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부터 흰 눈이 세상을 장엄합니다.
풍경은 무척이나 아름다웠지만 오시는 분들이 염려되었습니다.
그러나 눈길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합동다례에 참석하셨습니다.

주지스님께서 다례재(齋)의 의미와 실상사 합동다례에 대해 안내를 해 주셨습니다. (이하 전문)

“허리 아파보니 온 세상이 다 의자더라.”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어느 날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불편한 몸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평소에는 그저 스쳐 지나치던 의자들이 새삼 고맙게 느껴지셨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앉을 자리가 많다는 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랑과 배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덧붙이셨습니다. “서로를 더 보듬고 살아라.”
이 이야기를 곱씹다 보니 분명히 우리 삶 속에 있지만 보이지는 않는 의자와 같은 존재를 떠올리게 됩니다. 바로 우리를 든든히 지탱해 주셨던 부모님과 조상님들입니다. 그분들이야말로 힘들고 지친 삶 속에서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셨던 소중한 분들이지요. 그런 조상님들을 기억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이것을 제사라 할 수 있겠습니다.

요즈음은 가정에서 전통적인 제사를 지내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형식을 간소화하더라도 가족이 한 데 모여 조상님을 기억하고 가족 간의 정을 나누는 그 의미만은 충분히 지킬 수 있습니다. 실상사에서 모시는 다례재는 바로 이러한 마음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불교식 제사입니다. 영가로 하여금 자손들에 대해 전전긍긍해 하는 애착심을 버리고 미혹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해탈·열반의 길로 인도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우리 실상사에서는 설날과 한가위마다 다례재를 모시며 조상을 기리고 가족의 유대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우리 실상사 다례재의 상차림에는 생명을 존중하는 불교 계율에 따라 육법 공양물을 올립니다.
그러면 육법공양이란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육법공양은 신라시대부터 이어져 온 불교의 제사 방식으로 꽃, 과일, 차, 등, 쌀, 향 여섯가지의 공양물을 올리며 예를 드리는 것입니다. △꽃은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수행을 △차는 열반, 깨달음을 주는 부처의 청량한 설법을 △등은 사물의 이치를 꿰뚫어 보는 반야·지혜와 희생, 광명, 찬탄을 △쌀은 수행과 법문을 통한 깨달음의 기쁨과 환희를 △향은 해탈, 희생, 화합, 공덕을 △과일은 깨달음을 상징합니다. 이 여섯가지 공양물은 정법을 실천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제 실상사 설날 다례 의식을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불보살님을 청해 모신 후, 모든 영가님들을 이 자리에 오시도록 한 다음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새기어 해탈·열반의 삶을 살도록 축원을 합니다. △영가님께 음식을 올리고 정토를 장엄하는 염불과 나무아미타불을 지극하게 염송하며 △하나의 물이 모여 냇물이 되고, 냇물이 모여 강물이 되어 바다로 가며, 바닷물이 다시 구름이 되는 우주생명의 질서를 잘 되새기는 생명의 노래를 부릅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그물의 그물코처럼 한몸·한마음·한생명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기도를 함께 올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존재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발원하는 명상과 큰 절 세 번으로 실상사 설날 합동다례재를 회향합니다.

다례재 의식은 단순히 제사를 넘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새기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삶과 죽음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삶은 우리의 남은 시간을 하루하루 살아내며 죽음으로 향하는 여정입니다. 죽음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태도는 우리의 삶을 더 아름답고 충만하게 만들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도 이러한 삶으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다례재를 통해 우리는 조상님을 기억하고 가족 간의 사랑을 나누는 동시에, 집착을 덜어내는 삶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배우게 됩니다.
2025년 설날, 실상사에서 함께 하는 합동다례재를 통해 조상님들께 감사를 드리고, 나아가 삶과 죽음을 함께 아우르는 지혜로운 길을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어머님께서 말씀하셨던 “더 보듬고 살자”는 따뜻한 당부처럼, 우리 삶 속에서 사랑과 배려를 이어가며 서로의 의자가 되어주는 삶을 다짐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새해 첫 날부터 흰 눈이 세상을 장엄합니다.
풍경은 무척이나 아름다웠지만 오시는 분들이 염려되었습니다.
그러나 눈길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합동다례에 참석하셨습니다.
주지스님께서 다례재(齋)의 의미와 실상사 합동다례에 대해 안내를 해 주셨습니다. (이하 전문)
“허리 아파보니 온 세상이 다 의자더라.”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어느 날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불편한 몸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평소에는 그저 스쳐 지나치던 의자들이 새삼 고맙게 느껴지셨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앉을 자리가 많다는 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랑과 배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덧붙이셨습니다. “서로를 더 보듬고 살아라.”
이 이야기를 곱씹다 보니 분명히 우리 삶 속에 있지만 보이지는 않는 의자와 같은 존재를 떠올리게 됩니다. 바로 우리를 든든히 지탱해 주셨던 부모님과 조상님들입니다. 그분들이야말로 힘들고 지친 삶 속에서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셨던 소중한 분들이지요. 그런 조상님들을 기억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이것을 제사라 할 수 있겠습니다.
요즈음은 가정에서 전통적인 제사를 지내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형식을 간소화하더라도 가족이 한 데 모여 조상님을 기억하고 가족 간의 정을 나누는 그 의미만은 충분히 지킬 수 있습니다. 실상사에서 모시는 다례재는 바로 이러한 마음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불교식 제사입니다. 영가로 하여금 자손들에 대해 전전긍긍해 하는 애착심을 버리고 미혹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해탈·열반의 길로 인도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우리 실상사에서는 설날과 한가위마다 다례재를 모시며 조상을 기리고 가족의 유대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우리 실상사 다례재의 상차림에는 생명을 존중하는 불교 계율에 따라 육법 공양물을 올립니다.
그러면 육법공양이란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육법공양은 신라시대부터 이어져 온 불교의 제사 방식으로 꽃, 과일, 차, 등, 쌀, 향 여섯가지의 공양물을 올리며 예를 드리는 것입니다. △꽃은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수행을 △차는 열반, 깨달음을 주는 부처의 청량한 설법을 △등은 사물의 이치를 꿰뚫어 보는 반야·지혜와 희생, 광명, 찬탄을 △쌀은 수행과 법문을 통한 깨달음의 기쁨과 환희를 △향은 해탈, 희생, 화합, 공덕을 △과일은 깨달음을 상징합니다. 이 여섯가지 공양물은 정법을 실천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제 실상사 설날 다례 의식을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불보살님을 청해 모신 후, 모든 영가님들을 이 자리에 오시도록 한 다음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새기어 해탈·열반의 삶을 살도록 축원을 합니다. △영가님께 음식을 올리고 정토를 장엄하는 염불과 나무아미타불을 지극하게 염송하며 △하나의 물이 모여 냇물이 되고, 냇물이 모여 강물이 되어 바다로 가며, 바닷물이 다시 구름이 되는 우주생명의 질서를 잘 되새기는 생명의 노래를 부릅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그물의 그물코처럼 한몸·한마음·한생명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기도를 함께 올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존재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발원하는 명상과 큰 절 세 번으로 실상사 설날 합동다례재를 회향합니다.
다례재 의식은 단순히 제사를 넘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새기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삶과 죽음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삶은 우리의 남은 시간을 하루하루 살아내며 죽음으로 향하는 여정입니다. 죽음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태도는 우리의 삶을 더 아름답고 충만하게 만들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도 이러한 삶으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다례재를 통해 우리는 조상님을 기억하고 가족 간의 사랑을 나누는 동시에, 집착을 덜어내는 삶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배우게 됩니다.
2025년 설날, 실상사에서 함께 하는 합동다례재를 통해 조상님들께 감사를 드리고, 나아가 삶과 죽음을 함께 아우르는 지혜로운 길을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어머님께서 말씀하셨던 “더 보듬고 살자”는 따뜻한 당부처럼, 우리 삶 속에서 사랑과 배려를 이어가며 서로의 의자가 되어주는 삶을 다짐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