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나눔]2014.8.30 세월호 지리산 천일기도 첫기도날에 발표한 복효근 시인의 시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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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8.30 세월호 지리산 천일기도 첫기도날에 발표한 복효근 시인의 시


약   속


- 복효근


좌최된 곳은 진도 앞바다가 아니었다

내 가슴 속이다 내 목구멍이다

숨을 쉴 때마다 거대한 스크류가 허파를 휘젓는다


침몰한 것은 배가 아니었다

뱃전에 휘날리던 태극기

반만년 역사가 잠기어가는 것을 나는 보았다 


대한민국이 수장되어가는데

우리가 외칠 수 있었던 말은

움직이지 마라, 가만 있으라

복종하면서 죽어가라는 말뿐이었다


그런 우리들에게

피어나지도 못한 채 수장되는 꽃몽오리들이

마지막으로 외치는 소리

-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하지 마라

더 이상 사랑 받을 자격이 없는 우리들을

더 이상 사랑하지 마라

차라리 저주를 퍼부어다오


너희는 꽃으로

꽃의 나라로 가지만

이렇게 우리는 저주의 시간 속에

지옥의 파도를 숨쉬고 있구나


그 날 이후 바다 위에 뜨는 별은

너희들의 눈망을

온 바다에 밀려오는 파도소리는

- 사랑해요, 사랑해요

너희들의 목소리


탐욕으로 찌들어버린 가슴들을 씻어내라고

그래서 뒤에 올 억만 년을 새로 쓰라고

사랑해요 사랑해요

파도로 밀려오는구나


잊지 않으마

다시 쓰마 다시 세우마

사랑한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