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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2026년 2월 17일 새벽 통알 - 회주 도법스님 새해 첫 말씀

202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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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주 도법스님 새해 첫 말씀

 

덕담이란 말에 어울릴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 제가 골몰하고 있는 생각을 나누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루신 뒤 첫 설법을 하신 사건은 우리가 당연히 주목할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첫 설법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하게 우리가 새겨야 할 지점이 ‘전법 선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선언의 핵심에는 분명한 방향이 담겨 있습니다. 뭇 생명들의 안락과 행복이 실현되도록 하기 위해 전법의 길을 떠나겠다는 다짐입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선언하신 부처님께서는 실제로 어떻게 살아가셨을까요. 그분의 일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 아마 『금강경』의 법회인유분일 것입니다. 때가 되면 가사를 수하고 탁발을 나가고, 공양을 얻어 돌아와 식사를 하고, 다시 정돈하는 그 평범한 일상. 특별할 것 없는 그 반복되는 삶의 모습이야말로 뭇 생명들의 안락과 행복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원력의 구체적 표현이었습니다.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하루하루의 삶이 곧 전법이었던 것입니다.

이 정신은 이후 불교 전통 속에서 어떻게 전개됐었을까요. 중국에서 형성된 불교, 그 가운데서도 선불교, 특히 조사선으로 불리는 흐름 속에서 그 정신은 생활의 규범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생활상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 바로 “일일부작 일일불식”입니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는 뜻이지요. 해야 할 일을, 곧 뭇 생명들의 안락과 행복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실천하며 살아가라는 가르침입니다. 부처님께서 평생을 통해 보여주신 일상의 수행이 중국 선불교에서는 이렇게 구체적인 삶의 태도로 정리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는 요즘 실상사에 몸담고 살아가며, 이 정신을 이 산중에서 어떻게 생활화하고 또 대중화할 수 있을지를 자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공동체적으로도, 나아가 사회적으로도 이러한 삶의 태도가 자리 잡을 수 있다면, 우리 삶은 훨씬 보람차고 희망차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작은 등불 하나를 밝히는 일과도 같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한마디로 요약하고 싶은 것은 ‘탁마상성 붕우지은’입니다. 살아보니 함께 사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낍니다. 함께 사는 이들이야말로 가장 고맙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서로 의지하고, 서로 믿고, 서로 존중하고, 서로 고마워하며 살아가는 관계. 함께 맺어진 인연을 소중히 가꾸어 가는 일.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불교를 제대로 하는 일이며, 수행을 제대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누구를 만나든 그렇게 살아가면 더없이 좋겠지만, 혹 그렇게까지는 다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우리가 늘 함께하는 인연들, 지금 우리 곁에 주어진 이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만큼은 깊이 새기고 정성껏 돌보았으면 합니다. 그 인연의 소중함을 바로 보고, 그에 걸맞게 좋은 친구로, 좋은 이웃으로 함께 살아간다면, 복은 애써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굴러 들어오지 않겠습니까. 부디 복이 저절로 들어오는 올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덕담을 대신할까 합니다.


올 한 해,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좋은 친구로 잘 살아봅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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