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대중 소식

소소한 일상, 공동체 생활, 배움과 수행


후기2024년 추석 합동 다례 잘 마쳤습니다.

2024-09-17
조회수 211


 추석을 맞아 정성스레 합동다례를 준비했습니다. 영가님들의 위패를 정성껏 영단에 올리고, 공양간에서는 며칠 전부터 추석 점심공양 준비를 해왔습니다. 

 

자리준비, 다례 상차림도 이리저리 살피며 세심하게 신경 썼습니다. 오신 분들께서 정성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기도 올리실 수 있도록 실상사 식구들이 함께 마음 모아 준비했습니다.  


fcf785f75a2259090e08d397df059949_1726551 

 

오늘은 추석날. 여름같은 추석(秋夕)입니다. 그러나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기차 타고 서울에서 오신 분, 차로 먼 길 달려오신 분, 마을 분들… 

 

fcf785f75a2259090e08d397df059949_1726551

 

명절답게 곱게 차려입으시고 하나, 둘 선재집에 들어오십니다. 한 송이, 두 송이 선재집에는 화사한 사람꽃이 피어납니다. 모두 130여분이 합동다례에 참석하셨습니다. 

 

fcf785f75a2259090e08d397df059949_1726551

 

합동다례는 10시부터 시작이지만 일찍 오신 분들은 먼저 헌다, 헌화 의식을 올립니다. 영가님께 절을 하고, 재바라지의 도움을 받아 정성스레 차와 꽃을 올립니다.  

 

fcf785f75a2259090e08d397df059949_1726551

 

10시 30분, 대종이 울립니다. 보통 8번의 타종은 팔정도를 의미하지만, 합동다례를 올리는 오늘은 특별히 유정‧무정의 평안을 기원하며 종을 쳤습니다.


fcf785f75a2259090e08d397df059949_1726551

 

종소리의 여운이 천천히 가시고 불공의식이 시작됩니다. 불공의식 시작에 앞서 주지스님께서 합동다례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합동다례는 조상을 기리고 가족간의 유대를 강화하던 유교의 차례, 민족 명절인 추석의 의미, 불교적 의식 등이 결합된 의례입니다. 

실상사는 다른 종교, 민간 풍속과 잘 어우러지면서도 불교적 의미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의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찰과 달리, 합동다례 상차림을 육법공양으로 준비합니다. 

 

fcf785f75a2259090e08d397df059949_1726551

 

육법공양은 ‘부처님께 올리는 여섯가지 공양물’이라는 의미로, 꽃, 과일, 차, 등, 쌀(떡), 향을 말합니다. 여섯 가지 공양물은 각각 수행(꽃), 열반(차), 지혜(등), 기쁨(쌀), 해탈(향), 깨달음(과일)을 의미합니다. 여섯 종류의 공양물을 올리며 공양물이 상징하는 바를 성취하기를 다짐하고 영가님 또한 그것을 이루기를 기원합니다. 

 

fcf785f75a2259090e08d397df059949_1726551


합동다례는 먼저 떠난 소중한 인연들을 위해 기도하는 자리입니다. 특히 먼저 가신 부모님 혹은 조상님들을 위해 기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기도문에는 부모님 은혜에 대한 내용이 별도로 들어가 있습니다. 부모님 은혜를 떠올리는 기도문을 독경하자 분위기가 한층 숙연해지는 듯 했습니다.
 

 

다겁다생 양친부모 열가지 큰은혜라.

 

어머님의 태중에서 키워주신 크신은혜

낳으실때 모든고통 참아내신 크신은혜

아기낳고 모든시름 잊어버린 크신은혜

좋은것만 가리어서 먹여키운 크신은혜

마른자리 젖은자리 가려주신 크신은혜

젖먹이며 다독거려 키워주신 크신은혜

더러운것 닦아내어 청결케한 크신은혜

멀리떠난 자식들을 근심하신 크신은혜

자식위해 대신하여 악업지은 크신은혜

어른되도 끊임없이 걱정하는 크신은혜

 


fcf785f75a2259090e08d397df059949_1726551

 

한글 기도문 독경이 끝나고 법능스님의 '나무아미타불' 노래를 함께 불렸습니다. 아미타불은 극락세계를 주관하시는 부처님이시지요. 영가님들께서 극락으로 가시기를 기원하며 한 마음으로 노래를 가만히 읊조립니다. 

눈물 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가만가만 들려옵니다. 영가님에 대한 그리움과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이 선재집을 가득 채웁니다. 그리움과 애절함이 전해져 어쩔 수 없이 눈물방울 하나 옷자락에 떨어집니다. 


fcf785f75a2259090e08d397df059949_1726551

 

이어서는 불교적 세계관을 잘 담고 있는 동요를 함께 불렀습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가니'라는 노래입니다. 실상사는 이 노래를 '생명의 노래'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생명의 실상을 쉬운 언어로 잘 드러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노래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강물따라 가고 싶어 강으로 간다. 

 

강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바닷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하늘나라 가고 싶어 구름이 된다. 

 

구름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고향동네 그리워서 빗물이 된다. 

 

빗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고향친구 만나려고 냇가로 간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강물따라 가고 싶어 바다로 간다.

 

 

우리는 죽음으로 헤어지는 듯하지만 실은 헤어짐은 없습니다. 다른 모습으로 함께 하는 것이지요. 냇물이 변해서 강물의 모습, 혹은 구름의 모습으로 함께 하듯이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사실,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하는 이들과 늘 함께 있습니다. 비록 다른 모습, 다른 공간에서 겠지만요. 

그러니 슬퍼하기 보다 그의 행복을 기원하는 것이 더 좋겠지요. 더 나아가 모든 존재의 행복을 기원해야 합니다. 내 곁의 누군가는 다른 모습으로 온 그 일테니까요. (우리가 밟고 있는 대지는 모두 우리 조상들의 살과 뼈이지요.)

 

fcf785f75a2259090e08d397df059949_1726551

 

명상으로 마음을 고요하고 깊게 하고, 영가님의 평안을 다시 한 번 기원하며 3배를 올렸습니다. 이렇게 합동다례의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늦게 오셔서 헌다, 헌화의식을 하지 못한 분들은 이어서 헌다, 헌화의식을 하실 수 있었습니다. 

 
fcf785f75a2259090e08d397df059949_1726551

 

합동다례 후에는 실상사의 선조들께도 예를 올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fcf785f75a2259090e08d397df059949_1726551

 

실상사를 개산하신 홍척국사 부도탑에 소박하게 과일을 올리고 3배로 예를 올렸습니다. 이어서 실상사 2대조이신 수철화상 탑도 참배하였습니다. 


fcf785f75a2259090e08d397df059949_1726551

 

실상사를 있게 하시고, 이어 오신 분이 계시기에 저희가 지금 실상사에서 함께 기도하고 공부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우리를 있게하고 살리는 모든 존재들의 고마움을 다시금 새기는 날이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공덕으로
모든 존재 평화롭기를! 

 


fcf785f75a2259090e08d397df059949_1726551 


글:세연정 / 사진: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