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평화 탁발순례 | 길에서 만난 사람
유기농업, 생명의 자유와 평등을 위한 근본
(《토지》의 저자 박경리 선생과 도법스님 대담)
작성자 실상사 23-08-07 21:19 조회1,573회 댓글0건
글,정리 /수지행
원주순례답사길. 처음 토지문화관에 가던 날, 심경이 좀 복잡했다.
“요즘 병환이 깊다. 그리고 외부사람들 만나기를 꺼린다.”
주변에서 들려주는 선생의 근황이 이랬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선생을 뵙기를 청하는 것이 과연 생명평화적인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생을 직접 뵙고 가르침을 듣고 싶은 욕심이 더 컸나 보다. 나는 작가들이 가진 통찰력에 대해 일종의 믿음 같은 것을 갖고 있다. 마치 신처럼 등장인물을 세우고 사건을 엮고, 거기에 하나의 일관된 흐름을 부여하는 사람들이 작가들이 아닌가. 게다가 선생은 다양한 인간군상과 사건들의 얽힘 속에서 우리 근대사를 하나의 긴 강으로 보여준 《토지》의 작가가 아니던가.
지금처럼 출렁거리는 물결 속에서 모두가 갈 길 몰라 아우성치는 시대에 그 물결의 흐름을 어떻게 읽어내고 계실지 직접 듣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결국 토지문화관의 문을 두드렸고 만남을 허락받았다.
순례단이 토지문화관에 도착했을 때, 선생님은 아래 사무실로 먼저 나와 계셨다. 병색은 있으셨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나아보여서 다행이었다. 먼저 들어가 인사를 드리니 “이제 사람 만나는 것도 다 귀찮아.” 하시면서 자리에 앉으신다. 귀찮게 하는 것 같아 죄송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게 카랑카랑한 말씀이 조금 활기 있어보여서 오히려 고마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도법스님이 먼저 생명평화탁발순례의 취지를 말씀드리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현대문명사회가 자기모순에 빠진 근본원인은 결국 생명의 가치와 평화의 가치에 대한 무지에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생명의 가치와 평화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바로 여기에서 내 삶의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며, 특히 농업,농촌의 가치를 잃어버린 사회는 미래가 없는 사회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선생은 다른 인사 없이 곧 바로 말씀을 이어갔다.
“그 문제는 단지 농업문제가 아니라 땅 문제예요. 그리고 이 땅 위에 사는 모든 생명체의 문제죠. 모든 생명이 다 유기체인데, 그것을 떼어놓고 생각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현대문명이라는 것은 필요한 것은 다 써버리고 불필요한 것을 생산하는데 전념하고 있어요. 쓰레기만 생산하고 있는 셈이죠.”
새로운 이념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선생은 새로운 이념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지금의 이 모든 현상이 유물론의 결과예요.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둘 다 유물론이죠. 이미 막바지에 왔어요. 이대로 굴러가면 끝장 보는 거죠. 새로운 이념이 있어야 돼요. 새로운 이념은 생태계로 가라는 거예요. 환경이라기보다 생태계라고 해야 적당하죠. 이런 새로운 이념이 나오지 않으면 구제가 안 돼요.”
선생님은 마치 준비해놓은 것처럼 길게 말씀을 이어갔다. 그간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이 그만큼 깊었던 것이리라.
“이게 다 지식인들의 죄업이예요. 지식인들이 멀리 내다볼 줄 모르고 실용주의에 너무 매달려 있어요. 완전히 타성에 젖어 있거나, 체념에 빠져있거나 어떤 경우에는 문명이 모든 걸 구원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죠. 제대로 된 사고를 하는 지식인들이 없어요.”
선생은 ‘이제 갈 데까지 가는 거지.’ 하고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한국에서 환경운동하는 지식인들도 다 가짜배기예요. 몇 년 동안 그것을 뜯어먹고만 살았지 하나도 해놓은 게 없어요. 자꾸 정치적으로만 이용하고… 환경단체가 해놓은 것은 또 뭐가 있어요? 하나도 해놓은 게 없습니다. 모두들 실천은 안 하고 입만 갖고 살아요.”
선생은 이후에도 이야기하는 동안 종종 환경운동을 비롯하여 기존 운동에 대한 실망감과 지식인이나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드러내곤 하셨다.
“선진국이 왜 그렇게 농산품을 지키려고 하는가, 생각해라”
“지금 농촌문제는 진짜 심각하지요. 그런데도 지식인이나 정치인이나 죽느냐 사느냐도 구별 못하고 있어요.”
선생은 FTA협상을 예로 들었다.
“사람들은 차 몇 대 파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왜 미국이나 구라파 같은 선진국들이 공산품이 아니라 농산품, 축산품을 밀고 나오는지 생각을 못해요. 후진국은 공산품을 수출하고 선진국에서는 농산품을 수출하고,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그게 다 이유가 있어요. 자기네들의 그 넓은 땅을 살리려고 그러는 거죠. 우리가 아무리 '미국이 어쩌고저쩌고' 해도, 미국 입장에서는 그게 자국을 위해서 옳은 정책이거든. 그런데 코딱지만한 땅도 못 지켜가지고 우리 나라가 어떻게 미래가 있겠어요. 간단히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공산품을 수출해서 돈을 벌어서 그 돈으로 외국 농산물을 사 먹는다. 그러는 동안에 우리 땅은 점점 오염되고, 그야말로 벼 한 포기도 심어먹을 수 없게 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저들이 달라는 대로 다 주고 사야 할 거 아니겠어요? 그럴 때는 돈이라는 것도 다 휴지예요. 여기에 다이아몬드가 있고 쌀이 있다면 죽어가는 사람이 쌀을 먹지 다이아몬드를 먹겠어요? 그러한 상황이 이제 멀지 않은 현실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어요. 그런데도 거기에 대한 대비가 하나도 없어요. 오로지 골짜기마다 전부 개발을 해서 호텔이다, 골프장이다, 난리죠. 이런 미친 짓이 어디 있어요. 지금 농업문제는 농민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예요.”
쓸 데 없는 것만 넘쳐나는 사회
도법스님이 순례하면서 느낀 점을 말씀드린다.
“대한민국은 물질적으로 너무 잘 살고 있습니다. 돈도 넘치고, 먹을 것도 넘치고, 자동차도 넘치고, 컴퓨터도 넘치고… 부족한 것이 없을 정도로. 그런데도 돌아다녀보니 거의 전 국민이 무슨 결핍증에 시달리는 것 같아요. 다 부족하다고 아우성이예요.”
“그런데 먹고 입는 것 빼면 거의 모두가 다 없어도 되는 것들이죠. 먹는 것, 기본적인 생필품은 조금 넘쳐도 괜찮겠죠. 그런데 꼭 없어도 되는 것들이 넘쳐흐르는 것이 문제예요. 시장에 한번 가보세요. 꼭 필요한 것보다 없어도 살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많아요. 문제는 그것이 그냥 있는 게 아니라는 거죠. 그게 나중에 다 쓰레기가 되는 거예요. 사실 먹고 입고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에는 쓰레기가 없습니다. 불필요한 것, 없어도 되는 것이 나중에 쓰레기가 되는 거예요. 이걸 알아야 해요.”
선생의 강한 어조에서 커다란 위기의식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전해져왔다.
“우리 집에 정객들이 많이 오는데, 내 앞에서는 환경문제 전문가예요. 좔좔좔 늘어놓죠. 그런데 정치판에서는 그런 얘기는 하나도 안 나와요. 아마 표가 안 되니 그런가봐. 그 사람들한테는 표밭이 중요하지 콩밭도 보리밭도 다 소용이 없어.”
유기농업에 정책적 지원을 해야
이야기가 다시 정부의 농업정책의 부재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땅을 살리고 농업,농촌을 살리려면 유기농업을 해야 해요. 그런데 유기농업이라는 것이 한 두 해 해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적어도 5년 7년 걸려야 유기농업이거든요. 그러니까 현재 농촌의 실정으로는 유기농으로 전화하기가 어렵죠.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해요. 아마 10년 전 정도라도 정책적으로 유기농업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으면 지금 땅도 살아나고 농업도 살아났을 거예요.”
“실제 유기농을 해보니 어떻던가요?”
“제가 해보니 7년만 딱 되면 (생산량이) 농약치고 화학비료 준 거 넘어섭니다. 처음에 고추 심었을 때는 3분의 1도 못 거두었어요. 그 다음 해에는 조금 나아요. 그리고 그 다음은 조금 더 낫고… 단구동에서 농사지을 때 7년이 지나니 화학농법으로 한 것을 넘어서더라구요. 많이 열고, 병해도 잘 이기고.”
희망의 근거는 농촌에 있다
선생은 이야기하는 중간중간 한숨과 함께 현실에 대한 실망감을 많이 표현하셨다.
그러면 선생은 어떤 희망을 갖고 계신 것일까.
“순례를 하다 보니 선생님께서 걱정하시는 대로 많은 문제가 있고 한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화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능력들은 좀 부족하지만 구석구석에 진정성을 갖고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예, (운동보다도, 정치보다도) 그게 더 희망이지요. 설령 소수라 하더라도 그런 사람들이 선구자예요. 그 소수의 사람들이 현장에서 자꾸 학습을 시켜나가는 방법밖에 없어요.”
“그런데 문제는 아직은 개별적이어서 큰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더군요. 현실적으로는 이게 큰 문제로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큰 목소리를 아니어도, 옛날에 비해서는 많이 달라졌잖아요. 도시사람들도 유기농업이라는 것을 알고, 유기농업이라야 우리가 산다는 인식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어요. 사람들이 먹거리에 지금처럼 관심을 가진 적이 언제 있었던가요? 아마 지금이 갈림길이 아닌가 싶어요. 어떤 추세가 몰고 가는 거지.”
선생은 그러면서 또 한 번
(뒤가 잘렸네요. 찾아서 복원하겠습니다.)
생명평화 탁발순례 | 길에서 만난 사람
유기농업, 생명의 자유와 평등을 위한 근본
(《토지》의 저자 박경리 선생과 도법스님 대담)
작성자 실상사 23-08-07 21:19 조회1,573회 댓글0건
글,정리 /수지행
원주순례답사길. 처음 토지문화관에 가던 날, 심경이 좀 복잡했다.
“요즘 병환이 깊다. 그리고 외부사람들 만나기를 꺼린다.”
주변에서 들려주는 선생의 근황이 이랬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선생을 뵙기를 청하는 것이 과연 생명평화적인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생을 직접 뵙고 가르침을 듣고 싶은 욕심이 더 컸나 보다. 나는 작가들이 가진 통찰력에 대해 일종의 믿음 같은 것을 갖고 있다. 마치 신처럼 등장인물을 세우고 사건을 엮고, 거기에 하나의 일관된 흐름을 부여하는 사람들이 작가들이 아닌가. 게다가 선생은 다양한 인간군상과 사건들의 얽힘 속에서 우리 근대사를 하나의 긴 강으로 보여준 《토지》의 작가가 아니던가.
지금처럼 출렁거리는 물결 속에서 모두가 갈 길 몰라 아우성치는 시대에 그 물결의 흐름을 어떻게 읽어내고 계실지 직접 듣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결국 토지문화관의 문을 두드렸고 만남을 허락받았다.
순례단이 토지문화관에 도착했을 때, 선생님은 아래 사무실로 먼저 나와 계셨다. 병색은 있으셨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나아보여서 다행이었다. 먼저 들어가 인사를 드리니 “이제 사람 만나는 것도 다 귀찮아.” 하시면서 자리에 앉으신다. 귀찮게 하는 것 같아 죄송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게 카랑카랑한 말씀이 조금 활기 있어보여서 오히려 고마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도법스님이 먼저 생명평화탁발순례의 취지를 말씀드리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현대문명사회가 자기모순에 빠진 근본원인은 결국 생명의 가치와 평화의 가치에 대한 무지에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생명의 가치와 평화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바로 여기에서 내 삶의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며, 특히 농업,농촌의 가치를 잃어버린 사회는 미래가 없는 사회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선생은 다른 인사 없이 곧 바로 말씀을 이어갔다.
“그 문제는 단지 농업문제가 아니라 땅 문제예요. 그리고 이 땅 위에 사는 모든 생명체의 문제죠. 모든 생명이 다 유기체인데, 그것을 떼어놓고 생각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현대문명이라는 것은 필요한 것은 다 써버리고 불필요한 것을 생산하는데 전념하고 있어요. 쓰레기만 생산하고 있는 셈이죠.”
새로운 이념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선생은 새로운 이념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지금의 이 모든 현상이 유물론의 결과예요.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둘 다 유물론이죠. 이미 막바지에 왔어요. 이대로 굴러가면 끝장 보는 거죠. 새로운 이념이 있어야 돼요. 새로운 이념은 생태계로 가라는 거예요. 환경이라기보다 생태계라고 해야 적당하죠. 이런 새로운 이념이 나오지 않으면 구제가 안 돼요.”
선생님은 마치 준비해놓은 것처럼 길게 말씀을 이어갔다. 그간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이 그만큼 깊었던 것이리라.
“이게 다 지식인들의 죄업이예요. 지식인들이 멀리 내다볼 줄 모르고 실용주의에 너무 매달려 있어요. 완전히 타성에 젖어 있거나, 체념에 빠져있거나 어떤 경우에는 문명이 모든 걸 구원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죠. 제대로 된 사고를 하는 지식인들이 없어요.”
선생은 ‘이제 갈 데까지 가는 거지.’ 하고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한국에서 환경운동하는 지식인들도 다 가짜배기예요. 몇 년 동안 그것을 뜯어먹고만 살았지 하나도 해놓은 게 없어요. 자꾸 정치적으로만 이용하고… 환경단체가 해놓은 것은 또 뭐가 있어요? 하나도 해놓은 게 없습니다. 모두들 실천은 안 하고 입만 갖고 살아요.”
선생은 이후에도 이야기하는 동안 종종 환경운동을 비롯하여 기존 운동에 대한 실망감과 지식인이나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드러내곤 하셨다.
“선진국이 왜 그렇게 농산품을 지키려고 하는가, 생각해라”
“지금 농촌문제는 진짜 심각하지요. 그런데도 지식인이나 정치인이나 죽느냐 사느냐도 구별 못하고 있어요.”
선생은 FTA협상을 예로 들었다.
“사람들은 차 몇 대 파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왜 미국이나 구라파 같은 선진국들이 공산품이 아니라 농산품, 축산품을 밀고 나오는지 생각을 못해요. 후진국은 공산품을 수출하고 선진국에서는 농산품을 수출하고,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그게 다 이유가 있어요. 자기네들의 그 넓은 땅을 살리려고 그러는 거죠. 우리가 아무리 '미국이 어쩌고저쩌고' 해도, 미국 입장에서는 그게 자국을 위해서 옳은 정책이거든. 그런데 코딱지만한 땅도 못 지켜가지고 우리 나라가 어떻게 미래가 있겠어요. 간단히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공산품을 수출해서 돈을 벌어서 그 돈으로 외국 농산물을 사 먹는다. 그러는 동안에 우리 땅은 점점 오염되고, 그야말로 벼 한 포기도 심어먹을 수 없게 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저들이 달라는 대로 다 주고 사야 할 거 아니겠어요? 그럴 때는 돈이라는 것도 다 휴지예요. 여기에 다이아몬드가 있고 쌀이 있다면 죽어가는 사람이 쌀을 먹지 다이아몬드를 먹겠어요? 그러한 상황이 이제 멀지 않은 현실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어요. 그런데도 거기에 대한 대비가 하나도 없어요. 오로지 골짜기마다 전부 개발을 해서 호텔이다, 골프장이다, 난리죠. 이런 미친 짓이 어디 있어요. 지금 농업문제는 농민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예요.”
쓸 데 없는 것만 넘쳐나는 사회
도법스님이 순례하면서 느낀 점을 말씀드린다.
“대한민국은 물질적으로 너무 잘 살고 있습니다. 돈도 넘치고, 먹을 것도 넘치고, 자동차도 넘치고, 컴퓨터도 넘치고… 부족한 것이 없을 정도로. 그런데도 돌아다녀보니 거의 전 국민이 무슨 결핍증에 시달리는 것 같아요. 다 부족하다고 아우성이예요.”
“그런데 먹고 입는 것 빼면 거의 모두가 다 없어도 되는 것들이죠. 먹는 것, 기본적인 생필품은 조금 넘쳐도 괜찮겠죠. 그런데 꼭 없어도 되는 것들이 넘쳐흐르는 것이 문제예요. 시장에 한번 가보세요. 꼭 필요한 것보다 없어도 살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많아요. 문제는 그것이 그냥 있는 게 아니라는 거죠. 그게 나중에 다 쓰레기가 되는 거예요. 사실 먹고 입고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에는 쓰레기가 없습니다. 불필요한 것, 없어도 되는 것이 나중에 쓰레기가 되는 거예요. 이걸 알아야 해요.”
선생의 강한 어조에서 커다란 위기의식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전해져왔다.
“우리 집에 정객들이 많이 오는데, 내 앞에서는 환경문제 전문가예요. 좔좔좔 늘어놓죠. 그런데 정치판에서는 그런 얘기는 하나도 안 나와요. 아마 표가 안 되니 그런가봐. 그 사람들한테는 표밭이 중요하지 콩밭도 보리밭도 다 소용이 없어.”
유기농업에 정책적 지원을 해야
이야기가 다시 정부의 농업정책의 부재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땅을 살리고 농업,농촌을 살리려면 유기농업을 해야 해요. 그런데 유기농업이라는 것이 한 두 해 해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적어도 5년 7년 걸려야 유기농업이거든요. 그러니까 현재 농촌의 실정으로는 유기농으로 전화하기가 어렵죠.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해요. 아마 10년 전 정도라도 정책적으로 유기농업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으면 지금 땅도 살아나고 농업도 살아났을 거예요.”
“실제 유기농을 해보니 어떻던가요?”
“제가 해보니 7년만 딱 되면 (생산량이) 농약치고 화학비료 준 거 넘어섭니다. 처음에 고추 심었을 때는 3분의 1도 못 거두었어요. 그 다음 해에는 조금 나아요. 그리고 그 다음은 조금 더 낫고… 단구동에서 농사지을 때 7년이 지나니 화학농법으로 한 것을 넘어서더라구요. 많이 열고, 병해도 잘 이기고.”
희망의 근거는 농촌에 있다
선생은 이야기하는 중간중간 한숨과 함께 현실에 대한 실망감을 많이 표현하셨다.
그러면 선생은 어떤 희망을 갖고 계신 것일까.
“순례를 하다 보니 선생님께서 걱정하시는 대로 많은 문제가 있고 한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화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능력들은 좀 부족하지만 구석구석에 진정성을 갖고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예, (운동보다도, 정치보다도) 그게 더 희망이지요. 설령 소수라 하더라도 그런 사람들이 선구자예요. 그 소수의 사람들이 현장에서 자꾸 학습을 시켜나가는 방법밖에 없어요.”
“그런데 문제는 아직은 개별적이어서 큰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더군요. 현실적으로는 이게 큰 문제로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큰 목소리를 아니어도, 옛날에 비해서는 많이 달라졌잖아요. 도시사람들도 유기농업이라는 것을 알고, 유기농업이라야 우리가 산다는 인식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어요. 사람들이 먹거리에 지금처럼 관심을 가진 적이 언제 있었던가요? 아마 지금이 갈림길이 아닌가 싶어요. 어떤 추세가 몰고 가는 거지.”
선생은 그러면서 또 한 번
(뒤가 잘렸네요. 찾아서 복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