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전환 지리산 만일결사 2차 천일정진
17번째 100일 기도 일일법문은 광주 선덕사 주지 담준스님의 법구경입니다.

17번째 100일 기도 기간 : 2024.11.7 - 2025.2.14  기도동참하기


일일법문평화의 조건은 평화로움 자체입니다. 평화에 도달하는 길은 끊임없이 가꾸어낸 평화로움 말고 다른 길이 있지 않습니다. 이 길은 영원한 진리입니다.

4월 14일 오늘은 #1000일+759일차입니다.

【문명전환 지리산 만일결사(2차 천일정진)】



59.


평화는 결코 도달해야 할 목적지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불일불이의 한몸 한생명인 진리의 세계관을 갖고 늘 지혜롭게 깨어있음과 흔들림 없는 평정의 상태로 자신을 대하고 상대를 대하고 사건을 대하고 사회를 대하고 자연을 대해야 합니다. 

평화의 조건은 평화로움 자체입니다. 평화에 도달하는 길은 끊임없이 가꾸어낸 평화로움 말고 다른 길이 있지 않습니다. 

이 길은 영원한 진리입니다.


- <그물코 인생 그물코 사랑>, 84쪽 -




우리는 평화를 종종 갈등과 폭력이 사라진 완전한 상태로 상상합니다. 역설적으로, 그런 평화를 얻기 위해서, 때로는 폭력으로 불의한 적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전쟁이 정의와 평화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었습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불의한 빨갱이는 다 죽여야 평화가 이루어진다', '빨갱이 가족은 인간이 아니다', '빨갱이 가족을 살려두면 또 다른 빨갱이가 생겨난다' 


광복 이후 분단된 한반도에서 발생한 비극마다 이 험악한 음성과 논리가 반복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오랜 기간 차별받고 사회에서 배제되었습니다.  


이제서야 이 역사의 일면을 알게 된 저는, 이런 험악하고 거친 목소리를 쏟아내는 사람들을 폭력적이고 우매하다고 단정짓고, 나와 상관없는 '반대편'이라고 선을 그어 그들을 배제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평화의 조건은 평화로움 자체’라는 진리의 가르침 앞에서, 선을 그어 그들을 배제하고 싶은 저의 마음도, '나는 옳고 당신은 틀렸다'는 생각에서 비롯됨을 확연히 보게 됩니다. 


우리는 옳다고 믿는 쪽의 편에 서서 세력을 키워 이기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왔습니다. 그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도, 제 경험으로도, 결과는 끝나지 않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었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진리에 맞게 평화로움을 가꾸는 길은, 불일불이, 진리의 세계관에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양심의 소리, 진리의 소리에 깨어 함께 사는 길을 포기하지 않고 창조해가는 것입니다. 


습관에 안주하지 않고, 이 배움을 기억하여 실천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저와 함께 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