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을볕이 너무 좋아

202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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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볕이 너무 좋아 / 박노해


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걸린 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며 눈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 난 욕망을,

투명하게 비춰오는 살아온 날들을


박노해, <너의 하늘을 보아>, 느린걸음, 2022