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4-18 산 냄새 나는 곳, 살 냄새 나는 곳 - 한 청년의 살래살이 이야기-카레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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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냄새 나는 곳, 살 냄새 나는 곳 - 한 청년의 살래살이 이야기


작성자 실상사 24-04-18 17:14 조회915회 댓글0건


산내에서 한달 살이를 한 청년의 살래 마을 경험기를 공유합니다. 

청년은 마을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며 한 달을 보냈을까요?

 

 산 냄새 나는 곳, 살 냄새 나는 곳

 

- 카레 씀-

 

지리산 가까이 자리잡은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에 대한 이야기이다.

 

집에서 차로 약 6시간거리에 위치한 이 곳으로 한달살이를 왔다. 내 성격이 원래 그렇지만 깊은 생각을 하고 정한 것은 아니었다. 지리산 가까이로 오고 싶었고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싶어 먼 길을 떠났다. 열심히 살았다고는 못 하겠지만 누리는 것에 질렸던 것은 사실이기에 떠나야 했다. 그 동안 핑계대며 하지 않았던 것들을 할 겸 도착한 이 곳의 첫 인상은 평화롭고 조용했다. 하지만 내가 온 뒤 어떤 조화로움이 나로 인해 깨진 듯 수근대는 것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첫날부터 의욕도 힘도 없었던 것 같다. 시작했기에 둘러보긴 해야겠다는 일환으로 카메라를 들고 밖을 나섰다. 외로웠다. 아무 생각없이 걷는 와중에 물소리를 따라 개울로 향했다. 개울보단 큰 것같지만 강보단 조금 작은 크기였고 막연히 영상을 찍고 있었다. 영상을 찍으며 행인에게 가볼만한 곳을 물었고 그렇게 실상사로 걸음했다.

 

사찰의 정갈함이 마음에 든 나는 30분 정도를 둘러보다 흥미가 떨어졌고 숙소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입구를 찾으려는데 내가 왔던 길이 아닌 것이다. 길을 잃고 만 나는 ‘내가 그렇지 뭐’ 라며 나를 탓했고 하릴없이 헤매기 시작했다. 얼마쯤 헤맸을까 해는 어느새 꽤 누워있고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녀를 만났다. 품엔 명심보감을 안고 안채에서 나오는 모습을 본 나는 ‘내 또래일 것이다’ 라는 예감이 들었다. 해가 누워있어 눈을 얇게 뜬채 다가가 길을 묻자 그녀는 대답했다. 

 - 목적지가 있으세요? 

 - 아니요, 어제 처음와서 한달 살기로 했는데 갈만한 곳이 있을까요? 

 - 그럼 저랑 차 한잔하면서 알려드려도 될까요? 

 

낯선 인물의 낯선 호의는 날 긴장하게 만들면서도 반가웠다. 그녀는 자신을 밤비라 소개하였다. 이름이 특이하다 생각한 것도 잠시 이 곳만의 별명 문화를 잠깐 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녀를 통해 많은 장소를 추천받고 밤비의 삶과 산내 안에 여러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전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 ’목금토공방’  ‘농장’  ‘실상사’  ‘청년공간 틈새’  ‘산내초 배구’  ‘작은학교’  ‘인드라망’ ” 등등이 있었지만 잘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 기억이 많이 남지 않았다. 하지만 공방과 농장에 관심이 조금은 있던 나는 참여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표해 밤비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겠다며 나서 주어 한결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공방과 농장을 밤비를 통해 짧게 체험할 수 있었고 그 후로도 밤비의 도움 아래 여러 활동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되었다. 

 

농장에서 이번에 3박4일의 어떤 프로그램이 끝맺게 되어 축하하는 자리로 막걸리와 모닥불, 맛있는 음식이 마련이 되어있는 곳에 가보지 않겠느냐는 권유에 멋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 밤비를 따라 참여했다. 간단한 자기소개 후에 즐기는 음식과 음악은 내가 고향을 떠나 오게 된 이 곳이 참 아름답고 또한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날이었다. 기타소리와 웃음소리 박수소리는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걱정은 녹아내리게 했다. 그날은 선물 받은 버터나이프와 함께 잊기 어려울 것이다.

 

청년 공간 틈새에서는 산내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꽤 많다는 것과 상당히 높은 수준의 대화에 놀랐다. 그리고 딴 얘기이지만 23시가 되면 자러간다는 사실에 한번 더 놀랐다! 아무튼. 청년들끼리 청년들만의 고민을 서로 이야기하고 같이 해결하며 무엇인가를 건설하고 있다는 것에 ‘나는 과연 저런 것들을 할 수 있을까’ 혼자 질문도 던져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나에게 큰 거인처럼 느껴졌다. 소시민적인 나와는 달라 그들에게서 감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운동을 좋아한다. 특히 축구를 좋아한다. 정해진 공간안에서 몸으로 부딪히고

최소한의 규칙으로 가장 접근성이 좋은 스포츠 중 으뜸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다른 스포츠들을 깔보았던 것이 사실이다. 처음 배구를 접한 것은 중학교 수행평가로 공을 스무번 튕긴 것이 다였던 나는 산내초등학교에서 운영하는 선출의 코칭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배구의 매력에 흠뻑 빠지기 시작했다. 부상 위험도 축구보다 적었고 손을 사용하기에 금방 배울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경기장 안에 파워가 축구 못지 않았다. 약 한달간 코치를 받고는 고향에 올라가더라도 배구클럽에 가입해야겠다는 생각이 자리하게 되었다. 산내초등학교에서 마을 주민들을 위해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다고 느꼈다.

 

작은학교는 산내에 위치한 5년과정의 대안학교로써 학업위주의 보통학교들과는 달리 다양한 종류의 수업(예를 들면 농사, 족구, 농구, 요가, 목공, 집짓기, 웅변, 비료뒤집기, 발우공양, 세상보기 등등) 들을 통해 배움의 가치를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비인가학교이다. 내가 알고 있는 대안학교는 문제아들이 많은 곳이었는데 아주 잘못 알고 있었다. 다들 순수하고 쾌활해서 나 또한 기운을 받을 수 있었다. 이곳은 운력을 통해 일손을 보태주러 갔고 내가 맡은 임무는 비료 뒤집기였다. 처음 해보는 비료뒤집기는 말 그대로 똥 뒤집기였다. 힘든 일이 하고 싶어 손들었는데 각오했지만서도 이게 맞나… 의심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러는 것도 잠시 아이들과 같이 이야기도 하고 땀도 흘리고 인분 안에 곤충들을 보고 쉬면서 아이들이 자신이 맡은 바에 열심히 임하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배워야 할 가치라고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선생님들 또한 애정과 책임을 갖고 몸을 바삐 움직이니 다시한번 ‘내가 잘 못 알았구나’ 를 저리게 느꼈다.

 

이렇게 처음 겪는 일들 투성이였던 내가 이 곳에서 느낀 점을 요약해보자면 이렇다. 피로하고 경계하며 축 쳐져있던 외부인이 시간이 지나 힘차고 생기있게 변하게 된 계기는 주민들의 적절한 관심과 도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풀내음 가득한 자연도 한 몫하지만 실상사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인드라망이라는 큰 네트워크 덕에 이곳 저곳 많이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은 인간미 넘쳤으며 고향도 아니지만 충분한 소속감을 느끼게 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산냄새가 솔솔 나는 산내는, 모든 것이 처음인 나를 환영하고 반겨준, 살냄새 폴폴 풍기는 그런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