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대중 소식

소소한 일상, 공동체 생활, 배움과 수행


문화도법스님과 함께 승탑순례, 가을숲 재즈음악

2025-11-06
조회수 244


a21fc3ba9bd9b.jpg

편운화상탑 앞에서 "생명평화, 피어랏"


10월 승탑순례는 도법스님과 함께 하는 걸음이었어요.

생명평화결사의 생명평화대회가 실상사에서 열리게 되어 일찍 오신 등불님들도 함께 했답니다. 

실상사둘레길에 따로 떨어져 있는 시대별 승탑을 연결한 승탑순례길.

이 승탑순례길의 걷기 주제가 "삶도 빛나고 죽음도 빛나라."입니다.


실상사 극락전 옆에 1200여 년 전 실상사를 창건한 홍척스님과 제자 수철화상의 승탑과 탑비에서 출발했어요.

오랫만에 서로들 만나서 인사도 나누고 출발.


50b1d2866bf5f.jpg


승탑 앞에서 듣는 도법스님의 말씀

"삶도 빛나고 죽음도 빛나라"


천왕문을 나와 약수암으로 가는 임도 입구에 있는 편운화상승탑으로 갔답니다.

부처님께 공양올리는 발우처럼 생긴 승탑(이게 편운화상탑) 외에도 3기의 승탑이 더 있었습니다.

편운화상탑은 정개란 연호가 써있는데, 이 연호는 당나라에도 일본에도 나타나지 않는 연호여서 후백제 견훤의 연호로 추정하고 있답니다. 전설따라 삼천리가 아니라 후백제 견훤이라 여겨지는 유형문화유산인 거죠. 그래서 이 승탑은 보물로 지정되었답니다. 


여기서 도법스님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과거에 경전을 만들면 화형당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경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문명을 제시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생명평화결사 초기에 생겨난 <생명평화경>도 그렇고 지금 나눠드린 <21세기약사경>도 그렇습니다. 

불교에는 본래 <약사경>이 있는데, 이것을 현재적 관점에서 재구성하여 굳이 <21세기약사경> 을 낸 이유는, 최근 문명 전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기존 문명의 문제를 불교적 사유방식으로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현실 진단에 따르면, 이 세상살이 혹은 인생살이가 창과 방패 싸움처럼 악순환되는 이유는 무지와 집착(또는 착각) 때문입니다. 따라서 해결책은 ‘깨달음으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차원에서 ‘미혹 문명’을 넘어서 ‘깨달음의 문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21세기 약사경에 나오는 몇 구절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혐오하는 미혹문명 내려놓고,

죽음도 빛나고 삶도 빛나는, 깨달음의 밝은 문명 피어나게 하옵소서”
“젊음만을 좋아하고 늙어감을 싫어하는 미혹 문명 내려놓고,

늙음도 빛나고 젊음도 빛나는, 깨달음의 밝은 문명 피어나게 하옵소서”
“남성만을 존중하고 여성은 비하하는 미혹 문명 내려놓고,

여성도 빛나고 남성도 빛나는, 깨달음의 밝은 문명 피어나게 하옵소서”

이러한 표현이 심오하지 않다는 비판하는 분도 있기는 한데, 뜻이 잘 드러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누구든지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삶과 죽음에 대한 이러한 차별이 정말 맞는 것일까. 정말 삶은 좋은 것이고, 죽음은 나쁜 것일까? 

불교에서는 이런 것들이 무지와 착각으로 생긴 사고일 뿐, 애초에 좋은 삶, 나쁜 죽음 - 그런 건 없어. 인간이 그렇게 생각하고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하죠. 실제를 모르면서 자기 생각으로 그냥 자기 생각으로 속단하고 좋고 싫음에 집착된 삶을 살아가는 것을 미혹의 삶, 미혹문명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삶이 정말 고통스러운 삶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삶이 괜찮은 것이라고 여기듯이 죽음을 싫어하지만 죽음도 괜찮은 것일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이 이야기를 길게 하기는 그렇고, 임락경 목사님도 오셨으니 이 이야기를 하면 좋겠네요.


예전에 순천사랑어린학교에서 주최한 "이별꽃스꼴레"에서 와서 이야기를 좀 해달라고 해서 갔어요. 그때 임락경 목사님이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하는 노래를 먼저 부르셨어요. 1,2절은 교과서에 나오는 가사고, 3,4절은 임락경 목사님이 지으셨다고.

그날 목사님 노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생명의 노래"라는 이름으로 제가 지금도 잘 써먹고 있습니다. 주로 설명절과 추석명절에 합동다례의식을 할 때 이 "생명의 노래"를 참석자들 전체가 함께 부릅니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강물 따라 가고 싶어서 강으로 간다.
강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바닷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하늘나라 가고 싶어 구름이 된다.
구름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고향 동네 그리워서 빗물이 된다.

빗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동네 친구 만나려고 냇가로 간다.


이와 같이 조건 따라 끊임없이 만남과 이별이 계속되는 것이고, 또 삶과 죽음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볼 때 우리들이 생각하는 좋은 삶, 나쁜 죽음이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으로 만들어낸 것이지 않느냐는 거죠.

이런 내용으로 우리가 삶을 좀더 잘 통찰하고, 평소에도 사유하고 음미해서 일반적인 사고방식으로 문화처럼 자리를 잡으면 어떨까요?

우리가 만남과 이별에 대해서도 좀더 의젓할 수 있고,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좀더 여유롭고 편안하게 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을 숲에서 재즈에 물들다


그리고 조선시대 용담화상탑이 있는 곳으로 갑니다.

논둑길을 걸으니 더 가을느낌이 납니다.


f8e87d6b85b9f.jpg


용담화상탑 앞 숲에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공연이 있지요.

4월에 이곳에서 416합창단과 노래를 부를 때는 정말 녹음이 무성했는데, 오늘은 푸른 하늘이 선명한 가을느낌입니다.


9550659231c8a.jpg


잎을 떨군 앙상한 나무가지 사이로 하늘이 정말 예술이죠.

이 하늘로 퍼져가던 트럼펫 소리는 얼마나 가슴 아리던지요.

마을 청년들로 이루어진 재즈밴드의 공연이었죠.


d74e6a43767ea.jpg

살래재즈트리오 사진 오른쪽부터 콘트라베이스 한결, 트럼펫 보석, 기타 원형


여기서 또 놀라운 사실은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김한결 군이 아주 어릴 때 도법스님과 함께 순례를 했던 소년이었다는 것이지요. 

마을식구들 가운데는 이런 사연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것도 2004년 생명평화탁발순례 첫 해, 10대 초딩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함께 집을 떠나 탁발순례단으로 걸었던 순례단원이었어요. 

순례의 인연으로 이곳 실상사가 있는 산내면으로 귀농했고. 실상사 작은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과 미국에서 재즈를 공부했어요. 뜻한 바가 있어 다시 산내면으로 돌아왔어요. 농촌에서도 음악을 할 수 있고, 청년음악인들이 이곳에서 와서 머물기도 하고 쉬어가기도 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답니다. 


f4b3c9d9d0467.png 


혹시나 이곳을 지나실 때는 기억해주세요. 실상사앞 카페 프라나에서 넷째주 토요일에는 재즈공연이 항상 있답니다.

재즈음악의 선율에 몸과 마음을 다 맡긴 채, 가을의 정취에 흠뻑 젖어본 시간이었죠.

다시 길을 걸어 고려시대 승탑과 조선시대 승탑이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9a8351d9bf231.jpg

노랑노랑 가을 들길은 정말 좋아요.

숨이 여유롭게 쉬어지는 길이지요.

61ad7506aa3ff.jpg


사진 오른쪽 승탑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고려시대승탑입니다.

기상이 참 당당하지요?!

사진 왼쪽 종모양의 승탑은 조선시대 승탑이예요.

자운당 승탑이라고 하는데, 이순신 장군을 도와 승군으로 활약했던 분이랍니다.


fc89dbce6cf37.jpg


고려시대 승탑 윗쪽 언덕으로 올라가 산내마을의 풍경도 보았어요.


42da7cd42f309.jpg


다시 내려와 조선후기 회명당승탑을 보고, 가장 최근 세워진 승탑까지 왔습니다.(도법스님이 함께 살기도 했었다네요)

여기서 임락경 목사님의 이 지역의 풍수이야기도 한 판.  


756984595d99e.jpg


다시 실상사 경내로 돌아왔습니다.

대숲법당에는 도법스님이 놀이삼아 만들었다는 바닥에 기와로 만든 푸렁이무늬. 

이게 대숲이지 왜 법당이냐는 사람들이 묻는데, 부처님 사셨던 때 처음에는 숲이 곧 법당이었지요.

법당이 건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면 참 많은 것이 열립니다.


530fdde7f8139.png 


그리고 고려시대 목탑지로 갔습니다.

세월호지리산천일기도를 하면서 "생명평화기도단"이라는 이름을 하나 더 갖게 된 상징적인 장소지요.


ba00cab2c3aca.png


실상사 곳곳에서 생명평화 상징물들을 만날 수 있어요.

생명평화무늬(인드라망무늬)는 곳곳에서 볼 수 있고요. 

어느 것도 사연없이 그냥 존재하지는 않지요.


이곳 목탑지(생명평화기도단)에서는 푸렁이 무늬를 만납니다.

세월호지리산천일기도를 마치던 2027년. 생명평화 평생교사 안상수 등불님이 디자인했던 무늬예요.

세월호의 시옷(ㅅ)과 이응(ㅇ) 위에 촛불 또는 새싹이 피어나고 있는 모습이지요.

천일기도를 하던 천일 동안 노란 리본을 세워두었던 자리에 푸렁이무늬를 세웠습니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는 마음을 담았어요.   


e6d5df23b1260.jpg


세월호 푸렁이무늬. 안상수 멋짓.

"푸렁 촛불 푸렁 등불 얘들아 봄이다 푸렁으로 피어나라"

우리의 다짐으로 가슴에 품어봅니다.

푸렁으로 피어나자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