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후기]천일기도수행후기 : 두 손을 모아서_밤비 조선우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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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기도수행후기 : 두 손을 모아서_밤비 조선우


작성자 실상사 23-03-20 01:34 조회1,8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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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을 모아서 

 

 

- 밤비 조선우

 

 

실상사 농장 밭 구석에 죽은 지 오래된 고라니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친구와 고라니를 묻어주었습니다. 고라니를 묻어주곤 가슴 앞으로 두 손 모아 기도를 했습니다.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말은 없습니다. 단지 두 손을 모았습니다. 

 

내게 기도는 익숙하지는 않습니다. 말을 짓는 게 서툴러서 바라는 마음을 말로 건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꼭 말로 되뇌지 않아도 되지만, 사람들이 한 마디 한 마디 읊조리는 것을 보며 그래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지내다보면 기도를 하는 자리가 마련될 때가 있습니다. 그 자리에 서서 기도를 할 때 그저 손을 모읍니다. 기도하는 대상을 떠올리며 기운이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행위 자체로 전해질 것 같았습니다. 

 

소원지에 글쓰는 자리엔, 작은 마음이라도 한 문장으로 담기엔 우주처럼 광대하게 느껴졌습니다. ‘나락 한 알 속의 우주’라는 말도 있는데요. 이렇듯 바라는 바를 한 마디에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어란 꼭 말이 아니어도 되며 몸짓도 그림도 눈빛도 언어가 될 수 있단 친구의 말이 생각나 소원지에 동그라미 하나 그립니다. 원이 생기며 안과 밖이 구분이 되고 너와 나라며 구분 지어 얘기하지만, 원이란 경계가 생겨도 경계가 그어지기 전과 같이 본래 하나임을 압니다. 내 몸도 경계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듯 존재하는 것들은 연결되어 있으니 광대하게 느껴집니다. 이 광대함 속에서 자그마한 우리가 기도하고 있습니다.

 

바라는 바를 동그라미에 담아봅니다. 

마음이 동글해지는 것 같습니다.

 

 

손을 모아서

 

홀로 두 손 모아 기도를 하는데

너의 손 잡을 수 있다면

한 손에 너의 손을 잡아

고라니야 너도 함께 손 잡자

나뭇가지와 돌멩이 그리고 그대

하나 둘 여섯 

손에 손을 잡아

다른 한 손에 너의 손을 잡으니

점과 점이 만나 선이 만들어진 동그라미가

너와 나 구분이 없어진 동그라미

기도 할 때 우리 손 모으자

나의 기도는 너의 손 잡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