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나눔]24-10-24 '늘 그자리에 찔레꽃 핀다'를 보고 ... 세연정

실상사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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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자리에 찔레꽃 핀다'를 보고 ... 세연정


작성자 실상사 24-10-24 19:27 조회105회 댓글0건 


해가 지니 날이 꽤 쌀쌀하다. 

공연을 보러가니 준비팀에서 핫팩을 주었다. 핫팩을 옷 속에 넣고 있으니 배가 뜨뜻해 온다.

세심한 배려와 정성스런 모심에, 공연을 보기도 전에 이미 마음에 어떤 일렁임이 느껴진다.
 

국민여동생은 아직 아니지만 마을여동생쯤 되는 우리마을 희경이의 연기는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손짓하나, 대사 하나마다 미소를 머금게 했다. 방금까지 "안녕하세요?"하고 인사 나누었던 마을분들이 무대 위에서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을 지켜보니 신기하기만 하다. 익숙함과 낯섦이 공존해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더 자세히 보게 되고 더 깊이 빠져들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단순한 관객의 위치에서 자연스레 빠져나갔다. 수동적 관람자가 아니라 배우들과 깊이 연결되어 대사와 웃음과 마음을 주고 받는 능동적 주체, 공연을 만드는 또 하나의 주체가 되어 있었다.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우리는 무대 아래서 함께 공연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배우들의 연극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과 배우가 함께 만들어내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느꼈다. 우리의 삶도 이렇게 서로 깊이 연결되어 교감하면서 아름답고 조화롭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이 장은 우리 마을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고 함께함을 기뻐하는 삶. 함께 있어 더 빛나고,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 주는 삶.

 


연극은 전쟁 후 절도 마을도 피폐하던 조선 중기 어느 한 때를 그리고 있다고 했다. 어려운 와중에도 절은 품을 내어주고, 사람들은 서로와 부처님과 절에 의지해서 살아간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모습을 아주 단순하고 쉽게, 그러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렵지만 품을 내어줄 수 있는가? 서로에게 기댈 어깨가 되어 줄 수 있는가? 우리는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우리의 세계관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한 답을 쉽고 단순하고 감동적으로 들려주는 것 같았다. '그래, 저렇게 살아야지. 마을사람들과 더불어 저렇게 살아가야겠다'하는 마음이 우러났다.  

 

공연 전날, 리허설을 할 때에는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소리가 하도 좋아 나도 모르게 공연장으로 발걸음이 옮겨졌다. 공연 당일, 그 음악이 연기와 함께 어우러지니 감동이 배가 되는 듯 했다. 

 

대사 중에 마을주민, 실상사 스님이 등장할 때면 관객석에선 웃음이 빵빵 터지곤 했다. 마을극이 아니면 있기 힘든 작지만 큰 재미다. 

 

나는 연극이라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어 연극에는 문외한이다. 그래서 전문가적 식견으로 보면 이 극이 어떤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정말 재미지고 감동적으로 보았다. 눈물도 찔끔 나고, 웃기도 실컷 웃고, 물개박수도 계속 쳤다. 모든 배우가 내가 아는 분들이었던 관계로 깊이 몰입해서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어떤 명배우의 연기보다도 더 몰입해서 보았던 공연이었다.

웃고 우는 사이 연극이 끝났다. 연극이 끝나자 연기를 훌륭히 마친 배우들뿐 아니라 마을사람들도 모두 함께 기뻐했다. 연극을 보는 동안 모두가 한 마음이 되는 것 같았다. 이 마음, 이렇게 하나된 마음으로 우리 함께 이 마을에서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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