소박한 삶에 대해 긍정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래도 우리 절이 특히 큰 법당이 크고 웅장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말한다. 반면, 어떤 분들은 “지금의 소박한 분위기가 좋으니 큰 불사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간곡히 부탁도 한다. 생각은 다르지만, 여러 말씀 속에서 실상사에 대한 애정이 가득함을 느낄 수 있다. 마을주민들을 비롯하여 이 많은 분들의 관심과 애정이 있었기에 실상사가 지금 여기에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가슴이 뭉클하다.

 


실상사, 기억의 기록

현대사회는 정말 빠르게 변화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강산은 1년 단위로 변하고, 때로는 그보다 더 빠르게 변한다. 강산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도 바뀐다. 교통수단이 발달하고 사회가 다변화하면서 직업이동이 많아졌고, 그런 가운데 마을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많이 바뀌었다. 실상사가 있는 산내지역만 해도 귀농인구가 많아져서 약 5분의 1이 새로 유입된 주민들이다. 그에 비해 예전부터 살던 분들은 연세가 많아졌고, 그 자녀들은 도회지에 나가 사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결국 실상사의 옛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분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 실상사의 삶을 또 이어져가겠지만, 실상사에 대한 사람의 기억을 담아두는 것은 지금 아주 필요한 일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과거는 땅을 파면 자신의 얼굴을 드러낸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기술의 발달은 너무 쉽게 파헤칠 수 있고, 너무 쉽게 모습을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글과 사진이 아니면 제 모습을 알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그런 까닭에 실상사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실상사의 근현대사를 어떻게 기록하여 보존할 수 있을까를 중요한 과제로 생각해왔다. 특히 사찰과 근현대사의 굴곡을 함께 해온 주민들의 이야기가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마을 주민들의 증언도 채록하고 관련사진도 수집하면서 궁리를 해오고 있던 중에 그 첫걸음으로 실상사 문화재와 관련된 주민들의 기억을 기록으로 담게 되었다. 문화재청에서 공모한 2017년 산사문화재 활용사업이 중요한 인연의 고리가 되었다.

기억의 기록은 근현대를 거쳐오면서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마을사람들이 갖고 있던 사진과 소중한 기억들은 실상사 역사의 한 장이다. 불교적 세계관의 상상력을 발휘해본다면, 실상사를 중심으로 담아본 우주 족보의 한 장이다.
 
이러한 마음으로  실상사를 둘러싼 산천, 들판, 실상사의 너른 마당을 둘러본다. 너른 대지위에 흙과 돌맹이들, 풀 한 포기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돌맹이, 곳곳에 놓여있는 바윗돌들, 100년이 넘은 전각들, 1000년의 세월을 저렇게 서서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그 바람을 들었을 석탑과 석등, 승탑들… 그 안에 면면히 담겨진 사람들의 삶을 느껴본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 뒤에 또 어떤 삶의 흔적들을 남기게 될까.
 
다시 한 번 이 땅을 지켜온 마을주민들에게 감사함을 담아 큰 절을 올린다.

그리고 이런 인연의 고리를 마련해준 문화재청, 전라북도와 남원시의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 이 작업은 또한 직접 발로 뛴 사람들이 없었다면, 그들에게 살래와 실상사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작업이었다. 주민들을 인터뷰하고 글을 쓴 정상순 씨, 재현 사진을 찍어준 조현정 씨, 이 귀한 작업의 진행을 맡아 수고한 조창숙씨의 공이 실로 크다. 또한 2017년 산사문화재 활용사업을 함께 이끌어간 운영위원들 - 신강, 강양화, 오선미, 수지행은 이러한 일들을 가능하게 한 너른 마당의 역할을 기쁘게 감당해주었다.

모쪼록 이런 기억들이 바탕이 되어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는 문화의 산실로서 절이 되기를 바란다. 몇 년 전 실상사중창불사를 위한 워크샵에서 확인했던 많은 이들의 바람처럼 실상사의 아름다움이 산내의 아름다움이 되고, 실상사의 아름다운 삶이 산내의 아름다운 삶이 되기를 바란다. 절과 마을이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는 곳, 그래서 절과 마을이 하나 되어 삶의 고뇌를 안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의지처가 되고 해답을 얻어가는 시대적 공간으로 가꾸겠다고 발원한다.

2017년 11월 가을색이 아름다운 날에
실상사 산사문화재 활용사업 운영위원회(운영위원장 응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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