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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세상

[전시개막] 신비한 지리산 길에 초대를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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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실상사 작성일20-10-19 21:36 조회4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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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면 세상은 어쩌면 이리도 푸르고 맑을까요? 

가슴은 저절로 활짝 열리고 머리를 들어 하늘을 봅니다. 

뺨을 시원하게 어르는 바람도, 자신의 마지막을 저리 곱게 물들이는 나뭇잎도, 발밑을 구르는 낙엽소리도, 모두가 그저 깨달음으로 다가오는 지혜로운 계절이예요. 

비록 네모난 TV에서는 여전히 코로나 소식, 여의도 싸우는 소식, 세상의 온갖 유혹과 위험 속에서 근심과 비통의 소리가 울려퍼지더라도 이 계절은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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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맑고 아름다운 날, 10월 18일, 실상사 선재집에서는 또한 맑고 아름다운 일이 있었습니다.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선재집이 지어지고 처음 열린 전시회.

<임채욱 사진전 <지리산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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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집에는 임채욱 작가가 2008년부터 2020년까지 13년 동안 지리산을 다니면서 카메라에 담았던 수만점의 사진 가운데 77점이 엄선되어 실렸고, 또 지리산을 사랑하는 분들의 글도 함께 실렸습니다. 이 사진집은 <아트제>출판사에서 나온 첫 책이라고 한다. 선재집에서 첫 전시, 아트제의 첫번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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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개막식 초대를 삼갔는데도, 신도님들 외에 마을주민들, 그리고 멀리에서도 소식을 듣고 찾아오신 분들이 계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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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전시회가 열리는 이 선재집은 대중들과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지어진 것인데, 그 목적에 맞게 이렇게 귀한 전시회를 열게 되어 기쁘다"면서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개관식을 못했지만, 이런 멋진 문화행사로 문을 열게 되니 이 자체로 아주 귀한 시작인 것 같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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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가는 길> 전시에서는 네 가지 길을 보여줍니다.  

지리산 종주길, 지리산 둘레길, 지리산 실상길, 지리산 예술길.

이 각각의 길에 경험이 많은 지리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먼저 박남준 시인이 한 말씀.  

박남준 시인은 정부의 지리산댐 건설계획으로 촉발된 지리산살리기 운동, 생명평화탁발순례, 그리고 지리산 곳곳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에 함께 하면서 우리 실상사와도 인연이 깊은 분이지요. 성삼재를 넘어오면서 단풍이 물들어가는 풍경을 잘 감상하고 왔다면서 종주길이야기보다도 시낭송을 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오랫만에 듣는 박남준 시인의 깊고 그윽한 시낭송.   

 

바람은 춤추고 우주는 반짝인다

지금 여기 당신과 나

마주 앉아 눈동자에 눈부처를 새기는 것

비로소 관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인연은 그런 것이다

나무들이 초록의 몸속에서

붉고 노란 물레의 실을 이윽고 뽑아내는 것

뚜벅뚜벅 그 잎새들 내 안에 들어와

꾹꾹 손도장을 눌러주는 것이다

 

아니다 다 쓸데없는 말이다

한마디로 인연이란 만나는 일이다

기쁨과 고통,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

당신을 향한 사랑으로 물들어간다는 뜻이다

 

- '가을, 지리산, 인연에 대하여 한 말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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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지리산 둘레길.

둘레길을 관리, 운영하는 사단법인숲길의 이상윤 상임이사는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의 지리산순례 인연으로 생겨난 지리산둘레길에 대해 회상하면서, 지리산의 생명평화적 가치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지리산둘레길은 생명평화 지리산 둘레길이죠.

 

이상윤 상임이사는 "둘레길은 마을과 들판, 사람살이를 보여주는 길"이라면서 "지리산과 둘레길을 통해 이 터를 지켜온 분들이 자긍심이 더 자라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한편, 현재 하동군에서는 악양을 '알프스하동'으로 만들자면서 알프스의 융프라우 철도와 같은 것을 악양에서 형제봉까지 놓겠다고 하고 있어 주민들이 그에 맞서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때에 임채욱 작가가 알프스하동계획철회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뜻에 공감하고 악양 평사리 들판의 풍경을 지리산 둘레길을 대표하는 사진으로 전시를 해주어 정말 고마웠다"면서 "이런 전시가 사람들이 우리 삶에 귀중한 것들이 무엇인가를 재발견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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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지리산 실상길. 

지리산 실상길의 모델인 회주(도법)스님의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이번 사진전 준비를 지켜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라며, "세간에서 흔히 말하기를 금강산은 기기묘묘하고 웅장한 아름다움으로, 설악산은 기암절벽 빼어난 아름다움으로 표현되는데, 지리산은 아름다움으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하고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지리산을 아름다움과 연결하여 표현한다면 장엄한 지리산이라고 하면 어떨까 한다"면서 "장엄한 지리산은 기기묘묘한 아름다움도 품고, 저 악양 평사리의 들판 사진이 보여주는 평화로운 아름다움도 품고, 더 소소한 평범한 일상도 품고 있는 산인 것 같다"고 했다. 

 

도법스님은 또한 작가가 이 전시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작가에게 이 일은 예술임과 동시에 사회적 발언이기도 하다면서요. 

실제로 임채욱 작가는 사진을 찍으러 다니고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지리산둘레길>에 관련한 사진들이 많은데, 평사리 들판 사진을 주로 많이 선보인 건 이 평사리 들판이 나에게 평화로움이란 무엇인가를 지극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요. 

  

"이 장엄한 아름다움, 평화로운 아름다움, 평범한 아름다움을 나만 누기로 내 자식, 후세가 누릴 권리를 빼앗을 것인가. 망설이지 말고 위험에 처해 있는 지리산의 이런 아름다움을 지키자는 작가의 주문에 화답해야 하지 않겠는가" 참석한 분들의 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그리고 스님이 이 전시를 위해 특별히 쓰신 시 <신비한 작은 길>을 낭송해주셨지요. 

우선 이 글 맨 아래쪽에 시를 덧붙여둘께요. 

나중에는  동영상으로 멋있게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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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예술길.

앞의 세 길은 현실에 존재하는 길이지만, 예술길은 작가에 의해 창조되었거나 발견된 길입니다. 임채욱 작가는 전시나 도록에 담지 못한 지리산을 영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사진과 영상을 결합한 작품, 특히 소리에 반응하는 스마트 작품을 소개했습니다. 

평면 액정에 담겨있는 지리산 사진 위로 관람자의 소리가 형형색색의 빛으로 반응하기도 하고, 관람자가 선택한 유튜브 영상이 지리산 사진에 겹쳐지기도 하는 흥미로운 작품이었어요. 어쩐지 지리산 어머니가 껴안는 세상, 지리산 어머니 품에 와서 안기는 세상이 연상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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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작가가 "지리산이 코로나로 인한 시대적 아픔을 과연 어떻게 품어줄 것인가"를 고민한 작품이라고 해요. 그런 고민이 있어 관객들이 단순히 작품을 감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소리에 반응하여 희망의 빛을 컬러풀하게 표현해주는 관객참여형 작품을 생각하게 된 거라죠. 더 나아가 지리산 숲과 유튜브 영상을 오버랩시켜 초현실적인 세계로 무한 확장하는 지리산 예술길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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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맑고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

지리산 천왕봉이 이렇게 눈앞에 서있던 맑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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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사진집에도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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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집에 사인하는 임채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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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식을 마치고 강당에서 <지리산 종주길>, <지리산 둘레길>, 장엄하고 신비한 지리산과 평화롭기 그지 없는 평사리 들판에 푹 빠져보는 시간을 갖고 있는 분들도 계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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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 다실에 설치된 <지리산 실상길>에서 웃음소리가 높습니다.

하하, 우리 신도님들은 역시 회주스님이 더 좋으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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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우리 회주스님 너무 멋있어요."

"이 사진 우리 신도방에 걸어놓으면 좋겠다"

이러면서 즐거워하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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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사진 앞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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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화처럼 맑은 지리산 사진을 감상하면서 동시에

구스타프 말러의 심포니의 장엄함에 빠져보기도 하고, 

조성진의 피아노 선율로 '드뷔시'의 <달빛>을 따라 걷다가, 

그리고 간절한 박효신의 노래에 가슴이 젖어버리기도 했던 시간. 

 

참 맑고 아름다운 날이었어요. 

생명평화 지리산의 가치를 마음에 새기고, 

지리산을 잘 지키고, 지리산을 닮아가기를, 

그래서 내 삶도 빛나고 지리산도 빛나기를 기원했답니다. 

참 맑고 아름다운 지리산 사람들이 말이죠.

고맙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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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한 작은 길 

 

- 도법스님


실상사 내 방

창문을 열고 마루에 서면

아담한 극락전 마당 한 켠에

기왓장으로 경계를 표시한

길이랄 것 없는 작은 길 하나 있다.


나는 매일 그 길에서 나인 그대

삶을, 죽음을, 성공을, 실패를 만난다.

나인 그대

후라이꽃을, 작은 출입문을

풀매는 스승을, 마루닦는 할매를

그리고 온 실상사를, 온 세상을, 온 우주를 만난다.


나는 매일 그 길에서 

나인 그대

젊음을, 늙음을, 환한 희망을, 깜깜한 절망을 만난다.

나인 그대

홍척의 비석을, 작은 냇물을, 예쁜 텃밭을

푸르른 하늘을, 천왕봉의 흰구름을

그리고 온 실상사를, 온 세상을, 온 우주를 만난다.


나는 매일 그 길에서 

그대인 나

고단함, 편안함과 함께 아침 먹으러 간다.

그대인 나

페미니즘 청년, 템플스테이 아줌마

시원한 바람, 뜨거운 햇빛

그리고 온 실상사, 온 세상, 온 우주와 함께


나는 매일 그 길에서

그대인 나

기쁜 소식, 슬픈 소식과 함게 아침법석에 간다.

그대인 나

넓은 절 마당, 푸르른 소나무

고요한 눈빛, 가벼운 발걸음

그리고 온 실상사, 온 세상, 온 우주와 함께


날마다 빛난다, 작은 길에서

그대인 나의 삶을 만나는 기적이

나인 그대의 삶을 만나는 신비함이

늘상 온 우주와 함께 하는 불가사의함이

참 넓고 큰 작은 길, 참 다양하고 풍요로운 삶이다.

그래, 무엇이 부족한가.

이만 하면 걸을만하지 않은가. 

엣취!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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